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하마] 요시무라야가 남긴 첫 번째 직계, '스기타야(杉田家)'
PROLOGUE
"요코하마에서 이에케 라멘(家系ラーメン)을 이야기하면서 스기타야(杉田家)를 빼놓기는 어렵다. 맛있는 이에케 라멘집이라는 의미를 넘어, 이에케의 역사를 현재까지 전승하고 있는 가게이기 때문이다. 요시무라야(吉村家)가 태어난 신스기타(新杉田), 그리고 그 본점이 요코하마역으로 자리를 옮기던 시기에 이곳에 문을 연 요시무라야 직계 제1호점(吉村家直系一号店). 지금도 스기타야는 그 계보를 상징하는 라멘을 만들고 있다."

※ 본 포스팅은 직접 비용을 지불하고 방문한 식당만 기록합니다.광고·협찬은 일절 받지 않습니다.
안녕하세요. 욜의사입니다.
제 블로그는 단순히 유명한 식당을 나열하기보다, 직접 방문한 식당 중 개인적으로 의미 있다고 느낀 곳들을 기록하는 공간입니다.
맛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취향이 반영되는 영역이라 생각합니다. 제 글들을 읽어보시고 취향과 방향성이 비슷하다고 느끼신다면, 생소한 식당들도 만족하실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나치게 대중적인 맛집보다는, 음식의 개성과 스토리·조리 철학이 느껴지는 곳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 욜의사 취향 간단 스펙
☞ 양 : ★★★★☆ (성인 평균 이상 / 대부분 특 또는 추가 주문)
☞ 맵찔이 정도 : ★★☆☆☆ (매운맛 좋아하지만 극매운 단계는 어려움)
☞ 모험가정신 : ★★★★☆ (향신료·이국적 식재료 선호)
☞ 육식성 : ★★★★★
☞ 가성비 : ★★☆☆☆ (여행에서는 경험 우선)
☞ 특이사항 : 음주·흡연 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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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알고 계신대로 이에케 라멘의 시작은 1974년 요시무라 미노루(吉村実)가 창업한 요시무라야(吉村家)입니다. 돼지뼈와 닭을 진하게 우린 강력한 동물계 스프에 쇼유타레(醤油ダレ), 중태면을 조합한 스타일이 직계점과 직계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家’라는 이름을 가진 가게들을 열면서 그 숫자가 늘었고, 이것이 오늘날 이에케(家系)라는 장르로 자리 잡았습니다.
스기타야의 창업자는, 많은 분들이 이봉기님의 유튜브로 봤기에 그 얼굴마저 친숙한 츠무라 스스무(津村進)씨 입니다. 요시무라야에서 혹독한 수행한 뒤 1999년 9월 27일 스기타야를 개업했고, 요시무라 미노루에게 공식적으로 인정 받은 직계 제1호점이 되었습니다. 요시무라야는 그 직후인 1999년 10월 신스기타에서 요코하마역 서쪽으로 이전했다고 알려져있습니다. 즉, 이에케가 태어난 동네에서 본가가 떠난 자리를 사실상 직계 1호점이 이어받은 셈입니다.
스기타야는 이제는 요시무라야의 직계임과 동시에 하나의 유명한 라멘야로서, 현재는 신스기타 본점 외에도 치바 유코(千葉祐光), 치바역 앞(千葉駅前)에 츠무라씨의 자녀들이 점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스기타야(杉田家)의 점주 이야기
츠무라 스스무씨의 이력은 일반적인 라멘 장인들과는 상당히 다른 독특함이 있습니다. 여러 라멘 전문 매체와 공영 방송 자료들에 따르면 츠무라씨는 도쿄대 출신으로, 졸업 후에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일했다고 합니다. 회사원 시절부터 상당한 라멘 애호가였고, 지인에게 이끌려 당시 신스기타의 요시무라야를 먹은 경험이 인생의 방향을 바꾸었다고 전해집니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흔한 ‘엘리트 회사원이 라멘에 반해 라멘집 사장으로 성공했다’는 성공담처럼 들리는데요, 사실 츠무라씨는 회사를 그만두고 바로 요시무라야로 간 것도 아니었습니다. 여느 엘리트들이 그렇듯이 자신이 라멘집을 차리면 분명 잘할거라는 생각에 본인이 직접 라멘집을 열었던 것이죠.
치바 후나바시(船橋)에 '라멘 마루요시(ラーメンまるよし)'라는 자신의 라멘집을 호기롭게 열었지만 장사는 잘되지 않았습니다. 손님을 끌기 위해 메뉴를 이것저것 추가하다 보니 라멘 전문점으로서의 방향성도 흐려졌고, 결국 평범한 중화요리점에 가까워졌다는 회고가 남아 있습다. 본인의 첫 라멘집은 결과적으로 대실패.
그리고 자신의 방식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경험삼아, 다시 밑바닥부터 라멘을 배우기 위해 찾아간 곳이 요시무라야였습니다.

