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하마/토츠카] ‘라멘 귀신’이 남긴 유산, '시나소바야 본점(支那そばや 本店)'
PROLOGUE
"일본 라멘을 오래 먹다 보면 결국 한 번쯤 이름을 마주치게 되는 사람이 있다. ‘라멘 귀신(ラーメンの鬼)’ 사노 미노루(佐野実). 지금의 일본 라멘에서 너무나 당연하게 이야기하는 일본의 국내산 밀, 자가제면, 생산자를 찾아가 직접 고른 식재료, 라멘을 단순한 국수가 아니라 하나의 요리로 바라보는 태도. 그 흐름의 선구자 중 한 명이 사노 미노루였고, 그가 1986년 본인이 추구하는 라멘을 만들기 위해 시작한 가게가 바로 시나소바야(支那そばや)다."

※ 본 포스팅은 직접 비용을 지불하고 방문한 식당만 기록합니다.광고·협찬은 일절 받지 않습니다.
안녕하세요. 욜의사입니다.
제 블로그는 단순히 유명한 식당을 나열하기보다, 직접 방문한 식당 중 개인적으로 의미 있다고 느낀 곳들을 기록하는 공간입니다.
맛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취향이 반영되는 영역이라 생각합니다. 제 글들을 읽어보시고 취향과 방향성이 비슷하다고 느끼신다면, 생소한 식당들도 만족하실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나치게 대중적인 맛집보다는, 음식의 개성과 스토리·조리 철학이 느껴지는 곳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 욜의사 취향 간단 스펙
☞ 양 : ★★★★☆ (성인 평균 이상 / 대부분 특 또는 추가 주문)
☞ 맵찔이 정도 : ★★☆☆☆ (매운맛 좋아하지만 극매운 단계는 어려움)
☞ 모험가정신 : ★★★★☆ (향신료·이국적 식재료 선호)
☞ 육식성 : ★★★★★
☞ 가성비 : ★★☆☆☆ (여행에서는 경험 우선)
☞ 특이사항 : 음주·흡연 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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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소바야(支那そばや)는 왜 중요한가?
사노 미노루는 처음부터 라멘 장인이었던 사람이 아닙니다. 고교 졸업 후 17년간 양식 요리사로 일했고, 쉬는 날 라멘을 먹고 직접 만들다가 1986년 8월 6일 후지사와 쿠게누마(鵠沼)에 시나소바야를 열었습니다. 첫 2년은 장사가 상당히 어려웠지만 이후 입소문을 타게되면서 점점 성장했고, 1990년에는 이미 외식업계 전문잡지에 맛집으로 소개될 정도로 성장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여기서 라오타에게 중요한 건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사노가 남긴 방법론입니다. 사노 미노루는 당시 라멘업계에서는 흔치 않았던 '순종 나고야 코친(純系名古屋コーチン)'을 찾아 쓰고, 본인이 라멘에 사용하는 식재료들의 생산 현장을 직접 찾아가 확인하며 식재료를 선택했습니다. 1990년대에는 일본산 밀 하루유타카(ハルユタカ)에 매료돼 자가제면에 뛰어들었고, 제면실에 1,200만 엔, 제면기에 400만 엔을 투자할 정도로 당시 라멘 업계의 현실을 생각하면 파격적인 투자를 감행했기도 합니다. 국산 밀의 특성을 파악해 만족할 만한 면을 만드는 데만 약 8년이 걸렸다고 하니 그의 음식과 재료에 대한 집착을 잘 알 수 있는 대목이지요. 이러한 면모가 많은 라멘업계 관계자들이 아직도 사노 미노루를 현대 일본 라멘의 선구자로 보는 이유일 것입니다.

