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with David/라멘로드

[연남동맛집] 완성도에 대한 집착이 만들어낸 극강의 돈코츠 라멘, '멘야코이시'

욜의사 2025. 5. 25.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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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읽기전 광고 클릭은 글쓰는데 큰 힘이 됩니다 ^^

제 블로그 맛집 관련 글을 읽으시기전에 읽어주세요.

1. 개인적으로 직접 비용을 지불하고 방문한 식당만 포스팅합니다. 광고는 일절 받지 않습니다.

2. 맛이란 개인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감각이기에 개개인이 느끼는 맛이 다를 수 있습니다. 제 글들을 읽어보시고 본인이 지향하는 방향과 맛집 리스트업이 비슷하다면, 제가 포스팅하는 생소한 식당들도 분명 만족하시리라 믿습니다.

3. 너무 대중적인 맛집은 선호하지 않습니다. 이미 제 블로그 글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노출되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4. 저의 취향에 대해 간략하게 스펙(?)을 첨부하니 보시고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즐찾하시면 분명 맛집 찾는데 도움이 되시리라 생각합니다.

 

☞  스펙 : 180cm / 90kg

☞  양 : ★★★★☆ (성인 기본보다 잘먹습니다. 모든 식당 메뉴 특으로 주문.)

☞  맵찔이 정도 : ★★☆☆☆ (매운 맛 좋아하지만, 어느 식당이나 최고 매운맛은 못먹음. 땀 많이 흘림.)

☞  모험가정신 : ★★★★☆ (고수 포함 각종 향신료는 잘 먹으나, 개인적으로 혐오스런 재료는 못먹음. Ex) 벌레)

☞  육식성 : ★★★★★

☞  가성비 : ★★☆☆☆ (여행에서는 꼭 먹어봐야할 건 비싸더라도 먹어보자는 주의. 평소는 가성비.)

☞  특이사항 : 현재 위고비 투약중. 음주/흡연 안함.

 

☎ 기타 욜의사에 대해 더 알고싶은 스펙이 있다면 성심성의껏 답변드리겠습니다.

 

 

PROLOGUE

우리 나라에 정통 일본식 라멘을 처음으로 유행 시킨 곳이 있습니다. 바로 '한성문고'라고도 불리는 하카다 분코. 사골국과도 같은 진한 돈코츠라멘인 '인라멘'을 내세운 하카다분코의 인기는 당시 일본 라멘이 잘 안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손님들이 줄을 서게 만드는 혁명적인 라멘야였습니다. 그 이후로 여러 돈코츠 라멘집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고, 대부분의 라멘집들은 하카다 분코와 마찬가지로 돼지국밥과 같이 진한 돼지뼈 육수를 사용하여 한국인의 입맛에 가장 친숙한 돈코츠라멘이 주류를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지나면서 유행도 바뀌고, 비교적 라이트한 맛의 시오라멘이나 쇼유라멘 등 젊은 여성 미식가들을 타겟으로 한 라멘들이 저마다의 독특한 향미유를 가지고 생기면서, 돈코츠라멘은 라멘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다소 시대에 뒤쳐진 라멘의 부류로 평가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유행은 돌고 돈다고 했나요, 최근에는 일본 현지의 맛에 최대한 가깝게 재현한 라멘집들이 이에케라멘 등을 필두로 현지의 염도와 진한 기름의 농도를 내세우며 성공가도를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멘야코이시'는 그런 일본 현지에 가까운 라멘집들 가운데에서도 사장님의 라멘에 대한 사랑과 철학을 느낄 수 있는 다소 독특한 라멘집입니다. 인천 영종도에서 라멘장사를 시작하신 사장님이, 라멘 격전지인 연남동으로 가게를 이전하셨는데요, 본인이 라멘을 정말 좋아하셔서 매일 오전 가게 장사를 시작하기 전 본인이 만든 라멘을 먹어보면서 그날의 수프 상태를 공유해주십니다. 스프가 정말 본인 맘에 들지 않으면 장사를 안하시기도하고, 본인이 생각해도 정말 만족스러운 스프가 나온 날에는 "맛있는 수프가 준비되어있습니다." 라는 글을 업로드하시는데요, 이런 날에 가서 라멘을 맛본 분들은 하나같이 일본에서 영업해도 랭킹 안에 들 정도의 수준급의 수프라는 칭찬 일색입니다. 

 

제가 방문한 날은 평타 정도라고 평가를 올려주셨네요. 출처 : 인스타그램 @menyakoisi

 

하지만 이런 고집있는 사장님들의 경우에 가끔 나타나는 운영의 불안정성도 공존하는 가게인데요, (사장님피셜 약간 및 방문한 리뷰어들의 추리피셜) 타 업장에 비해서 재료에 대한 본인만의 철학이 있으셔서, 원가 대비 마진율이 높지 않고 연남동이라는 곳이 요즘 임대료가 비싸다보니 가게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정도의 매출이 나오지 않는다고 하십니다. 