1999년 당시 요시무라야는 지금처럼 단순히 유명한 라멘집 정도가 아니었습다. 이에케라는 스타일 자체를 만들어낸 요시무라 미노루가 직접 주방을 진두지휘하고 있었고, 제자 교육이 극단적으로 엄격하기로 유명했습다. 저희가 아는 유튜브 영상 속 그 장면처럼요.
츠무라씨는 1999년 4월경 신스기타에서 영업중이던 요시무라야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있고, 바로 이 시기를 촬영한 것이 유명한 TV도쿄 다큐멘터리입니다.
1999년 방영된 요시무라야 수행 다큐에는 실제로 츠무라씨가 등장하구요, 함께 중심적으로 등장하는 또 한 사람이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이시카와 사토시(石川聡)씨 입니다.
재료 손질, 청소, 영업 준비, 스프 관리, 면 삶기, 유키리(湯切り, 면털기), 손님 응대까지 요시무라야라는 가게를 굴리는 방식을 몸에 익히는 과정을 가감없이 보여준 이 다큐는 라오타들에게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특히 요시무라 미노루의 교육 방식은 지금 기준으로 보면 상당히 충격적이었습니다. 고성과 거친 질책은 물론 물리적으로 제자들을 어루만져주는 장면까지 방송에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이 다큐의 진짜 재미는 마지막에 있었는데, 마치 처음에는 수행기를 보여주는 것처럼 스타트를 끊었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스기타야라는 새로운 가게의 탄생으로 이어집니다.

여담이지만 이후 이시카와씨는 스기타야를 떠나 2001년 마치다에서 토키와야(ときわ家)를 열며 독립했다고 전해지며 이후 토키와야는 폐점했다는..
¿ 무슨 라멘을 파는 곳인가요?

스기타야가 판매하는 라멘은 우리가 현재는 당연하게 알고 있는 이에케 라멘의 전형과도 같습니다. 갈색의 돈코츠쇼유(豚骨醤油) 스프, 진하게 뽑아낸 치유, 굵은 면, 차슈, 호렌소(ほうれん草,시금치), 노리(海苔, 김). 이에케 라멘 하면 떠올리는 바로 그 모습입니다.
스기타야 공식 홈페이지에서 츠무라씨는 자신들이 지향하는 것을 ‘언제까지나 맛있다는 말을 들을 수 있는 라멘’이라고 설명하면서, 선대의 맛을 지키고 '기본'에 충실하게 재현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이 ‘기본’에는 꽤 세세한 작업까지 포함되어있습니다.
공식 홈페이지에 유키리(湯切り)를 별도의 항목으로 설명할 정도. 단순히 면의 물을 제거하는 작업이 아니라 면에 남은 수증기까지 날려 면과 스프의 완성도를 좌우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1999년 다큐에서 요시무라 미노루가 제자들에게 반복해서 몸에 익히게 했던 ‘기본’이 지금도 가게가 자신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요소로 남아 있는 셈입니다.
¿ 가게 내부 분위기는?

스기타야는 종이 식권이 아니라 사진처럼 재사용 플라스틱 식권(プラ券)가 나오는 구식 자판기를 아직 쓰고 있습니다. 흰색은 밥을 시킬 때 나오는 식권이구요, 주황색은 일반 라멘용 식권입니다. 차슈멘을 시키면 핑크색으로 나온다네요 ㅋㅋ

좌석은 모두 다찌좌석이고, 다 먹은 그릇은 이렇게 바로 앞에 올려두고 자기가 먹은 자리를 대충 슥 닦고 나가는 구조입니다. 일본에서는 이게 이제 당연한 곳들이 많은데 한국에서 이랬다간 난리나겠죠 ㄷㄷ
본격적인 메뉴 탐방

주문하자 마자 먼저 나온 것은 마부시동(まぶし丼). 밥 위에 잘게 풀어낸 고기와 타레, 키자미노리(刻み海苔, 잘게 썬 김)를 올린 메뉴입니다.

곁다리 재료들을 이용해서 마카나이 처럼 만들어낸 메뉴지만 이게 또 은근 스프에 김을 적셔 싸먹으면 별미라는.. 마부시동은 밥을 먹을 배를 억지로 만들어서라도 추가하는 걸 추천드립니다.

이윽고 라멘까지 나왔습니다. 기본 라멘은 가격이 무려 960엔이라는. 정말 착한 가격이네요.

