[도쿄/기타스나] 카모후쿠 출신이 전개하는 육각형 담려계 라멘, 'RAMEN MUROHOUSE'
PROLOGUE
"올해가 지나고 연말이 되었을 때, 26년 도쿄에서 만난 가장 흥미로운 신점을 하나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RAMEN MUROHOUSE를 이야기할 것 같다. 도쿄 메트로 도자이선 南砂町(미나미스나마치, みなみすなまち) 역에서 도보 15분 이상. 역세권도 아니고, 관광객이 일부러 들를 만한 위치도 아니다. 심지어 카운터 6석뿐인 작은 가게다. 그런데도 오픈 첫날부터 대기줄이 생겼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이 가게가 츄카소바 카모후쿠(中華そば 鴨福)의 계보를 잇는 곳이기 때문이다."

※ 본 포스팅은 직접 비용을 지불하고 방문한 식당만 기록합니다.광고·협찬은 일절 받지 않습니다.
안녕하세요. 욜의사입니다.
제 블로그는 단순히 유명한 식당을 나열하기보다, 직접 방문한 식당 중 개인적으로 의미 있다고 느낀 곳들을 기록하는 공간입니다.
맛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취향이 반영되는 영역이라 생각합니다. 제 글들을 읽어보시고 취향과 방향성이 비슷하다고 느끼신다면, 생소한 식당들도 만족하실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나치게 대중적인 맛집보다는, 음식의 개성과 스토리·조리 철학이 느껴지는 곳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 욜의사 취향 간단 스펙
☞ 양 : ★★★★☆ (성인 평균 이상 / 대부분 특 또는 추가 주문)
☞ 맵찔이 정도 : ★★☆☆☆ (매운맛 좋아하지만 극매운 단계는 어려움)
☞ 모험가정신 : ★★★★☆ (향신료·이국적 식재료 선호)
☞ 육식성 : ★★★★★
☞ 가성비 : ★★☆☆☆ (여행에서는 경험 우선)
☞ 특이사항 : 음주·흡연 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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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하치오지(八王子)에 자리잡았던 명점 츄카소바 카모후쿠(中華そば 鴨福). 비록 저는 방문해보지 못한 전설속의 라멘야지만 지금도 라오타들 사이에서는 끊임없이 회자되는 명점입니다. 그 이유는 바로 당시에 유행했던 종류의 라멘들, '니보시계', '이에케', '토리파이탄'등 과는 전혀 다른 방향의 라멘을 전개했기 때문입니다.
카모후쿠는 오리와 쇼유 두가지 재료의 밸런스를 이용해서 '무겁지는 않지만 깊은'이라는 역설적인 표현이 어울리는 라멘을 만들어냈습니다. 어느 라멘 계열같이 화려한 토핑을 앞세우지도 않았고, 강렬한 화학 조미료를 넣지도 않았던, 오로지 재료에서 나오는 육수의 깊은 맛과 타레의 균형으로 승부를 한 곳입니다. 대중적이라기보다는 라오타들이 환장할만한 '명인'이 만드는 라멘야. 이러한 카모후쿠가 폐업하고, 그 곳 출신이 도쿄 내에 조용한 위치에 라멘야를 오픈한다는 소문이 돌자,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RAMEN MUROHOUSE의 점주 이야기
점주의 실명은 아직까지 공식 인터뷰등에서 공개되진 않았지만, 규슈 출신으로 카모후쿠를 포함한 여러 라멘야에서 15년 이상 경험을 쌓은 베테랑으로 알려져있습니다. 한 인스타그램 후기에서는 '모리즈미 씨'라는 표현이 등장하지만 공식 인터뷰가 아니니..
점주는 카모후쿠 출신으로 유명하긴 하지만 사실은 카모 후쿠 (약 1년 수련) 이전에 다른 점포에서 일한 기간이 훨씬 깁니다. 그리고 여러 블로그 글들과 리뷰등을 살펴보면 점주와의 대화를 통해서 무로하우스의 방향성이 '카모후쿠의 직계'가 아닌 '카모후쿠의 경험을 바탕으로 완성한 독자적인 라멘을 전개하는 독립점'이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 무슨 라멘을 파는 곳인가요?
담려계 쇼유라멘

