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금동맛집] 춘추전국평냉시대, 초심자도 부담없는 평양냉면 '옥돌현옥'
제 블로그 맛집 관련 글을 읽으시기전에 읽어주세요.
1. 개인적으로 직접 비용을 지불하고 방문한 식당만 포스팅합니다. 광고는 일절 받지 않습니다.
2. 맛이란 개인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감각이기에 개개인이 느끼는 맛이 다를 수 있습니다. 제 글들을 읽어보시고 본인이 지향하는 방향과 맛집 리스트업이 비슷하다면, 제가 포스팅하는 생소한 식당들도 분명 만족하시리라 믿습니다.
3. 너무 대중적인 맛집은 선호하지 않습니다. 이미 제 블로그 글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노출되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4. 저의 취향에 대해 간략하게 스펙(?)을 첨부하니 보시고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즐찾하시면 분명 맛집 찾는데 도움이 되시리라 생각합니다.
☞ 스펙 : 180cm / 90kg
☞ 양 : ★★★★☆ (성인 기본보다 잘먹습니다. 모든 식당 메뉴 특으로 주문.)
☞ 맵찔이 정도 : ★★☆☆☆ (매운 맛 좋아하지만, 어느 식당이나 최고 매운맛은 못먹음. 땀 많이 흘림.)
☞ 모험가정신 : ★★★★☆ (고수 포함 각종 향신료는 잘 먹으나, 개인적으로 혐오스런 재료는 못먹음. Ex) 벌레)
☞ 육식성 : ★★★★★
☞ 가성비 : ★★☆☆☆ (여행에서는 꼭 먹어봐야할 건 비싸더라도 먹어보자는 주의. 평소는 가성비.)
☞ 특이사항 : 현재 간헐적 단식중. 음주/흡연 안함.
☎ 기타 욜의사에 대해 더 알고싶은 스펙이 있다면 성심성의껏 답변드리겠습니다.
PROLOGUE
1월에 자녀 출산 이후에 정말 눈코뜰새없이 시간이 지나간 것 같습니다. 블로그 글을 올릴 시간도 부족했지만, (체력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새로운 업장들을 찾아다닐 여건이 되지 않아 그동안 뜸했습니다. 그래도 잊지않고 찾아주시는 이웃님들께 감사인사 드립니다 ㅎㅎ
4월부터 폭염이 시작된다는 뉴스들 때문인지 갑작스럽게 당기는 음식이 냉면이었습니다. 보통 냉면집들의 전성기는 6월 초 경이 되야 찾아오는 경우가 많은데요, 계절 메뉴들도 여름메뉴 한정으로 내놓는 음식들은 보통 초여름이나 늦봄이 되야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날씨 변화탓인지 올해는 4월부터 여름메뉴를 가동하는 업장들이 많아지는것이 보입니다. 참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는...
아무튼 평양냉면의 계절이 비공식적으로(?) 돌아왔습니다. 사실 평양냉면만큼 논란이 많은 한국 전통 음식도 드물다고 봐도 무방한데요, 애호가들과 불호가들의 갈등이 가장 심한 음식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ㅎㅎ 혹평가들은 "걸레빤 물을 뭐하러 그돈주고 먹냐"는 의견과 "만드는 정성과 그 특유의 감칠맛이 있다." 는 애호가들의 논쟁은 끝이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 안성재 쉐프 유튜브에서도 평냉에 관해서 지인들과 이야기하는 장면이 나왔었죠 ㅎㅎ
이렇듯 논란이 많은 음식이지만, 저에겐 어려서부터 할아버지와 같이 먹던 추억이 깃든 음식이라 개인적으로 극호인 음식입니다. 갑작스런 평양냉면의 관심과 인기때문에 전통적인 강호(?) 업장에 방문하는 것이 점점 힘들어졌다는게 아쉬울 뿐입니다.
이런 와중에 평냉의 인기를 반증하듯이 많은 신생 업장들이 생겨나고 있는데요, 업계에서 오랜 경력을 쌓으신 직원분들이 나와서 만든 경우도 있고, 큰 규모의 투자를 받아서 기업 수준으로 업장을 넓혀나가는 곳들도 있습니다.