실제로 라멘 원재료를 주문할 현금이 없어서, 그전에 발생한 매출이 정산될때가지 재료 주문을 못해서 일주일 넘게 가게를 오픈하지 못하신 적도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이런 내용을 인스타에 소통하시는 사장님에 대해서 "마케팅의 한 방법이다." 라고 의심을 하시기도 하는데요, 장사를 해보신 분들이라면 거짓말을 치면서까지 마케팅을 위해 월세가 따박따박 나가는 매장을 열흘 가까이 문을 닫는 것이 얼마나 말이 안되는지, 그리고 그 것도 계산해서 마케팅 중이시라면 이분은 마케팅의 신이라고 밖에 생각이 안든다는 것을 알 수 있을겁니다. 

 

최근 라멘 커뮤니티에서 회자가 되면서 점심 웨이팅도 길어지고 저녁 장사 전에 재료가 떨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어쩌다보니 오늘 특별히 잡설이 길었는데요, 그만큼 소개하면서도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멘야코이시입니다. 

 

¿ 메뉴소개?

 

 

멘야코이시는 현재 돈코츠 라멘니보시비빔면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사장님이 타 업장에서 맛을 보시고 영감을 받으셔서 멸치비빔면에 대해 연구를 하시고 최근 판매를 시작하셨는데요, 이에 대해서도 호평이 있지만 저는 멘야코이시의 상징인 돈코츠를 맛보기로 했습니다. 토핑추가는 그날그날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하시는데요, 원래 아지타마고도 가능했는데 최근에는 일손 부족으로 인해 추가 판매를 따로 안하고 계십니다. 저는 꼬들하고 꼬불한 느낌의 치지레 면을 좋아해서 변경했습니다만 일반적인 면도 선택이 가능합니다.

 

 

제가 방문한 시간이 12시 즈음이었는데요, 11시 30분부터 장사가 시작하는데 제가 기다리고 나서 몇 팀정도가 더 온 후에 매진이 된 것을 호가인했습니다. 최근 입소문을 타면서 점점 더 먹기 힘들어진 멘야코이시, 심지어 최근에는 일주일에 2-3일 정도밖에 영업을 안하셔서 더욱 더 방문이 힘들어진 감이 있습니다. 어서 가게 운영이 정상화 되어서 상시 오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테이블석 없이 전석 바 석으로 구성이 되어있었구요, 가게가 넓은 편도 아닌데 좌석도 많지가 않습니다. 현재 재정난으로 알바없이 사장님과 사모님 두분이서 운영하고 계셔 서빙에 대해 어려움이 있어 이정도 좌석 운영이 마지노선인거같네요. 사모님이 아직 돌도 안되보이는 아기를 아기띠를하고 서빙을 하시는데.. 많은 생각이 들었네요. 

좌석 앞에는 기본 세팅으로 초생강과 다시마식초, 두반장이 있습니다.

 

 

직접 손글씨로 작성하신..

 

 

가게 한켠에는 이렇게 셀프바가 있는데요, 멘야코이시에서 가장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곳입니다. 공짜 밥과 돼지비계와 마늘등을 이용해 만든 '세아부라', 후리카게와 간장으로 구성된 테이블입니다. 사장님이 밥을 마음껏 먹게 하는 것이 로망이신지 이 테이블을 무료로 횟수제한없이 열어두셨습니다. 밥을 무료로 제공해주시는 건 감사한 일이지만, 이 세아부라가 맛이 상당히 좋아서, 간혹 눈치없는 고객들이 밥을 4번이상, 심지어 10번 먹는사람도 있다는데요, 세아부라도 조금씩 먹는게 아니라 거의 한통을 다 퍼먹는 일이 가끔 있습니다. 좋은 의미로 마련해두신 서비스를 이런 소수의 사람들이 망치고 있고, 이런점들이 재정적으로나 리필 과정에 드는 추가적인 인력 낭비로 인해서 가게의 운영에도 방해가 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제 자리가 하필 이 테이블 바로 뒷자리여서 눈으로 보지 않아도 특정 사람이 몇번이나 이 밥을 퍼먹으러 오는지 느낄 수 있는 정도였는데요.. 정말.. 할말을 많지만.... 

 

위에 말씀드린 세아부라와 공기밥입니다. 기름진 돼지비계와 마늘이 섞인 세아부라, 밥과 함께 비벼먹으면 맛이 없을수가 없습니다. 라드로 볶은 마늘 볶음밥 맛 같다고나 할까요. 주문한 돈코츠 라멘의 수프를 살작 끼얹어서 먹으면 이 밥 하나로도 메뉴 부럽지 않은 감칠맛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진상들이 없어져야 가게 운영적으로나 분위기적으로나 좋아질 것 같은데, 돈받고 제공해주셨으면 합니다 ㅠ (손님들이 돈받으라고 하는 이상한 식당..)

