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비스] 차갑게 식혀도 무너지지 않는 오야토리(親鶏)의 힘, '오야토리 츄카소바 아야가와(親鶏中華そば 綾川 本店)'
PROLOGUE
"도쿄 에비스에 있는 테우치 오야도리 츄카소바 아야가와( 手打 親鶏中華そば 綾川)는 꽤나 독특한 포지션을 잡고 있는 곳이다. 닭 육수를 사용한 중화소바 집은 흔하지만, 이 집의 핵심은 일반 닭이 아닌 오야도리, 즉 산란을 마친 닭인 노계의 강한 감칠맛으로 승부를 본다는 점이다."

※ 본 포스팅은 직접 비용을 지불하고 방문한 식당만 기록합니다.광고·협찬은 일절 받지 않습니다.
안녕하세요. 욜의사입니다.
제 블로그는 단순히 유명한 식당을 나열하기보다, 직접 방문한 식당 중 개인적으로 의미 있다고 느낀 곳들을 기록하는 공간입니다.
맛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취향이 반영되는 영역이라 생각합니다. 제 글들을 읽어보시고 취향과 방향성이 비슷하다고 느끼신다면, 생소한 식당들도 만족하실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나치게 대중적인 맛집보다는, 음식의 개성과 스토리·조리 철학이 느껴지는 곳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 욜의사 취향 간단 스펙
☞ 양 : ★★★★☆ (성인 평균 이상 / 대부분 특 또는 추가 주문)
☞ 맵찔이 정도 : ★★☆☆☆ (매운맛 좋아하지만 극매운 단계는 어려움)
☞ 모험가정신 : ★★★★☆ (향신료·이국적 식재료 선호)
☞ 육식성 : ★★★★★
☞ 가성비 : ★★☆☆☆ (여행에서는 경험 우선)
☞ 특이사항 : 음주·흡연 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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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치킨이나 닭가슴살에 쓰는 닭인 와카도리(若鶏)는 살이 부드럽고 담백합니다. 그런 이유로 고기 자체의 부드러운 맛을 즐기는 여러 닭 요리에 사용되고 있는데요. 이에 반해 노계인 오야도리(親鶏)는 근육이 더 단단하고 닭 특유의 향이 진합니다. 고기가 부드럽게 녹는 듯한 질감이 아니라, 씹을수록 닭 육향과 감칠맛이 올라오는 닭고기라고 합니다. 라멘에서 이 오야도리는 쓰면 특징이 뚜렷한데요, 스프의 향이 와카도리보다 더 깊고, 약간은 구수하면서도 진한 닭의 감칠맛이 올라옵니다. 닭 차슈 토핑은 부드러운 느낌의 정반대로 쫄깃하면서도 단단한 식감을 가지고 있는데, 일본에서는 이를 코리코리(コリコリ), 즉 오독오독 또는 쫄깃한 느낌이라고 표현합니다. 한국 음식에서 비슷한 비유를 찾자면 어린 닭으로 끓인 맑고 깨끗한 느낌의 삼계탕보다, 오래 끓여낼수록 국물맛이 진하게 나오는 닭곰탕의 맛을 뽑아낼 수 있는 재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야가와 점주는?
아야가와는 노계를 취급하지만 본체만큼은 그래도 영계 축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20년 말 에비스에 문을 연 아야가와는 코로나 시기에 문을 연 신규 점포임에도 불구하고, 독특한 오야도리 스프와 아오타케 수타면이라는 뚜렷한 컨셉으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대나무를 이용하여 반죽을 눌러 만드는 수타면을 뜻하는 아오타케 테우치멘 (青竹手打ち麺)은 그 특유의 식감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기는 하지만 다양성이라는 무기를 가진 도쿄 라멘계에서는 이것이 장점으로 작용한 듯 합니다. 이후 TRY 라멘대상 신인상 쇼유 부문에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점주 카고시마 켄(鹿子島健)은 현재와 다르게 후쿠오카에서 돈코츠 라멘을 만들던 이력이 있습니다. 이러한 과거 이력은 아야가와 라멘의 쇼유라멘다운 맑은 스프 깊숙한 곳에 돈코츠 라멘계 출신 다운 동물계 감칠맛을 두텁게 깔아두는 설계를 통해 드러납니다.
가게명인 '아야가와(綾川)'는 카가와현의 지명에서 따온 것으로 보입니다. 카가와현은 일본에서도 오야도리(親鶏) 식문화가 깊게 자리 잡은 지역인데요, 특히 마루가메에서 시작된 호네츠키도리(骨付鳥) 문화의 영향으로, 어린 닭보다 씹을수록 감칠맛이 살아나는 오야도리를 즐겨 먹는 풍습이 널리 퍼져 있습니다. 아야가와가 가게 이름과 대표 재료로 모두 '오야도리'를 선택한 것도 이러한 카가와 지역의 식문화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 무슨 라멘을 파는 곳인가요?
오야도리 츄카소바