스프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스프의 질감입니다. 완전히 백탁·유화(乳化)시켜 점도를 올린 현대적인 농후 이에케와는 다른 모습. 갈색의 스프 표면에 치유(鶏油, 닭기름)가 떠 있고, 그 아래 동물계 스프가 받치고 있습니다. 스기타야가 공식적으로 내세우는 것도 ‘키레가 있는 쇼유 돈코츠(キレのある醤油豚骨)’라고 합니다. '키레'는 단순히 짜다는게 아니라 맛이 또렷하고 날렵하게 치고 들어오면서, 입안에 무겁게 질질 끌리지 않고 깔끔하게 끊기는 인상을 말한다고 하네요.
결국 이 곳 스프의 핵심은 단순히 ‘진하다’가 아니라 쇼유타레(醤油ダレ)의 짠맛과 향이 먼저 치고 들어오는 키레(キレ), 돼지뼈의 육향과 바디감, 닭에서 나오는 감칠맛, 그리고 치유가 만드는 진한 향과 둥근 지방감이 순서대로 레이어가 되어 쌓이는 것입니다.

스프를 떠올린 렌게를 보면 스프가 크림처럼 불투명한 것이 아니라 미세한 지방구가 떠 있는 것도 잘 보입니다.

면
면은 정통 이에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카이제면(酒井製麺). 중태에서 태면의 사에 정도에 있는 굴기. 평평한 단면. 짧은 면선(麺線). 불규칙한 웨이브. 사카이제면 특유의 모찌모찌한 탄력과 스프와의 일체감이 좋습니다. 이에케라고 무조건 카타메(硬め)를 외우듯 주문하는 것보다는 스기타야를 처음 먹는다면 후츠(普通, 보통)부터 먹어보는 게 오히려 재미있다고 하는 분들도 있으니 취향껏 주문하시면 되겠습니다.

시금치인 호렌소. 따로 추가를 안했는데도 양이 꽤 되는 편입니다. 스프와 치유를 흡수해서 먹기 때문에 진한 쇼유와 동물성 지방을 채소의 수분과 풋향으로 한번 끊어주는 역할을 하네요.

차슈
직계점의 포인트인 차슈. 지방이 많은 바라(バラ)보다 살코기 중심의 넓은 부위이고, 내부에 옅은 핑크색이 남아 있습니다. 직계 이에케의 특징 중 하나인 훈연향(燻香)을 입힌 차슈입니다. 기름진 차슈로 스프의 농도를 더하는 역할보다는, 씹을 때 나오는 돼지고기 특유의 육향과 훈연향이 강한 쇼유 스프 사이에서 별도의 향을 만들어냅니다. 그래서 차슈를 처음부터 먹는 것과 스프에 잠시 담가두었다 먹는 인상이 꽤 다른게 특징입니다.

먹다가 중간에 다시마 식초를 추가하면 아까 보이던 지방 입자들이 식초에 의해 미세하게 분해가 되면서 맛도 한층 더 바뀌게 됩니다.

마무리는 역시 스프에 적신 김을 마부시동에 감싸서 듬뿍. 만족스러운 아침식사였습니다.
모든 음식들이 그렇듯이 한국에 들어와 최근 인기가 많은 장르이다보니, 국내에서 먼저 이에케를 경험하고 본토로 가서 먹게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 또한 그런 입장이었는데, 본토에서 처음 이에케를 먹었을 때의 느낌을 되돌이켜보면, 생각보다 국내 이에케집들도 잘하고, 현지 이에케집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더 하드코어하지는 않았다는 기억입니다. 실제로 스기타야도 스프에서 진한 점도가 느껴지기보다는 오히려 좀 더 찰랑이는 느낌의 이에케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돼지의 뼈 맛과 타레에서 오는 감칠맛, 그리고 키레 자체에서 오는 현지의 차별화된 맛이 인상 깊게 남았습니다. 그렇게 입이 아프게 말하는 현지의 원물 차이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지만, 원물보다도 이런 재료들을 가공하고 유통하는 과정 자체가 우리나라와 다르기에 생기는 차이가 아닐까라는 개인적인 생각이.. 어쨌든 원조 이에케를 맛보고 싶은 라오타라면 반드시 방문해야하는 장소인 건 변함 없습니다. 그리고 아침 일찍 가는게 저녁 늦게보다 맛이 더 좋다는 후기가 많으니 꼭 참고하시길!
스기타야(杉田家)는 누구에게 추천할 만한가
✅ 이에케 라멘의 원형과 계보를 직접 먹어보고 싶은 분.
✅ 훈연향이 분명한 차슈와 사카이제면 특유의 짧고 굵은 면을 좋아하는 분.
✅ 쇼유타레의 선명한 존재감, 동물계의 감칠맛, 치유의 향이 각각 살아 있는 직계 스타일을 좋아하는 분.
❌ 돈코츠 스프가 크리미하고 부드럽게 유화된 현대적인 이에케를 좋아하는 분.
❌ 간장의 염도감이나 동물계 향에 민감한 사람
❌ 웨이팅에 민감한 분. (랜덤이긴 하지만 대기가 길 땐 정말 길다.)
구글 지도 링크 :
https://maps.app.goo.gl/MCf8Vaeb2DV8UB3L9
스기타야 · 3-5 Shinsugitacho, Isogo Ward, Yokohama, Kanagawa 235-0032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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