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센다기] 27년간 자신만의 라멘을 만들어온 노포, '카무나비(神名備)'
PROLOGUE
"도쿄 라멘의 트렌드가 몇 차례나 바뀌는 동안, 묵묵히 자신만의 길만 걸어온 가게가 있다. 센다기에 자리잡은 카무나비(神名備, かむなび)는 1999년 문을 열었으니 어느덧 25년을 훌쩍 넘긴 노포지만, 흔히 떠올리는 클래식한 도쿄 쇼유라멘과는 거리가 멀다. 약재로나 쓸법한 재료와 향신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야쿠젠' (薬膳,やくぜん)의 뉘앙스, 그릇 밖으로 솟아오를 만큼 거대한 차슈, 그리고 요즘의 '서비스'라고 불리는 접객과는 결이 다른 안주인분의 정감가는 접객까지. 어느 하나 요즘 유행하는 라멘과 닮은 부분이 없다. 오히려 이러한 면 때문에 2026년, 지금 먹어도 카무나비는 이상할 정도로 새롭다."

※ 본 포스팅은 직접 비용을 지불하고 방문한 식당만 기록합니다.광고·협찬은 일절 받지 않습니다.
안녕하세요. 욜의사입니다.
제 블로그는 단순히 유명한 식당을 나열하기보다, 직접 방문한 식당 중 개인적으로 의미 있다고 느낀 곳들을 기록하는 공간입니다.
맛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취향이 반영되는 영역이라 생각합니다. 제 글들을 읽어보시고 취향과 방향성이 비슷하다고 느끼신다면, 생소한 식당들도 만족하실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나치게 대중적인 맛집보다는, 음식의 개성과 스토리·조리 철학이 느껴지는 곳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 욜의사 취향 간단 스펙
☞ 양 : ★★★★☆ (성인 평균 이상 / 대부분 특 또는 추가 주문)
☞ 맵찔이 정도 : ★★☆☆☆ (매운맛 좋아하지만 극매운 단계는 어려움)
☞ 모험가정신 : ★★★★☆ (향신료·이국적 식재료 선호)
☞ 육식성 : ★★★★★
☞ 가성비 : ★★☆☆☆ (여행에서는 경험 우선)
☞ 특이사항 : 음주·흡연 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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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무나비(神名備)라는 상호는 '신령이 깃드는 장소'를 뜻하는 옛 일본어에서 유래한 표현입니다. 1999년 2월 창업한 이 곳은 2000년대 초반부터 이미 도쿄 라오타들에게 이름이 알려져있던 곳 입니다. 현재는 다른 현대 도쿄 라멘들에 유명세가 가려져 있지만, 도쿄 내에서도 이렇게 오랫동안 본인들만의 노선을 유지하며 명맥을 유지하는 곳은 드뭅니다.
카무나비는 특정 유명 라멘점에서 갈라져 나온 현대적인 의미의 계보를 이야기하기는 좀 어려운 곳입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다른 라멘집과는 차별되는 다양한 향채, 약재료들과 무화조를 내세우는 독립적인 스타일로 화제가 되었고, 당시 유행하는 특정 라멘의 인기에 편승하기보다는, 주류 트렌드에서는 다소 비켜난 채 자신들의 방향성을 유지해 온 점이 카무나비가 롱런하며 사랑받는 비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라멘을 스타일을 보고 무화조에다가 쇼유라멘을 만든다고해서 이곳을 현재의 담려계나 노포계 쇼유라멘 중 하나로 단순히 묶기는 어렵습니다. 과거부터 구기자, 감초, 계피, 진피 등 한방과 향신료 소재들을 사용하며 이 곳 만의 독자적인 스타일을 완성해 온 곳이기도 하구요, 간혹 어떤 분들은 산더미처럼 쌓아올려진 숙주와 고기 토핑등으로 인해 '지로 인스파이어계'의 고급 버전이 아니냐는 의문을 품는 분들도 있는데, 가게의 역사로 보면 지로계에서 파생된 것이 아닌 원래부터 본인들만의 독창적인 라멘을 만들던 주인이 메뉴를 업그레이드 시키며 지금의 모습에 도달한 것이라고 합니다.
"카무나비(神名備)"의 점주 이야기