아야가와의 기본 메뉴인 오야도리 츄카소바(親鶏中華そば)는 화려한 토핑이나 강한 임팩트보다 오야도리라는 독특한 재료 본연의 힘으로 승부하는 스타일입니다. 국물은 오야도리와 닭뼈를 중심으로 우려낸 맑은 청탕을 베이스로 쇼유 타레를 더해 직선적이면서도 깊은 감칠맛을 뿜어냅니다. 스프를 마실수록 오야도리 특유의 진한 육향과 고소한 지방의 풍미가 천천히 입안을 채우며 축제가 펼쳐집니다. 여기에 아오타케 테우치멘(青竹手打ち麺)은 굵기가 불규칙한 모양으로, 얇은 부분은 부드럽게 스프를 머금고 두꺼운 부분은 쫄깃한 탄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토핑으로 올라가는 오야도리 차슈 역시 다른 라멘에서 올려주는 부드럽게 녹는 스타일의 수비드 차슈가 아니라 씹을수록 깊은 감칠맛이 배어 나오는 쫄깃한 식감의 차슈입니다. 을지로에 위치한 '평래옥'의 노계를 사용한 닭무침과 비슷한 느낌. 스프부터 면, 토핑까지 오야도리를 사용하여 만들 수 있는 가장 심플하게 직관적이면서도 맛있는 라멘을 목표로 설계했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제가 먹었던 메뉴는 여름 한정으로 판매하는 '히야시 오야도리 츄카소바(冷やし親鶏中華そば)로 980엔이라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만날 수 있었습니다.
¿ 가게 내부 분위기는?

점포 앞은 대기의자도 마련되어 있고, 개방감이 있는 공간입니다. 정문 좌측에 바로 보면 제면실이 보이는 구조구요, 내부에는 테이블석과 다찌석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생각보다 좌석수도 꽤 많은 편이구요.

가게의 대표메뉴들을 소개하고 있는 입간판도 있습니다. 우측이 제가 오늘 먹게 될 히야시 츄카소바입니다.

키오스크는 큰 글씨와 그림으로 직관적으로 메뉴를 고를 수 있게 짜여져 있습니다. 대부분의 메뉴가 가격이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으로, 곱배기인 오오모리를 먹어도 우리나라 돈으로 만원 남짓의 가격. 주문 방식은 키오스크를 통해서 메뉴를 주문한 후 직원에게 주문 종이를 보여줍니다. 그럼 직원이 무언가를 물어보는데 면을 어떤 종류로 할지를 선택해야합니다. 식권기를 보면 일반 츄카소바의 경우에는 츄부토멘과 고쿠부토멘, 즉 중태면과 극태면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안내에는 첫 방문시에는 츄부토멘을 추천한다고 써있습니다. 히야시의 경우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이 츄부토멘으로 서브가 되구요, 츄부토멘이지만 실제로 먹어보면 일반 라멘 기준으로도 꽤나 두께가 두껍고 넓은 수타면이 제공됩니다.

사용하는 재료들의 사진인 것으로 보이는.. 부시가 들어가는 군요. 맨 우측은 와사비인가요..? 아 사용하는게 아니라 지역 명물을 해놓은 것인가요.. ㅋㅋ

여러가지 가게의 재료 등을 설명하고 있는 내용.
본격적인 메뉴 탐방

오래 지나지 않아 라멘이 나왔습니다. 기본 히야시 오야토리 츄카소바. 토핑은 매우 단촐합니다. 단순하게 기본 라멘을 차갑게 식힌 라멘은 절대 아니구요, 표면의 기름층으로 봤을때는 기름의 맛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냉라멘입니다. 냉라멘은 따뜻한 라멘에 비해 온도와 향이 스프의 약점을 가려주기 힘든 정면승부 라멘이기에, 맛있는 냉라멘을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힘듭니다. 자칫하면 지방이 굳어버리고 감칠맛이 둔해지면서 향이 느껴지지 않게되어, 차가운 맹탕이 되기 일수입니다.

