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이케부쿠로] 매주 바뀌는 한정 메뉴를 전개하는 라멘집, 'ROCK’ANDO 六感堂'
PROLOGUE
"라멘 위에 가지를 올린 걸까, 아니면 가지 요리를 완성하기 위해 라멘을 깔아둔 걸까? 2026년 8월, 이케부쿠로의 ROCK’ANDO(六感堂)를 찾았다. 이날 맛본 메뉴는 흔히 마주할 수 있는 형태의 냉라멘이 아니었다. 8월 14일부터 16일까지, 고작 사흘만 판매한 냉제 가지 아게비타시 니보시소바(冷製茄子揚浸し煮干そば). 게다가 내가 방문한 16일은 마지막 날이었다. 이 한정 메뉴가 재미있는 이유는 롯칸도가 오랫동안 다듬어 온 니보시(煮干し), 시로쇼유(白醤油), 야마구치야 제면소(山口や製麺所)라는 조합 위에 일본 여름 요리인 가지 아게비타시(茄子揚げ浸し)를 통째로 올렸다는 것에 있다. 단순하게 ‘가지가 올라간 냉 니보시’가 아니라, 롯칸도라는 라멘야가 지난 10여 년간 가다듬은 조합을 꽤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메뉴였다."

※ 본 포스팅은 직접 비용을 지불하고 방문한 식당만 기록합니다.광고·협찬은 일절 받지 않습니다.
안녕하세요. 욜의사입니다.
제 블로그는 단순히 유명한 식당을 나열하기보다, 직접 방문한 식당 중 개인적으로 의미 있다고 느낀 곳들을 기록하는 공간입니다.
맛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취향이 반영되는 영역이라 생각합니다. 제 글들을 읽어보시고 취향과 방향성이 비슷하다고 느끼신다면, 생소한 식당들도 만족하실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나치게 대중적인 맛집보다는, 음식의 개성과 스토리·조리 철학이 느껴지는 곳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 욜의사 취향 간단 스펙
☞ 양 : ★★★★☆ (성인 평균 이상 / 대부분 특 또는 추가 주문)
☞ 맵찔이 정도 : ★★☆☆☆ (매운맛 좋아하지만 극매운 단계는 어려움)
☞ 모험가정신 : ★★★★☆ (향신료·이국적 식재료 선호)
☞ 육식성 : ★★★★★
☞ 가성비 : ★★☆☆☆ (여행에서는 경험 우선)
☞ 특이사항 : 음주·흡연 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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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CK’ANDO 六感堂의 이야기
롯칸도는 이에케(家系)나 지로계(二郎系)처럼 특정 유명점에서 수행하고 독립한 가게는 아닙니다. 점주의 이름은 와타나베 나오키(渡邊直樹). 와타나베씨는 호텔과 이자카야 등지에서 요리를 경험한 뒤 라멘 학교를 졸업했고, 2014년 4월 23일 히가시이케부쿠로(東池袋)에 첫 번째 가게인 멘야 롯칸도(麺屋 六感堂)를 열었습니다.

초창기 롯칸도를 상징하던 메뉴는 꽤 파격적이었습니다. 바로 유글레나를 반죽에 넣어 녹색을 띠던 그린멘(グリーン麺). 우리나라로 치면 클로렐라 반죽을 이용한 냉면 같다고나 할까요. 홋카이도산 밀과 유글레나를 이용한 면에 다시마, 니보시, 가쓰오부시 등을 조합한 어패류계 스프를 사용했고, 당시부터 일반적인 라멘집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소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이후 2019년 니시이케부쿠로 중화소바 롯칸도(中華そば 六感堂)를 추가로 열게되었고, 2022년 4월 30일 히가시이케부쿠로 본점을 폐점하게 됩니다. 그리고 2022년 9월 14일 중화소바 롯칸도 또한 영업 종료한 뒤에 2022년 9월 16일 두 점포의 콘셉트를 통합해 현재 위치에 ROCK’ANDO라는 이름으로 리뉴얼 오픈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ROCK’ANDO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시기는 2019년의 중화소바 롯칸도(中華そば 六感堂)입니다. 초대 멘야 롯칸도가 유글레나면처럼 실험적이고 세련된 이미지가 강했다면, 2호점은 옛날식 중화소바(中華そば)를 토대로 하면서도 희귀한 재료를 한정 메뉴에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방향으로 전개했습니다.
특히 당시 니보시 라멘에서도 니보시 육수, 시로쇼유, 야마구치야 제면소의 국산밀을 사용한 면이라는 조합으로 이미 메뉴를 냈던 기록이 있습니다.
¿ 무슨 라멘을 파는 곳인가요?