다나카(田中)씨로 불리는 카무나비의 점주는, 메뉴의 변천사를 보면 어떤 라멘을 추구하는 사람인지 알 수 있습니다. 20년이 넘는 오랜 기간동안 운영해온 가게지만, 유행에 맞춰서 메뉴를 변모시키기보다는 원래의 인기메뉴마저도 본인의 마음에 들지 않거나 가게의 색에 맞지 않으면 내려버릴 정도로 장인 기질이 다분한 사람입니다. 실제로 개점 초기에 점포의 간판 메뉴였던 황금빛을 띄는 '카무나비 소바(神名備そば)'를 제공하는 라멘의 가격과 비용을 고려했을 때 계속해서 유지하기 힘들다고 판단해서 과감하게 없애버렸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 무슨 라멘을 파는 곳인가요?

과거의 유명메뉴인 카무나비 소바는 현재 판매하고 있지 않습니다만, 현재의 간판 메뉴인 쇼유라멘을 주문했습니다. 동물계와 어패류의 맛이 모두 느껴지는 스프와 다소 진한 간장을 베이스로 만든 타래가 돋보이는 쇼유라멘이 이 곳의 대표메뉴입니다. 구운파와 튀기듯이 태운 파의 향이 스며들어있는 향미유는 투박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줍니다. '약선 라멘'이라는 별명이 어울릴 정도로, 중국계 향신료와 약재를 넣어 조리한 거대한 차슈가 돋보입니다. 이렇듯 강렬한 인상을 가지고 있지만만 화학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은 무화조 라멘으로 실제로 먹었을 때는 좀 더 얌전한 맛이라는 것이 재밌습니다.
¿ 가게 내부 분위기는?

다찌석과 테이블석이 적절하게 배치된 구조로, 오래된 가정 요리 식당에 온 듯 험블한 인테리어를 갖추고 있습니다. 요즘은 거의 정석처럼 되어버린 키오스크도 없고, 모든 주문은 구두로 진행하며 계산도 계산대 앞에 서면 안주인분께서 직접 금액을 받고 거스름돈을 올려주십니다. 친근한 노포의 느낌이 가득한 분위기.
다찌에 앉아보면 메뉴에 대한 설명도 손수 그려서 붙여두셨습니다. 설명문도 다 자필로 쓴 거 같네요. 이런 소품들이나 인테리어 하나하나가 요즘 시대에 찾을 수 없는 카무나비만의 독특한 매력을 완성하는 것 같습니다.

입구 옆쪽에는 더운 날 손님들이 기다릴 수 있도록 의자를 따로 배치해 둔 모습도 보입니다. 손님들이 자리에 앉자마자 차갑게 준비해둔 물수건을 준비해주시는 것도 대접받는 느낌이 나서 매우 좋았습니다.

투명 가림막이 설치된 계산대에 서서 계산을 하고 있으면 요즘은 잊고 살았던 옛 식당들의 정취가 느껴집니다.
본격적인 메뉴 탐방

주문한지 10여분만에 받아본 이 곳의 대표 메뉴 쇼유라멘입니다. 가격은 1,900엔. 험블한 분위기에 비해 상당히 높게 느껴지는 가격입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지로계가 연상될 만큼 토핑의 양이 엄청납니다. 산처럼 쌓인 숙주인 모야시를 가운데 축으로, 두껍게 조리된 차슈를 숙주에 기대어 올린 것이 특징입니다.

한눈에 봐도 꽤나 두툼한 스타일의 차슈는 팔각과 약재의 향이 다분히 묻어나는 스타일로 부드럽게 으스러지는 스타일은 아닙니다. 오히려 감자탕 고기가 떠오를 정도로 퍽퍽살의 비중이 높은 스타일. 고기 자체의 포셔닝이 큰 스타일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만족하실 수 있으나 족발등의 쫀득함이나 일반적인 지로계의 푹 익은 차슈 스타일을 선호하시는 분들에게는 추천드리기 힘드네요. 저도 개인적으로는 비주얼 적인 면에서는 만족했으나 고기 자체는 감자탕 고기가 떠올라 좀 실망감이..

고기가 이렇게 두덩이나 올라와있어서 꽤나 포만감이 있습니다.