오늘 방문할 옥돌현옥은 그 중에서도 2025년 미슐랭 가이드에 빕 그루망 (합리적인 가격에 맛볼 수 있는 훌륭한 음식점)에 소개된 집이란 점과, 저의 어릴적 고향과도 같은 동네인 오금동에 위치한 점이 저의 발길을 향하게 만들었습니다.
https://guide.michelin.com/kr/ko/seoul-capital-area/kr-seoul/restaurant/okdol-heyonok
옥돌현옥 – Seoul - 의 미쉐린 가이드 레스토랑
옥돌현옥 – 빕 구르망; 합리적 가격에 훌륭한 음식 미쉐린 가이드 한국 2025 - 레스토랑의 정보, 가격 및 음식의 스타일, 오픈 시간 등을 미쉐린 가이드 공식 웹사이트에서 찾아보세요.
guide.michelin.com
¿ 메뉴소개?
평양냉면 맛집으로 알려진 만큼 식사 메뉴부터 우선 살펴보았습니다.
가장 상단에 위치한 것은 역시나도 평양냉면.
날이갈수록 가파르게 상승하는 평양냉면 가격을 볼 때 이정도는 이제 평균적인 가격이라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우래옥에 비하면 혜자같은 느낌마저 드네요.. 그리고 이 집의 자랑인 순메밀 100% 면을 고려했을 때, 충분히 괜찮은 가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순메밀면에 진심인 분들을 위한 곱배기 가격도 4천원만 추가하면 말그대로 곱배기를 주다보니, 매우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냉면보다 따끈한 국물이 필요하신 분들을 위한 국밥과 만둣굿도 준비되어있는 점은 좋았습니다.
손만두도 보통 한접시/반접시 단위로 판매하는경우가 많은데, 혼자온 혼냉족들을 위해 2개단위로도 판매해주시는 점도 매우 큰 가산점으로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여담이지만 손만두가 개당 2천원인 셈인데, 최근 점화되고 있는 백종원 대표의 골목식당 솔루션에서 수제 만두 6개를 2천원 받으라고 한 것은 정말.... 긴말하지 않겠습니다..
요리메뉴로 넘어옵니다.
정통 평양냉면집을 표방하는 곳이라면 요즘 필수로 판매하는 메뉴들이죠. 어복쟁반과 소/돼지고기를 이용한 수육들입니다. 가격은 여타 업장과 비교했을 때 비슷한 수준이구요, 특이한 점은 동해안 가자미식해를 판매하고있다는 점입니다. 사실 이 가자미 식해도 이북음식중에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거든요. 저도 할아버지가 이북 출신이셔서 어렷을 적부터 접하였지만 평양냉면집에서 가자미 식해를 만나보다니 뜻밖의 만남에 반가움이 ㅎㅎ
오늘은 홀로왔으니 요리 메뉴들은 입맛만 다시지만 추후에는 꼭 도전하러 오기로 다짐해봅니다.
계절메뉴로 판매하시는 돼지곰탕과 온면도 겨울철 따뜻한 음식을 찾으시는 어르신들에게는 좋은 선택지가 될 것 같습니다. 주류 및 음료 가격대는 요즘 음식점 표준 정도인 것 같구요, 콜키지는 10,000원을 받으시네요. 평냉/어복쟁반과 와인 마시는게 또 묘미입니다 ㅎㅎ
오늘 선택한 메뉴는 이집의 메밀 면을 흠뻑 느끼고 싶어서 평양냉면 곱배기로 정했습니다.
제육 반이나 만두 2개와 같이 먹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았지만.. 온전히 면을 맛보고 평가해보고 싶었습니다.
근데 사실 이렇게 면이 많이 나올줄은 몰랐다는 사실 ㅎㅎ 곱배기가 양이 그냥 좀더 많은게 아니라, 기본 평양냉면에 나오는 면 덩어리가 정확하게 딱 2개가 나옵니다. 면 먹다가 배터지는줄 알았습니다.
