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동맛집] 강원도 고성 막국수 맛을 가락시장에서! '팔도 1991'
제 블로그 맛집 관련 글을 읽으시기전에 읽어주세요.
1. 개인적으로 직접 비용을 지불하고 방문한 식당만 포스팅합니다. 광고는 일절 받지 않습니다.
2. 맛이란 개인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감각이기에 개개인이 느끼는 맛이 다를 수 있습니다. 제 글들을 읽어보시고 본인이 지향하는 방향과 맛집 리스트업이 비슷하다면, 제가 포스팅하는 생소한 식당들도 분명 만족하시리라 믿습니다.
3. 너무 대중적인 맛집은 선호하지 않습니다. 이미 제 블로그 글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노출되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4. 저의 취향에 대해 간략하게 스펙(?)을 첨부하니 보시고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즐찾하시면 분명 맛집 찾는데 도움이 되시리라 생각합니다.
☞ 스펙 : 180cm / 90kg
☞ 양 : ★★★★☆ (성인 기본보다 잘먹습니다. 모든 식당 메뉴 특으로 주문.)
☞ 맵찔이 정도 : ★★☆☆☆ (매운 맛 좋아하지만, 어느 식당이나 최고 매운맛은 못먹음. 땀 많이 흘림.)
☞ 모험가정신 : ★★★★☆ (고수 포함 각종 향신료는 잘 먹으나, 개인적으로 혐오스런 재료는 못먹음. Ex) 벌레)
☞ 육식성 : ★★★★★
☞ 가성비 : ★★☆☆☆ (여행에서는 꼭 먹어봐야할 건 비싸더라도 먹어보자는 주의. 평소는 가성비.)
☞ 특이사항 : 현재 간헐적 단식중. 음주/흡연 안함.
☎ 기타 욜의사에 대해 더 알고싶은 스펙이 있다면 성심성의껏 답변드리겠습니다.
PROLOGUE
평양냉면과 더불어 메밀 막국수는 저의 최애 면요리 중에 하나입니다. 우연한 기회로 강릉에서 1년여간 살면서, 막국수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각종 막국수 집을 섭렵했습니다. 그 고장의 향토 요리라는 것이 늘 그렇듯, 각 음식점마다 본인들의 방식으로 고명과 다데기를 얹어내어, 일주일에 몇 번 씩 막국수를 먹어도 질린다는 느낌을 받지는 않았습니다. (저만 그랬을 수도...) 어렷을 적에 먹었던 막국수들은 대부분 밀가루 함량이 높아 더 쫄깃한 맛을 내고, 족발집에서 시키면 나오듯이 쟁반에 나와 양념장을 비벼먹는 막국수가 주를 이루었는데요, 성인이 되어서 '어른의 맛'인 오리지널 막국수를 먹어보고는 그 깊은 맛에 점점 빠지게 되었습니다.
오늘 방문할 팔도 1991은 그 뿌리를 강원도 고성에 두고 있는 음식점으로, 이런 음식점이 왜 갑자기 서울에 그것도 가락동에 나타났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지의 맛에 가장 가까운 막국수를 가락동에서도 먹을 수 있음에 감사하며 찾아가게 된 곳입니다.
팔도 1991 막국수의 특징은 아마도 육수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강원도에서 먹는 대부분의 막국수는 시원하고 새콤달달한 동치미육수를 따로 내주어, 처음에는 양념장에 비벼 먹다가 동치미 육수를 부어 먹는 것이 특징입니다. 하지만 이 집의 경우에는 한우사골과 약재를 사용하여 냉육수를 내었다고하네요. 언뜻 느끼기에 그럼 너무 냉면이나 밀면 육수같은 느낌이 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결국엔 기우였습니다 :)
매장 외관은 전통적인 요소를 최대한 가미한 듯 합니다. 나무자재를 이용하여 마감을 했고, 문고실부터 밀짚 모자등의 소품 디테일까지 '메밀 막국수'집에 가장 잘 어울리는 외관을 갖추시려고 노력한 듯 합니다. 요즘 유행하는 깔끔한 현대적인 인테리어도 좋지만 이런 느낌의 인테리어도 괜찮네요 ㅎㅎ 외국인 친구가 막국수를 좋아한다면 (...겠냐..?) 데려오면 좋아할 듯한 분위기 ㅎㅎ
내부는 전석 카운터석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근처에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에 많이 찾는다고 하는 만큼, 혼자서 와서 빠르게 먹고 일어나기에 좋아보이네요. 여럿이서 와서 먹기는 힘들겠지만 둘이서 오기엔 나쁘지 않은 느낌. 제가 식사하는 동안에도 2인 팀들이 제법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카운터석의 장점인 서빙이 빠르고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는 구조라서 택하신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
주문은 키오스크에서 가능합니다. 현대 요식업계 트렌드에 맞게 변화에 잘 적응한 것 같은 느낌입니다. 다만 막국수를 어르신들도 여름에 분명 좋아하실텐데, 어르신들 입장에서는 말로하는 주문이 아닌 키오스크의 경우에 어려워하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로페이 사용 가능합니다.