근데 이 곳의 스프는 다릅니다. 차가운 스프인데도 닭의 향과 감칠맛이 강하게 살아있습니다. 스프를 떠마셔보면 처음 혀 끝에는 쇼유의 짭짤한 감칠맛이 올라오고, 곧이어서 닭기름에서 유래된 것이 분명한 둥그스름한 감칠맛, 그리고 끝에는 오야도리 특유의 폭발적인 고소함과 투박한 향이 뒷 맛을 잡아줍니다.

동물성 기름의 사용을 줄인 다른 냉라멘과 달리 오히려 기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특유의 맛을 잘 살려냈습니다. 노란색의 진한 빛을 띄고 있는 치유의 층이 분명히 아주 선명하게 보입니다. 냉라멘인데도 기름이 굳지 않는 것은 여러가지 방법으로 얻을 수 있다고 하는데요, 아예 냉면처럼 낮은 온도인 2-4도 정도로 제공하는 것이 아닌 10도 언저리로 제공하게 되면 기름이 굳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합니다. 그리고 치유 자체를 정제해서 불순물을 제거하는 렌더링 작업을 거치면 굳지 않고 맑은 상태로 유지되기 쉽다고 합니다. 이건 어느 인터뷰에도 공식적으로 밝혀지지가 않았기 때문에 저도 찾아본 내용을 토대로 하는 추론일 분입니다만.. 어쨋든 이정도의 강한 맛을 냉라멘에서 선보인다는게 정말 대단하네요.

사진으로 보셔도 느껴지시겠지만 노계인 오야도리에서 뽑아낸 치유의 두께가 정말 상당합니다. 이 두께의 치유가 이 라멘의 고소한 맛의 정도를 단적으로 표현한다고 보셔도 무방합니다. 아 사진으로 봐도 또 먹고 싶어지는 비주얼이네요.

오야도리 특유의 쫄깃하면서도 저항감 있는 차슈. 차가운 냉라멘에 들어가니 중식 오향장육이나 노계로 만든 한국식 닭무침의 식감이 납니다. 턱관절을 움직여야하는 횟수는 늘어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좀 더 오랫동안 노계에서 베어나오는 감칠맛과 육향을 느낄수가 있습니다. 호불호 영역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천편일률적인 닭차슈가 아니어서 좋았습니다. 노릿함도 거의 안느껴지게 잘 조리가 되어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라멘의 또다른 주인공 면. 아오타케 수타면은 불규칙한 단면이 섞여있어서 얇은 부분에서는 스프를 잘 머금고, 굵은 부분에서는 스프맛보다는 밀향이 더 강하며 씹는 맛이 좋습니다. 이러한 질감이 차가운 스프를 만나면서 더 또렷해지는데요, 이는 안그래도 저항감이 센 면에 좀 더 저항감을 주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서는 너무 단단한 식감이라고 느낄 수 있습니다. 이것도 역시 호불호 요소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곳만의 아이덴티티가 잘 드러나는 면이어서 만족했습니다. 비슷비슷한 느낌의 도쿄 청탕 부들면에 질리기도 했구요 ^^;;

도쿄에 정말 많은 라멘집이 있고, 다양한 컨셉을 내세우는 집들이 많지만 아야가와만큼 그 독특한 컨셉을 유지하면서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곳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브레이크 타임이 없는 것도 아주 큰 장점이구요, 위치도 에비스 역에서 도보로 그리 멀지 않아 시간이 바쁜 관광객들에게도 방문하기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면이 떨어지면 조기종료한다고 하지만, 라멘 여행을 하는 중인 라오타라면 이 곳을 3시 경 방문하는 것을 가장 추천드립니다. 먹었던 냉라멘 중에 가장 감칠맛과 고소함이 강했던 냉라멘, 아야가와의 냉라멘이 그리워지는 뜨거운 여름입니다!
구글 지도 링크 :
https://maps.app.goo.gl/DtbW7iAdZxMevHoh9
테우치 오야토리 츄카소바 아야가와 · 일본 〒150-0013 Tokyo, Shibuya, Ebisu, 1 Chome−21−18 ライツ恵比
★★★★☆ · 일본라면 전문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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