스프는 구운 대파와 튀긴 파 등 파의 향이 꽤나 잘 느껴지는 쇼유 라멘 스프입니다. 색만 봤을때는 코이구치를 강하게 사용한 느낌이어서 두터운 맛일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클리어한 스타일. 염도나 감칠맛의 강도도 그렇게 센 편은 아니구요, 편안하게 마실 수 있는 스프입니다. 가게의 전체적인 느낌과 일맥상통하는 옛날 스타일의 쇼유 스프네요.

향미유층이 두텁게 올려져있는 스타일은 아니고, 유층이 구슬처럼 분리되어 올라와있습니다. 보시다시피 색은 꽤나 진하지만 먹었을 때 느껴지는 첫 맛은 굉장히 둥그스름한 스타일. 동물계의 묵직한 감칠맛보다는 다시에서 나오는 은은한 우마미가 좀 더 주된 것 같습니다.

숙주는 아삭하니 잘 조리되었지만 음.. 이 숙주의 존재가 안그래도 둥그스름한 스프의 맛을 좀 더 연하게 하는 느낌은 있네요. 확실히 먹기에는 편안하고, 토핑의 양도 많아서 포만감있게 먹기 좋지만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라멘은 아닙니다.

면은 꽤나 꼬불감이 느껴지는 중면입니다. 옛날 스타일처럼 간스이 때문인지 노르스름한 빛깔이 유독 눈에 띕니다. 우리가 옛날 영화에서 보는 중화소바의 빛깔에 알맞는 면과 간장의 색이 충실합니다. 꽤나 두께감이 있지만 스프를 잘 머금어서 갈색 빛깔마저 띄네요.

숙주와 파, 거대한 차슈등 토핑의 존재감이 크기 때문에, 이런 중면이 아니라 세면이었다면 면의 존재가 묻혀버렸을 것 같습니다. 오랜 세월 쌓아올린 라멘 답게 조화가 좋습니다.

근데 토핑도 많고, 면의 양도 상당한 편이다보니 본격적으로 먹어보려고 이렇게 한번 저었더니 도저히 감당이 안되는 비주얼로..ㅋㅋ 제가 이 날 힘든 노동을 마치고 먹는 첫 번째 끼니, 첫 번째 라멘이었다면 좀 더 맛있게 먹었을 것 같은데, 히타무키라는 최신 라멘을 만족스럽게 먹고 온 터라, 완식하게가 매우 힘들었네요. 죄송하게도 어느정도 남기고 올 수 밖에 없었다는..
종합적으로 보았을 때, 제가 생각했을 때는 라멘의 컨셉과 방향이 제가 좋아하는 라멘의 방향과는 충돌한다고 느껴졌습니다. 사실 속이 편안한 옛날 스타일 라멘도 좋은 곳이 있고, 토핑이 푸짐한 곳도 강점이 있는 곳이 있을 수 있는데요. 속이 편안한 라멘은 요즘 유행하는 도쿄식 담려계 라멘들이 좀 더 메리트가 있다고 느껴지고, 토핑이 푸짐한 곳은 이런 속편한 맛보다는 강렬한 지로계 등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입니다. 속이 편안하면서 토핑이 푸짐하다는 건 어찌보면 각각의 방향을 좋아하는 고객층이 충돌하는 느낌이었어요.
"카무나비(神名備)"는 누구에게 추천할 만한가
✅ 전형적인 도쿄 탄레이계와 다른 라멘을 찾는 분
✅ 팔각 등 향신료를 좋아하는 분
✅ 차슈의 존재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
✅ 뻔한 ‘계보’보다 독자적인 라멘을 찾아다니는 라오타
✅ 음식뿐 아니라 오래된 일본 노포의 따스한 접객을 경험하고 싶은 분
❌ 숙주가 많이 들어간 라멘을 싫어하는 분
❌ 연식(連食) 일정 중 가볍게 한 그릇 추가하려는 분
❌ 가격 대비 ‘정교한 최신 라멘’을 기대하는 분
구글 지도 링크 :
https://maps.app.goo.gl/uKWogyXmG2CuLHpR9
카무나비 · 4 Chome-21-3 Sendagi, Bunkyo City, Tokyo 113-0022 일본
★★★★☆ · 일본라면 전문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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