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with David/도쿄

[도쿄/고마고메] 카레 명점에서 20년, 독학 라멘으로 TRY를 휩쓴 '라멘3000(らーめん3000)'

욜의사 2026. 8. 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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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도쿄의 라멘 명점들을 찾아다니다 보면, 점주의 ‘계보’를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어디에서 수련했고 누구의 라멘을 배워 바통을 이어받았는지가 그릇의 성격을 설명해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마고메(駒込)의 라멘3000(らーめん3000)은 조금 다르다. 라멘에 관한 커리어는 조금도 없는 점주가 독학으로 만든 라멘야라는 스토리인데, 오픈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TRY 신점대상 종합 3위에 올랐다. 알고 보니 이 사람, 요리 초보가 아니었다."

 

 

※ 본 포스팅은 직접 비용을 지불하고 방문한 식당만 기록합니다.광고·협찬은 일절 받지 않습니다.

 

안녕하세요. 욜의사입니다.
제 블로그는 단순히 유명한 식당을 나열하기보다, 직접 방문한 식당 중 개인적으로 의미 있다고 느낀 곳들을 기록하는 공간입니다.
맛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취향이 반영되는 영역이라 생각합니다. 제 글들을 읽어보시고 취향과 방향성이 비슷하다고 느끼신다면, 생소한 식당들도 만족하실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나치게 대중적인 맛집보다는, 음식의 개성과 스토리·조리 철학이 느껴지는 곳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 욜의사 취향 간단 스펙

☞ 양 : ★★★★☆ (성인 평균 이상 / 대부분 특 또는 추가 주문)
☞ 맵찔이 정도 : ★★☆☆☆ (매운맛 좋아하지만 극매운 단계는 어려움)
☞ 모험가정신 : ★★★★☆ (향신료·이국적 식재료 선호)
☞ 육식성 : ★★★★★
☞ 가성비 : ★★☆☆☆ (여행에서는 경험 우선)
☞ 특이사항 : 음주·흡연 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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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멘3000(らーめん3000)"의 점주 이야기

 

라멘3000은 2025년 4월 12일 고마고메에 문을 열었습니다. 점주는 이바라키현 미토 출신의 모리 준이치(森淳一). 20살에 도쿄로 올라와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비롯하여 여러 음식점을 거쳤고, 이후 진보초 카레의 상징적인 명점 에티오피아(エチオピア)에 들어갑니다. 아르바이트로 시작해 사원이 되고, 결국 모든 점포를 총괄하는 점장까지 올라 상품 개발에도 관여하며 무려 20년을 보냈습니다.

 

그렇다고 점주가 라멘과 전혀 연관없는 인생을 살아온 것은 또 아닙니다. 모리씨는 18세 무렵부터 라멘 도서를 사들고 도쿄의 유명 라멘집을 찾아다녔던 라오타였고, 집안 역시 라멘과 어느 정도 인연이 있었습니다. 도자기점을 운영했던 본가의 거래처에 중화요리점이 많았고, 요리를 하던 외숙모는 스프부터 면, 차슈까지 직접 만들어 라멘을 대접했다고 합니다. 모리 자신도 이를 따라 라멘을 만들어보곤 했다고 인터뷰에 밝힌바 있습니다. 즉 라멘야에서의 수련 경력은 없지만 요리실력이 뛰어난 사람이 오랫동안 본인이 좋아해서 먹고 만들어온 '라멘 오타쿠형 요리사'에 가까운 셈입니다.

 



본격적으로 자신의 라멘을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오픈 약 10년 전. 재미있는 것은 시오가 쇼유보다 먼저 완성됐다는 점입니다. 연구를 시작한 지 약 3년 만에 본인만의 스타일을 살린 시오 라멘을 완성했고, 쇼유 라멘을 완성하기까지는 약 5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이후 당시 근무하던 에티오피아 측에도 언젠가 라멘집을 열기 위해 그만두겠다는 뜻을 미리 밝혔고, 20년간의 카레 경력을 뒤로하고 독립하여 문을 연 곳이 바로 라멘 3000입니다. 