제가 방문한 2026년 8월 16일은 이름도 긴 '냉제 가지 아게비타시 니보시소바(冷製茄子揚浸し煮干そば)'를 한정메뉴로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가격은 1,800엔. 8월 14일부터 16일까지 단 3일간만 판매됐고 제가 먹은 16일이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롯칸도는 일반적으로 금요일부터 다음 목요일까지 주간 한정(週替限定)메뉴를 전개하는데, 이 메뉴는 그보다도 짧은 3일짜리 스페셜이었습니다.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매장 메뉴판에 적힌 구성에 대한 설명이 꽤 구체적이었습니다.
[다시(出汁)]
올리브 이리코(オリーブイリコ) × 시로쇼유 타레(白醤油たれ) × 가지 향미유(茄子香味油)
[곁들임(あしらい)]
긴 가지 아게비타시(長茄子揚げ浸し) × 닭 차슈(鶏チャーシュー) × 묘가(茗荷) × 생강(生姜) × 스다치(酢橘) × 만능파(万能葱)
[면(麺)]
야마구치야 주문제작 가는 면(山口や特注細麺)
¿ 가게 내부 분위기는?
가게 내부는 넓은 편은 아니었고, 모두 다찌 좌석으로 이루어져있었습니다. 키오스크 없이 바로 구두로 주문하는 방식이었고, 핸드폰을 이용한 paypay 결제 등 캐시리스 결제도 가능한 곳이었습니다. 가끔 이렇게 구두로 주문하는 곳을 만나게 되면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당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점주는 과하지 않게 친절한 느낌이었고, 라멘 사진을 찍는 것에 대해서도 관대한 편이었습니다. 나름 단골들도 많아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가게 소개에 영어로 같이 써놓는 걸 보니 서양 관광객들도 많이 유치하려는 모습같았어요.
본격적인 메뉴 탐방

메뉴를 설명하기에 앞서 메뉴명에 적힌 단어들의 의미부터 자세하게 이해를 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냉제(冷製, 레이세이)는 차갑게 만든 요리, 가지(茄子, 나스)는 말 그대로 가지, 그리고 아게비타시(揚げ浸し)는 재료를 기름에 익힌 뒤 다시에 담궈 맛을 흡수시키는 일본의 조리법입니다. 실제로 그릇에는 그릇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가지가 양쪽으로 펼쳐져 있습니다. 그리고 이 가지가 니보시 스프와 따로 노는 것을 막아주는 연결고리가 가지로 만든 향미유인 나스 코미아부라(茄子香味油)입니다. 육수에는 이리코, 타레에는 시로쇼유, 토핑에는 가지가 들어갑니다. 여기에 향미유까지 가지를 사용함으로써 스프와 메인 토핑 사이에 일체감을 위핸 하나의 장치를 마련한 셈입니다.

묘가와 생강이 가지 위로 듬뿍 올려져있구요, 스다치도 함께 보입니다. 아래쪽에는 닭차슈도 같이 올려져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녹색 계열이 부각되는 라멘이었어요.

면기의 글씨마저도 녹색. 가지 향미유가 꽤나 두텁게 올려져있습니다.

각도를 바꿔서 찍으니 더욱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한 그릇.

스프
스프의 구조는 올리브 이리코 다시(オリーブイリコの出汁), 시로쇼유 타레(白醤油たれ), 가지 향미유(茄子香味油)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여기서 좀처럼 보기 힘든 재미있는 재료가 올리브 이리코(オリーブイリコ)입니다. 이름만 보면 올리브 오일을 입힌 니보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가가와현의 이부키 어업협동조합(伊吹漁業協同組合)과 가가와현 산업기술센터가 공동 개발한 것으로, 니보시를 삶는 자숙공정(煮熟工程)에 사용하는 염수에 쇼도시마(小豆島)산 올리브 잎을 넣었다고 합니다.
요즘은 은근히 자주 보이기에 익숙할 수 있는 시로쇼유(白醤油)는 일반적인 우스쿠치쇼유(淡口醤油)보다도 색이 옅은 호박색이 나는 쇼유로, 비교적 담백하면서 은은한 단맛과 특유의 향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진한 코이쿠치쇼유(濃口醤油)보다 이리코의 색과 향을 살리면서 염도와 단맛을 조율할 수 있어 사용한 것 같습니다. 이 시로쇼유 때문인지 니보시 계열의 스프이지만 일반적인 짙은 갈색이나 탁한 빛깔이 아닌 투명한 호박 빛깔에 가까운 색을 보여줍니다.
스프를 맛보면 꽤나 선명하게 느껴지지만 비리거나 쓴맛이 튀지 않는 니보시의 맛이 느껴지면서 채소에서 우러나온 듯한 상쾌한 단맛, 그리고 시로쇼유가 이 두 가지를 묶어주는 감칠맛으로 마무리해줍니다. 확실히 가지로 뽑은 향미유의 역할이 큰데요, 이 스프와 위에 올라간 여러가지 토핑들간의 가교 역할을 톡톡해 해줍니다. 기름지지만 상큼한 맛의 신선한 스프 였습니다.