¿ 오늘의 메뉴?
기본찬으로 나오는 메뉴중에 평냉집 중에서는 특이하게 양배추 절임이 나옵니다. 뭔가 중국집에서 나오는 것 같기도하고.. 특이하긴 했으나 평냉과 잘 어울리나? 라는 생각은 좀 들었습니다. 양배추도 조금 더 숨이 죽어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심심할 때 집어먹을 순 있겠지만 굳이 리필하지는 않을 것 같은 느낌..
무절임은 함흥과 평양을 막론하고 항상 나오는 반찬이지요 ㅎㅎ 있으면 먹지만 없다고 찾지는 않는 반찬입니다.
드디어 나온 오늘의 주인공 평냉느님.. 여름의 주인을 뵙습니다...
비주얼적으로 보았을 때는 을지면옥이 떠오르는 담음새입니다. 뿌려진 고춧가루와 파를 보아도 을지면옥이 떠오르는.. 고명으로 사태 2조각과 달걀 반개가 올라가있습니다. 그리고 앞서 말씀드린대로 곱배기를 시켯더니 그냥 두덩이가 나와버리는 ㄷㄷ...
고명중에 단연 돋보였던 건 이 사태수육인데요, 평양냉면이던 함흥냉면이던 같이 내주는 이 고명이 보통은 육수를 내고 난 후에 사태를 따로 냉장보관해두었다가 썰어주는경우가 많아 매우 퍽퍽하고 차가운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날 옥돌현옥에서 맛 본 고명은 온도감도 좋았고, 무엇보다 사태고명이 굉장히 부드럽고 쫄깃했습니다. 여타 우후죽순 생기는 평냉집들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느낌이라 매우 감동... (물론 이날 나온 고명이 삶아낸지 얼마 안된 것이어서 유별날 수 있는 점은 참고 부탁드립니다.)
가까이에서 다시 보아도 정말 많은 메밀면의 양.. 그런데 아까 말씀드린대로 담음새는 을지면옥의 느낌이 풍겼지만 맛본 육수는 의외로 좀더 현대적인(?) 맛이었습니다. 을지면옥이 흔히 걸레빤 밍밍한 물의 원조격인데, 이곳은 소고기 육향이 진하게 베어있는 의외로 간간한 육수였습니다. 초심자들에게는 아무래도 간간한 국물이 더 접근성이 높은게 사실이지요.
가장 중요한 면발을 보니, 메밀 100% 제면시에 느껴지는 툭툭 끊어지는 식감과 구수한 향이 일품이었습니다. 예전 강원도에 방문하여 막국수집에서 추가금을 내고 주문했던 순면만큼 하늘하늘한 면은 아니었지만, 적당히 굵기도 유지되면서 식감도 툭툭 끊어지는 순메밀면을 잘 구현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양이 많았지만 모두 완식할 수 있는 만족도였습니다 ㅎㅎ
그리고 순메밀면의 경우에는 그 구수한 느낌때문에 개인적으로 좀 더 간간한 육수가 어울린다고 생각하고, 따라서 막국수에도 순메밀면이 더 잘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의견이라, 면과 육수의 간의 조화가 훌륭했다는 인상이 남았습니다.
글을 마무리하며..
예전에 제가 살던 1-20년전부터 방이동 오금동 쪽에 의외로 강자들이 많이 숨어있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평냉하면 빼놓을 수 없는 벽제갈비/봉피양의 본점도 방이역에 위치하고 있고, 트렌디한 일본 와규 전문점들도 올림픽 공원을 중심으로 한 때 명성을 떨쳤던 시기가 있었죠. 그러던 와중 오금동에서도 나름 오래된 먹자 골목쪽에 살포시 자리잡은 이 평양냉면집의 발견은 저의 어릴적 추억을 되살려주는 것과 함께, 평양냉면 시대에 새로운 강자를 이런 곳에서 만날수 있구나 라는 반가움으로 인해 즐거운 경험으로 남았던 것 같습니다. 업무적인 이유로 당분간 이 근처의 맛집을 탐닉할 기회가 생겨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