담려계(탄레이계/淡麗醤) 쇼유라멘은 한자를 그대로 해석하면 안됩니다. 탄레이는 국물이 가볍다는 의미가 아닌 탁하지 않고 투명하게 스프에 내부가 보이는 것으로, 맛에서도 재료의 향과 감칠맛 등이 깔끔하게 분리되어 느낄 수 있는 스타일을 의미합니다. 기본적으로 닭/오리 등을 사용한 맑은 육수에 다시마, 가쓰오부시, 니보시, 조개류 등의 감칠맛으로 레이어를 쌓는데요, 여기에 쇼유타레로 본인이 추구하는 맛의 방향성을 완성하는 방식입니다.
향미유라는 말을 많이 들어보셨을 텐데요, 잘 만들어진 탄레이계 쇼유라멘에서는 닭기름인 치유 등으로 만든 향미유가 표면을 덮고 있어서 라멘이 나왔을 때 첫 향을 열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이를 스프부터 깊이 떠서 먹어보면 쇼유 타레에서 나오는 산미, 단맛인 아마미, 장맛처럼 느껴지는 숙성향등이 올라오고, 스프의 감칠맛과 해산물이 들어있다면 그 특유의 감칠맛이 순서대로 올라오게됩니다.
담려계가 추구하는 맛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섬세함을 해치지 않는 호소 스트레이트멘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에는 오늘 소개해드린 무로하우스처럼 테모미 후토멘을 써서 맑은 스프와 일부러 대비되는 식감을 주어서 변주를 주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합니다.
¿ 가게 내부 분위기는?

라멘 무로하우스의 내부는 다찌석으로 이루어진 좌석이 총 6석으로 구성된 단촐한 구성입니다. 입구 바로 우측에는 키오스크가 있어서 현금을 이용해서만 결제가 가능하구요, 다찌좌석에 앉으면 라멘을 조리하시는 모든 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습니다. 면을 삶는 과정 뿐만 아니라 담려계 특유의 토핑을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쌓아올리는 모습까지 직관할 수 있어서 눈이 즐거워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이런 소규모 라멘야일수록 내부에서 조리하시는 분이나 주방을 촬영하는 것을 금기시하고있어서 사진 촬영은 자제했습니다. 저는 이날 이 곳의 간판메뉴로 알려진 '특상코쿠쇼유라멘(特上こく醤油)'을 주문했습니다. 가격은 1,600엔.
본격적인 메뉴 탐방

오픈런으로 가장 먼저 입장하였기 때문에 가장 먼저 라멘을 받아볼 수 있었습니다. 고풍스러운 자기 돈부리에 한가득 담긴 라멘을 보고있으니 마음이 풍성해집니다. 겉보기로 봤을때는 생각했던 것보다 향미유 층이 두터운 편입니다. 가까이서 깊게 향을 들이마셔보면 약하게나마 산미가 느껴지는 쇼유타래 향기. 가운데 올라가있는 레몬필도 눈에 띕니다. 다른 후기에서는 라임을 쓰신다는 말도 있네요.

돈부리의 테두리를 따라 둘러져있는 호사키멘마가 눈에 뜨입니다. 멘마는 처리가 잘 되어서 결을 거스르게 베어물면 절삭감이 매우 좋습니다. 개인적으로 호사키 멘마 쓰는 집에서는 실패한 적이 거의 없다는..

올라간 토핑을 차례대로 살펴봅니다. 닭정육 차슈는 비장탄에 구워내어 향이 아주 좋습니다. 내부의 육질은 탱글하면서도 겉의 껍질 부분은 숯향이 제대로 베어있습니다. 닭의 넙적다리인 토리모모( 鶏もも)를 콩피하듯이 조리한 뒤에 숯에서 마무리했습니다.

가장 향이 강했던 츠루시야키한 카타로스 (吊るし焼き肩ロース) 굉장히 강력한 훈연감과 직화에서 나오는 향이 지배적입니다. 전체 차슈 중에서 육향을 담당하고 있는 녀석인데 점주의 차슈 다루는 솜씨가 대단한걸 단박에 느끼게 해주는 맛이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제가 츠루시야키 형태로 차슈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 곳이 있으면 무조건 추가해서 먹곤 하는데, 원물의 차이도 있고 본토에서 확실히 경험이 쌓인 베테랑이 만드는 차슈는 급이 다르다고 느꼈어요.