 

 

드디어 나온 멘야코이시의 시그니쳐 '돈코츠라멘' 멘마와 파, 김, 그리고 수비드 차슈를 얇게 썰어 내주셨습니다. 특이한 점은 다진마늘이 미리 듬뿍 올라가서 나온다는 점. 어떤 사람들은 마늘이 미리 올라가져있는 것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보시기도 하지만, 사장님이 매일 아침 본인 라멘을 드시면서 만든 일종의 궁합이 맞는 비율로 넣으셨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전 그대로 먹는 것을 좋아합니다. 

 

제목처럼 재료에 대해서 타협이 없으신지 멘마도 수준급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적당히 통통한 멘마. 그리고 따로 추가한게 아닌데도 양이 꽤 나옵니다. 추가없이도 충분히 만족하고 먹을 수 있는 정도의 갯수. 

 

면은 치지레면인데요, 따로 익힘 정도를 선택할 수가 없는 점은 아쉬운 점입니다. 근데 전 어짜피 꼬들하게 먹는것을 좋아하는데 이미 면이 상당히 꼬들하게 나와서 다른 라멘집의 매우 꼬들 정도로 서빙이됩니다. 이 삶기 정도도 사장님이 수없이 먹어보고 최고의 아웃풋을 낼 수 있는 정도로 익혀주신거겠죠?ㅎㅎ

 

마지막으로 돈코츠의 정수인 수프. 오늘날 멘야코이시 파동(?)을 있게 한 궁극의 수프를 맛보았습니다. 일단 점도에서부터 굉장히 진득한 농후한 수프였구요, 한입 먹어보니 왜 사람들이 멘야코이시를 돈코츠 1황으로 꼽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국내에서 맛있다고 하는 많은 돈코츠 라멘야를 가봤지만 이정도로 깊고 진한 맛을 맛본 것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단순히 혀끝에서 느껴지는 맛 뿐만아니라, 혀를 지나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순간(랩가사 아님 주의) 목젓을 때리는 묵직한 맛. 그리고 삼킨 후에 남는 여운까지 모든 과정을 기억하고 싶어지는 맛이었습니다. 충격의 정도로 따지면 아직 국내에 라멘이 유행하기 전 일본여행을 처음 가서 인생 처음으로 이치란 라멘을 맛보았을 때의 충격? 아 이게 진짜 라멘인가? 라는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이치란 라멘의 맛이 아닌 그 경험의 충격입니다.)

 

저도 사실 멘야코이시를 방문하기전까지 많은 후기글들이 "너무 호들갑을 떤다"라거나 "바이럴아니냐"라는 생각을 조금도 안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앞으로 어느 집이던지간에 제가 직접 입으로 맛보기전까지 호들갑같은 소리는 내뱉지 말아야겠다는 반성도 하게되었네요 ㅎㅎ

 

결론적으로 가게를 총평하자면

 

 

제가 방문한 날은 금요일이었는데요, 이번주에도 멘야코이시는 재료수급 및 자금 순환 문제로 2일 영업 후에 그 주의 영업을 마무리지었습니다. 그리고 주말 동안에 멘야코이시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공지가 하나 올라왔는데요, 그간 고민하시던 가격 인상건에 관한 글이었습니다. 사실상 제가 먹은게 마지막 '10,000원' 돈코츠 라멘이었네요 ㅎㅎ

 

요즘 현지 일본에서도 라멘야들이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폐업하는 곳이 속속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라멘이라는 음식이 서민들이 즐겨먹는 음식이고, 오랜 시간동안 일본인 마음속에 정한 가격 상한선이 존재하기 때문인데요. 심리적으로 라멘이 일본 돈으로 1,000엔, 우리돈으로 약 만원이 넘어가게되면 심리적 저항으로 인해, 그리고 "굳이 그돈이면 옆에 다른 라멘가게 가서 먹지"라는 생각으로 인해 손님의 발길이 뚝 끊기게 되면서 폐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요즘 일본에서도 수십년동안 이어지던 물가 정체가 인플레이션 국면으로 돌아서면서 이런 감정적인 면과 실리적인 면이 충돌하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죠. 

 

우리나라도 일본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지않은 물가 상승이 격하게 일어난 나라 중 하나입니다. 다행히도 고마운 라멘야들이 아직도 적게는 8천원, 많게는 1만원 이내에서 수준 높은 수프의 라멘을 제공해주는 곳이 있는데요, 그와 동시에 우리들이 알게 모르게 가게 벽에 붙어있는 '원산지'란의 재료들의 국적이 변하기도하고 '쉬링크플레이션'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멘야코이시의 가격인상 문제는 많은 이들에게 논란을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우리가 생각하는 라멘야의 적정가를 점점 발전해가는 국내 라멘 업계의 실상을 고려하여 생각해볼만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우리가 싫어하는 속칭 '조립식'라멘집보다 멘야코이시와 같은 고집있는 사장님들이 만드는 라멘집을 더 많이 보고싶다면, 우리 머릿속에 자리잡은 적정 라멘 가격도 어느정도 유동성 있게 바뀌어야하지 않을까요? 그것이 과한지 적합한지는 자본주의 시장에서 가게의 매출로 보여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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