 

가게 이름 ‘3000’에도 별 의미가 없을 것 같지만 의외의 출처가 있습니다. 점주가 100개가 넘는 상호를 고민하다 샤워 중 불현듯 떠올랐다고 하는데요, 재즈 뮤지션 선 라(Sun Ra)의 앨범 『Disco 3000』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기억하기 쉽고 검색하기 좋은 숫자라는 점도 고려했다고 합니다. ‘라멘’을 한자가 아닌 히라가나 らーめん으로 표기한 것은 획수의 길흉까지 고려한 선택이었다고 합니다.

 

제가 방문한 당시 날짜를 기준으로 타베로그 평점 3.82로 라멘집으로는 매우 준수한 점수를 보여주고 있으며, 이는 오픈 1년 남짓 된 가게라는 점을 생각하면 상당히 빠른 상승세입니다.

 

¿ 무슨 라멘을 파는 곳인가요?

 

라멘3000에서 판매하는 라멘은 크게 시오라멘과 쇼유라멘, 그리고 츠케소바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라멘3000에서 한 그릇만 먹는다면 시오 라멘(塩らーめん)을 먹어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메뉴 중 하나가 아니라 모리가 자신의 라멘을 연구하며 가장 먼저 완성시킨 레시피이기 때문입니다. 

 

이 집을 돋보이게 하는 또하나의 포인트는 바로 아침 9시부터 영업하는 '아침 라멘'을 가능하게 하는 곳이라는 점입니다. 높은 완성도로 트라이에서 상위권 랭크로 수상할 정도의 집이 아침부터 수준 높은 라멘을 내놓는다니. 도쿄를 여행하는 끼니 수가 제한적인 라오타들에게는 아침부터 기분좋은 출발을 할 수 있는 훌륭한 옵션입니다. 

 

제가 선택한 것은 역시 이 곳의 시오라멘이었습니다. 

 

¿ 가게 내부 분위기는?

 

 

가게 내부는 다찌석 좌석과 테이블석으로 적당히 구성되어있었습니다. 저는 9시가 막 넘어서 입장했는데 제 뒤부터는 대기를 해야할 정도였어요. 아주 대기열이 긴 라멘야는 아니지만, 이 아침에 애매한 시간에 먹을 수 있다는 이점으로 주변 동네 사람들부터 여행객들까지 많이 찾아오는 곳이니 웬만하면 오픈런을 추천드립니다. 

 

먹고 나올대쯤되니 현지인들과 외국인들이 줄지어 서있는 모습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본격적인 메뉴 탐방

 

 

제가 주문한 시오라멘(1,100엔) 나왔습니다. 라멘을 마주쳤을 때 첫 느낌은 아침 라멘에 어울리는 굉장히 차분한 모양새의 라멘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재미난건 보통 라멘집들과 다르게 시오라멘이 쇼유라멘보다 비싸다는 점. 들어간 재료의 차이일까요? 스프를 따로 준비하진 않을텐데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구성은 두종류의 차슈와 파, 소송채, 멘마, 김의 클래식한 구성입니다. 

 

파는 담려계 스타일의 센기리한 모양새는 아니구요, 우리에겐 친숙한 송송 썰어낸 대파입니다. 아침라멘이라 차분해보인다 말씀드렸지만 향미유 층도 꽤나 존재감이 있는 편입니다. 그리고 스프 자체의 빛깔 자체가 연하기보다는 브라운한 느낌이 나는 고쿠한 느낌. 

 

스프

 

스프에는 닭·돼지의 동물계(動物系) 스프와 니보시(煮干し), 부시류(節類), 다시마(昆布), 표고버섯(椎茸), 조개류(貝類) 등 여러 재료가 레이어를 쌓았습니다. 타베로그 리뷰들을 찾아보면 시오에서 특히 조개의 우마미가 쇼유보다 선명하게 드러난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재첩인 시지미(しじみ)를 사용했다고 하는데요, 아마도 가격 차이가 이런 부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지.. 