돼지고기 삼겹을 롤형태로 말아서 조리한 부타바라롤(豚バラロール) 지방에서 나오는 기분좋은 단맛과 기름진맛으로 스프에 점차 녹아들면서 후반부로 갈수록 기름의 맛을 보충해주는 녀석입니다.

다음은 이곳의 주인공이라고도 할 수 있는 극태 테모미면(極太手揉み麺). 우동처럼 두꺼우면서 불규칙하게 구불구불한 모양새를 띄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담려계의 경우 스프를 잘 머금으면서도 스프의 맛을 해치지 않는 호소 스트레이트 면을 쓰는데요, 이곳은 면 자체에 집중하여 스프도 주인공이지만 면도 주인공인, 두명의 주인공을 내세운 라멘을 추구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씹을때마다 느껴지는 탄력과 불규칙함에서 오는 다양한 절삭감. 그리고 입안에서 퍼지는 밀의향까지. 스프를 맛보면서 느끼는 감동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높은 완성도에 감탄을 하게됩니다. 사실 이날 오픈런하면서 일본 라오타분과 잠깐 대화를할 기회가 생겼었는데요, 그분도 저도 스프를 먹고도 놀랐지만, 이 면을 처음 베어물자마자 감탄사가 터져나왔습니다 ㅎㅎ

스프를 잘 끌어올리는 면이 아니라고해도 보시다시피 면을 아름답게 코팅하고 있는 스프가 보이실거에요. 간도 적당하게 스며들어서 오래오래 씹고 싶어지는 면이었습니다.

완탕도 두종류가 들어가있습니다. 피도 하늘하늘하면서도 속은 육향이 잘 느껴지는 소. 무난하지만 사실 이정도 완탕 내는 집 일본에서도 손에 꼽습니다.

스프를 본격적으로 떠먹으면서 맛을 음미해봅니다. 쇼유향은 생각보다 아주 부드럽게 다가오는 타입. 약한 산미와 나마쇼유에서 나오는 특유의 냄새가 너무 좋습니다. 후추와 생강을 과감하게 쓰는 타입이라고 하는데요, 그래서인지 첫입보다 점점 후반부로 가면서 스프를 떠먹을 수록 이 존재감이 커지면서 맛이 점차 두터워집니다. 절대로 후추나 생강의 향이 강하게 거슬리도록 올라오는 스타일이 아니구요. 삼겹 차슈에서 나오는 지방의 맛도 한 몫 하고있습니다.

완벽하게 젤라틴화된 노른자가 돋보이는 아지타마고까지. 특상으로 먹으면 보통 토핑들 중에 어느 하나가 아쉬운 경우가 많은데, 라멘 무로하우스는 제가 앞서 육각형 담려계라고 표현했듯이 모든 토핑들이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다 먹은 후에 아쉬웠던 점을 꼽으라면 정말 잘 생각해봐도 떠오르지 않는.. 게다가 면도 임팩트가 커서 테모미면으로 유명한 다른 최고 유명점들에 결코 꿀리지 않는 퀄리티였습니다.
일본도 우리나라도 새로 생긴 신점들의 경우 평균 정도만 되도 사실 만족한다고 표현을 하고, 그렇기에 재방문을 고민하는 곳은 정말 소수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이번에 방문한 무로하우스의 경우에는 다음 방문이 정말로 기대가 많이 될 정도로 만족도가 굉장히 높았고, 아직은 웨이팅도 길지 않아서 비교적 편안한 마음으로 (물론 오픈런시에) 방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담려계 라멘을 좋아하시는분, 그리고 라멘에서 면의 존재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 쇼유라멘 매니아들이라면 무조건 만족하시리라고 믿습니다.
구글지도 링크 :
https://maps.app.goo.gl/9oH5ckqQgu9oZ2MC6
RAMEN MUROHOUSE · 일본 〒136-0073 Tokyo, Koto City, Kitasuna, 4 Chome−19−19 北砂中央ビ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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