현재의 토츠카 본점은 2008년 11월 문을 연 곳으로, 1986년의 원점포 그 자체가 아니라 사노의 철학과 레시피를 이어가는 본사 같은 개념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타베로그는 이 글을 쓰는 날짜 기준으로 3.78, 2025 가나가와 라멘 백명점(ラーメン KANAGAWA 百名店)에도 선정돼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재미있는 변화도 놓칠 수 없는데요, 제가 방문한 날도 운이 좋아 짧게 인사를 나눌 수 있었지만, 사노 미노루의 제자인 스기모토 야스시(杉本康志)씨가 본인의 라멘 가게인 라멘 스기모토(らぁ麺 すぎ本)에서 시나소바야 본점 주방으로 돌아와 라멘을 만들고 있습니다.
¿ 무슨 라멘을 파는 곳인가요?

현대 도쿄 청탕 라멘의 큰 흐름을 따라 올라가면 만나게 되는 가게인 만큼, 판매하고 있는 메뉴는 여느 라멘집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쇼유라멘과 시오라멘을 판매하고 있고, 여기에 더해 계절에 따라 츠케소바나 제가 이번에 먹은 연어포를 이용한 샤케다시 라멘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여름 후반에는 제가 정말 먹어보고 싶었던 복숭아를 이용한 라멘도 판매한다고 하는데 정말 어떤 맛인지 궁금합니다. 아무튼! 저는 시나소바야에서 10년 넘게 꾸준히 한정메뉴로 사랑받고 있는 '한정 사케다시 라멘(限定 鮭だしらぁ麺)'을 주문했습니다. 가격은 1,300엔.
¿ 가게 내부 분위기는?

가게 내부는 여럿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 좌석과 다찌 좌석이 반반 정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라멘야들과는 다르게, 테이블 석들도 어느정도 가림막 정도가 될 수 있는 벽을 사이에 두고 있어서, 나름의 프라이버시는 지켜지는 독특한 구조였습니다. 라멘집보다는 소바집에 가까운 배치였다고나 할까요.

자리마다 놓여진 얼음물과 젓가락. 젓가락을 보관하는 기물에도 시나소바야의 이름이 적혀있습니다.

그리고 가게 곳곳에 남아있는 사노 미노루의 흔적들. 진정한 라오타들의 성지 순례 코스답게 조용히 사노 미노루의 사진이 걸린 이 포스터를 사진찍고 가게를 나서는 이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물론 저두요 ㅎㅎ

“면은 남자, 스프는 여자(麺は男、スープは女).”
라멘의 귀신 사노 미노루(佐野実)가 남긴 유명한 대사입니다. 다소 시대적인 비유지만, 그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결국 면과 스프의 관계였다고 합니다. 면이 한 그릇의 골격과 개성을 세운다면, 스프는 그 면을 감싸며 서로 다른 재료의 맛을 하나로 연결한다는, 어느 하나가 주인공이 아니라 둘이 만났을 때 비로소 한 그릇의 라멘이 완성된다는 것이 사노가 생각했던 라멘이었습니다. 요즘 시대에는 조금 마초적인 표현이라 느껴질 수 있겠네요 ㅎㅎ
본격적인 메뉴 탐방

제가 주문한 라멘이 나왔습니다. '한정 사케다시 라멘(限定 鮭だしらぁ麺)'. 이 메뉴의 핵심은 사케부시(鮭節), 즉 연어포 입니다.
사노 미노루가 홋카이도 시레토코 라우스(知床羅臼)에서 만들어지는 사케부시를 접하고 이를 이용한 라멘을 개발하여 2012년 9월부터 판매했다고 합니다. 최근 만들어진 한정이 아니라 이미 10년 넘게 이어져 온 시나소바야의 또 다른 시그니처 메뉴에 가까울 정도인데요, ‘한정(限定)’ 카테고리로 분류되어 있지만 많은 이들이 시나소바야에 들르면 꼭 먹어봐야할 메뉴로 꼽습니다.

라멘 가운데에 쌓아올려진 잘게 썬 흰 대파 시라가네기(白髪ねぎ)를 올리고, 그 위에 샤케부시를 얇게 케즈리부시(削り節) 형태로 올려내었네요.