그래서 이 스프는 흔히 생각하는 ‘조개 시오 라멘’처럼 조개향만 강하게 느껴지는 타입과는 조금 다릅니다. 첫 숟갈에서는 시지미와 조개류의 감칠맛이 도드라지지만, 먹다 보면 니보시와 부시, 다시마, 동물계의 바디감이 한층 한층 더 강하게 느껴지면서 그 레이어를 느낄 수 있게 해줍니다. 

 

차슈

 

기본 시오에도 두툼한 돼지 차슈가 두 장 들어갑니다. 사용되는 돼지고기는 브랜드 돼지고기인 이와츄부타(岩中豚)로 알려져 있습니다. 두께가 상당하면서 씹는 맛과 육향이 강한 차슈였습니다. 얇은 저온조리 차슈를 여러 장 펼치는 요즘 스타일과 달리 두께감있게 고기를 썰어내어 고기를 씹는 맛을 느끼게 해주는 타입입니다.

 

지방층도 도드라지는데 이 부분의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었어요. 근데 마냥 기름진 느낌은 아니고 좀 더 고기를 먹는다는 느낌을 주었던 차슈. 

 

소송채인 코마츠나는 서걱한 식감이 좋았습니다. 쌉싸름한 맛이 강하게 느껴지는 타입은 아니었어요. 

 

멘마는 아주 뛰어나다는 느낌은 아니었고, 넓게 잘라내어 조린 타입입니다. 

 

 

면(麺)은 이 곳에서 직접 뽑아낸 자가제면(自家製麺)입니다. 일반적인 시오 라멘의 가는 세면보다 확실히 존재감이 있는 스타일로 약간 히라우치(平打ち)가 들어간 중세~중태 스트레이트에 가깝고, 표면은 매끈합니다. 면을 씹어보면 모치모치한 질감과 탄력이 살아있으면서도 저항감은 적은 훌륭한 면이었습니다. 섬세하고 맑은 스프임에도 불구하고 면에서도 강한 면모를 보이는 라멘이었습니다. 이런 면의 장점은 면을 씹을때마다 밀의 단맛이 서서히 올라온다는 점인데, 스프도 꽤나 잘 코팅을 해내서 먹는 내내 면에 대해서 훌륭하다는 인상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 괜찮은 아침 라멘집을 찾겠다는 마음으로 다소 가볍게 찾아간 라멘집이었지만, 그 완성도에 크게 놀랐던 곳 입니다. 지금껏 도쿄를 다니면서 여러 아사라 전문점을 찾아다녀봤지만, 라멘 3000만큼 만족한 곳은 없었습니다. 물론 이 곳이 시오라멘이 유명한 곳이지만, 다음에 방문한다면 츠케소바도 꼭 한번 먹어보고싶네요. 도쿄에서 아침 라멘을 고민하고 계신다면 주저없이 추천드릴 곳입니다. 


라멘3000(らーめん3000)은 누구에게 추천할 만한가

 

✅강한 타레보다 섬세하고 다양한 레이어를 느끼며 먹는 라멘을 좋아하는 분
✅ 시지미·조개 계열의 시오를 좋아하지만 지나치게 조개향만 강한 스타일은 싫은 분
✅ 자가제면의 밀맛과 탄력을 중요하게 보는 분
✅ 얇은 저온조리 차슈보다 두툼하고 씹는 차슈를 좋아하는 분
✅ 아침에 완성도 높은 청탕을 드시고 싶은 분

 

❌강한 염도나 향미유가 폭발하듯 터지는 시오를 원하는 분
❌ 조개향이 매우 직선적으로 강한 카이케이(貝系) 라멘을 원하는 분
❌ 청탕을 먹을 때 저가수 세면을 선호하시는 분

 

구글 지도 링크 : 

https://maps.app.goo.gl/P1DpRneHLw3Sa2FS6

 

Ramen 3000 · 일본 〒170-0003 Tokyo, Toshima City, Komagome, 1 Chome−16−10 Roux Bil 101号室

★★★★☆ · 일본라면 전문식당

www.goog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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