메인 토핑인 크고 아름다운 가지. 기름을 머금은 가지가 다시까지 흡수하면서 상당한 맛의 밀도를 가지게 되고, 여기에 묘가(茗荷)·생강(生姜)·스다치(酢橘)·가느다란 쪽파에 가까운 만능파(万能葱)가 달라붙어 맛을 더해줍니다. 이 향채들이 만들어내는 야쿠미(薬味)는 니보시 향을 더 세게 만든다기보다는 기름과 다시를 머금은 가지를 끝까지 질리지 않게 먹도록 만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한 입 크게 베어물면 묘가와 생강이 강한 임팩트를 주고, 스다치의 산미가 후반부 입안을 클렌징 해줍니다.

차갑게 조리된 스프 안에 담긴 닭 차슈는 매우 촉촉하게 조리되었지만 살코기의 결은 느껴지는 차슈였습니다. 베어 물었을 때 숭덩 씹혀버리는 가지 토핑과는 대비되는 식감으로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면
면은 야마구치야에 특별 주문한 가는 면(山口や特注細麺)입니다. 과거 중화소바 롯칸도 시절에도 니보시 라멘에 야마구치야 제면소(山口や製麺所)의 일본산 밀을 사용한 중세 스트레이트면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이번 한정 메뉴에서는 그보다 가는 호소멘(細麺)을 선택했습니다. 근데 똑 막 그렇게 가늘다는 느낌은 없었네요.
차갑게 처리된 가는 면은 스스로 존재감을 과시하기보다는 묽은 냉제 스프와 향미유를 촘촘하게 끌어올립니다. 무엇보다 그릇 안에 가지라는 존재감 맥스인 메인 토핑이 있기 때문에 굵고 존재감 강한 면까지 들어갔다면 각각의 요소가 서로 싸웠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스프를 끌어올림과 동시에 묘가와 생강 등 향채들도 같이 끌어올려 다양한 라멘의 요소들을 스프를 먹을때와 면을 먹을때 둘다 일체감을 느끼며 먹을 수 있게 만들어줍니다.

이번 도쿄 일정의 첫 라멘으로 선택한 롯칸도의 냉라멘. 사실 한정메뉴가 야채를 활용한 냉라멘이라는 말에 발걸음을 망설인 것도 사실이지만, 다양한 라멘을 경험해본다는 측면에서 도전했었고 결과적으로는 성공적이었습니다. 짧은 주기동안 한정 메뉴를 바꿔내는 라멘야의 경우에 단골들에게는 장점으로 작용하지만 자주 방문하기 힘든 여행자들에게는 단점으로도 분명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인데요, 그래도 이번 같은 경우에는 롯칸도의 정체성을 십분 발휘해서 제공한 한정 라멘이었다는 점에서 이 가게의 매력을 충분히 느꼈기에 다음 방문을 기약할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야채를 활용한 라멘이라기에 육식파들이나 도파민 넘치는 라멘을 좋아하는 분들이 심심하지 않을까 우려할 수 있지만, 스프 구성에 대해 설명드렸다싶이 그 감칠맛의 깊이가 한국에서는 접하기 힘든 복합적인 레이어가 쌓여있는 라멘이니, 기회가 되신다면 방문 일정에 전개하는 이벤트 라멘의 종류를 한 번 보시고 고민 후 방문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ROCK’ANDO 六感堂는 누구에게 추천할 만한가
✅ 니보시를 좋아하지만 강한 쓴맛보다 맑고 섬세한 스타일을 좋아하는 분
✅ 라멘에서 계절 식재료를 어떻게 해석하는지 보는 것을 좋아하는 분
✅ 한정 라멘/창작 라멘을 찾아다니는 분
❌ 진하고 강한 니보시의 쓴맛과 어분의 질감을 기대하는 분
❌ 고기, 차슈가 임팩트있어야 만족하는 분
❌ 가지 특유의 부드러운 식감이나 기름을 머금은 채소를 싫어하는 분
구글 지도 링크 :
https://maps.app.goo.gl/XXBo3KdCLpDEGMkm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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