스프
사실 이번 일정에서 가장 처음 먹은 라멘이 히타무키의 샤케다시 라멘이었어서, 자칫 둘의 캐릭터가 겹치거나 히타무키의 샤케다시 향이 더 세게 기억에 남아 묻혀버리면 어쩌나라는 걱정을 했습니다. 하지만 걱정과 달리 연어 특유의 둥글고 은근한 감칠맛과 단맛이 굉장히 인상깊었던 스프였습니다. 처음 혀에서 느껴지는 맛은 꽤나 직선적인 쇼유의 향과 염도감이 마치 연못에 물결이 퍼지듯 서서히 다양한 향으로 퍼지듯 진행되고, 이윽고 동물계의 둥근 바디가 느껴진 뒤에 사케부시의 어패류계 감칠맛이 맛의 후반부를 길게 받쳐주는 구조였습니다. 히타무키에서는 감칠맛의 폭발을 느꼈다면, 시나소바야에서는 특정 재료가 과시되는 것보다 여러 재료의 감칠맛들이 서로 상승 작용을 일으키는 그의 조리 철학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던 경험이었습니다.

면
많은 이들이 시나소바야에서 스프 이상으로 주목하는 부분인 면. 최근에 도쿄에서 대유행을 일으키고 있는 부들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부들면보다는 시바사키테이 스타일의 다소 저가수에 가까운 면을 좋아하지만, 이 부들부들한 스트레이트 세면이 샤케다시의 독특한 스프와 절묘하게 잘 어울립니다.
스트레이트 세면이 면선을 유지하면서도 부드럽게 휘어지고 표면에 스프를 얇게 코팅한 채로 딸려올라옵니다. 강한 코시(コシ)보다는 매끄러운 목넘김인 노도고시(喉越し), 그리고 밀의 향과 질감, 스프와 함께 먹었을 때의 일체감이 중시된 느낌입니다.

차슈
지방과 살코기가 명확히 나뉘면서도 육질이 상당히 부드럽고, 지방층은 거의 반투명하게 풀어져 있는 스타일입니다. 불향이나 얇게 슬라이스해서 레어한 육향을 강조하는 현대적인 차슈가 아니라 스프 안에서 지방이 천천히 풀리면서 동물성 감칠맛을 더하는 고전적인 니부타(煮豚) 쪽에 가깝습니다. 사노 미노루는 과거부터 야마가타 히라타목장(平田牧場)의 돼지고기를 사용해온 것으로 알려져있는데 이 차슈도 그 곳에서 왔을까 생각해봅니다 ㅎㅎ

아삭한 코마츠나는 도쿄식 청탕을 먹을 때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죠.

요즘 라멘에서 흔히 보는 아주 부드럽게 처리된 호사키멘마(穂先メンマ)와 달리 섬유질의 식감이 꽤 살아 있습니다.

시나소바야를 지금 현대적인 기준으로만 먹으면 의외로 “생각보다 평범한데?”라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일본산 밀을 사용한 자가제면, 그리고 산지를 직접 찾아가 계약하는 생산자 지정식 프리미엄 식재료, 브랜드 원육들을 이용한 차슈, 천연 다시 소재의 조합과 같은 현대 프리미엄 청탕 라멘집에서는 어떻게보면 당여한게 행하고 있는 일들이 사노 미노루 시절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던 관례였습니다.
그래서 시나소바야를 방문하는 것은 ‘2026년 가장 임팩트가 큰 라멘’을 먹으러 가는 것이라기보다, 현대 일본 라멘이 어디에서 왔는지, 그 기원을 방문하고 역사를 경험하는 것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시나소바야(支那そばや)는 누구에게 추천할 만한가
✅사노 미노루와 일본 라멘의 역사를 경험하고 싶은 분
✅ 어패류 다시의 섬세한 감칠맛을 좋아하는 분
✅ 부드럽고 매끄러운 일향이 느껴지는 자가제면을 좋아하는 분
❌은은하기보다는 강한 연어향을 기대하시는 분
❌ 부들면을 싫어하시는 분
❌ 강렬하게 인상에 남는 자극을 좋아하시는 분
구글 지도 링크 :
https://maps.app.goo.gl/rYkRCXa13kYFAB15A
시나소바야 · 6002-2 Totsukachō, Totsuka Ward, Yokohama, Kanagawa 244-0003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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