희대의 난제, 물이냐 비빔이냐를 한번에 시원하게 해결해주는 글귀. "애초에 물/비빔 구분 없다." 비빔만 먹고 싶은 분은 처음 나온대로 비벼드시면 되고, 물만 드시고 싶은 분은 바로 육수를 부어드시면 됩니다. 둘다 즐기고 싶으면 중간에 육수를 추가하는 시스템.
카운터석 너머로 면을 뽑고 꾸미를 담고, 육수를 붓는 모습이 고스란히 보입니다. 약간의 부담스러움을 완하하기 위해 발을 이용하여 나름 경계를 주셨네요 ㅎㅎ 위생적인 주방 모습에 안심이 됩니다. 요즘은 사실 이렇게 오픈된 주방이 아닌 경우가 더 없긴 한 것 같습니다.
나름의 역사를 가지고있는데요, 동네 고기맛집에서 식사메뉴로 팔던게 잘팔려서 막국수집을 내게 되셨다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이렇게 식사메뉴가 잘되서 따로 서브 브랜드를 런칭하시거나 아예 그쪽으로 전향하시는 업소들이 꽤 있는 것 같습니다.
¿ 메뉴소개?
주문한 메뉴는 우선 팔도막국수 (10,000원) 서울 물가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가격대로 잡으셨습니다. 메밀이 참 비싼데 말이지요.. 그것도 국내산 메밀을 쓰시는데.. 막국수를 담아내시는 과정을 전부 눈앞에서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면을 담으신 후에 각종 꾸미들을 올리시고 (오이는 주문시 빼기 가능) 달걀과 양념장, 그리고 깨/김가루, 듬뿍 들기름까지. 전형적이면서도 참 그리웠던 강원도 동해안식 막국수입니다.
이벤트로 리뷰를 작성하면 음료수 또는 면사리를 추가로 받을 수 있습니다. 메밀면인데 당연 면사리 먹어야죠.. 추가금을 내고 시켜도 1,000원만 추가하면 곱빼기로 나오는 터라 사실상 부담없이 추가해 먹을 수 있습니다. 또 다데기랑 육수도 얼마든지 추가로 주시니 부족함 없이 채워 먹을 수 있는 구조.
같이 나오는 반찬도 기성품스럽지 않게 정갈한 맛이었습니다. 간혹 유명 막국수 체인점들을 가면 너무 정성없는 맛이라 손이 안가는 경우가 많은데, 남김없이 다 먹었습니다.
팔도 1991 막국수가 좋았던 점 중 하나가 또 있습니다. 바로 이 항정수육인데요, 잘 삶아낸 기름진 수육이 1인이 먹기에 딱 적당한 양으로 나옵니다. 가격도 아름다운 무려 4,000원... 위에 올라간 것은 영양부추 같구요, 옆에는 일식에서도 가끔 볼 수 있는 시오콘부(다시마소금절임) 같네요. 생각보다 궁합이 잘 맞았는데, 시오콘부를 너무 많이 얹어 먹으면 짜니까 주의하셔야합니다. 양도 적당하고 아주 야들야들하게 잘 삶아진 수육이라 매우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혼자와서 곁들여먹기 정말 좋네요.
잘 비벼낸 막국수를 한입 가득 우겨넣어봅니다. 입안에 가득 퍼지는 메밀면이 만족스럽게 퍼집니다. 너무 쫄깃하지 않은 메밀함량 높은 면발이 강원도 바닷가에서 먹었던 막국수의 향수를 단숨에 불러옵니다. 명태식혜 베이스로 추정되는 양념장도 너무 짜지않고 적당합니다. 간혹 강원도 유명 막국수집에서 파는 막국수도, 양념장이 너무 달아서 다시 안찾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요, 절묘한 간을 잘 맞춰냈습니다. 그리고 같이 나온 사골 베이스의 육수도, 너무 육향이 강하면 어쩌지 했던 기우를 단숨에 날려버리듯, 메밀면과 양념장과 잘 어울리는 맛이었습니다. 어떻게 사골 냉육수를 내셨는지, 감칠맛은 잘 올라오면서 메밀면과 조화를 잘 이루고, 육향이 주인공이 되지 않네요. 동치미 국물과 바로 옆에 두고 먹는다면 티가 나겠지만, 호불호가 심할 것 같은 맛은 절대 아니었습니다. 결국 주전자 하나 더 리필해서 마셨네요 ㅎㅎ
바야흐로 4월부터 25도가 넘어가는 시대가 되어버렸습니다. 더운 여름이 일찍 찾아오는 것은 싫지만, 메밀 막국수나 냉면같은 저의 최애음식들이 조금 더 빨리 개시하는 것 같아 나름의 위로가 되어주네요. 아무래도 올 여름에 종종 방문할 것 같은 막국수집이었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