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새로운 라멘 집을 찾아가서 첫 입을 맛 볼 때는 여러가지 종류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 기대한 것 이상이라던가, 아니면 기대를 너무 한 탓에 기대에 못미치는 맛을 만났다던가. 그 중에 어느 가게들은 첫 입을 맛보는 순간 '이 곳 주인은 그냥 요리 자체를 잘한다.'라는 말이 먼저 나오는 곳들이 있다. 한국 라멘계에 안양 3대장이 유명하다면, 도쿄에는 지금 바로 가메이도 3대장이 주목받고 있다. 오늘 소개할 시노노메 누들(しののめヌードル)은 바로 그 3대장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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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욜의사입니다.
제 블로그는 단순히 유명한 식당을 나열하기보다, 직접 방문한 식당 중 개인적으로 의미 있다고 느낀 곳들을 기록하는 공간입니다.
맛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취향이 반영되는 영역이라 생각합니다. 제 글들을 읽어보시고 취향과 방향성이 비슷하다고 느끼신다면, 생소한 식당들도 만족하실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나치게 대중적인 맛집보다는, 음식의 개성과 스토리·조리 철학이 느껴지는 곳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 욜의사 취향 간단 스펙
☞ 양 : ★★★★☆ (성인 평균 이상 / 대부분 특 또는 추가 주문)
☞ 맵찔이 정도 : ★★☆☆☆ (매운맛 좋아하지만 극매운 단계는 어려움)
☞ 모험가정신 : ★★★★☆ (향신료·이국적 식재료 선호)
☞ 육식성 : ★★★★★
☞ 가성비 : ★★☆☆☆ (여행에서는 경험 우선)
☞ 특이사항 : 음주·흡연 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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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곳은 도쿄 가메이도(亀戸)의 시노노메 누들(しののめヌードル)입니다. 츠루멘 도쿄(Tsurumen Tokyo)의 점장이었던 우메자키 리나(梅崎梨夏) 씨가 독립해 만든 가게로, 다시의 맛을 살린 시오라멘과 계절마다 달라지는 한정 메뉴로 알려져 있습니다. 흔히 우리가 대한민국 라멘의 중심지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안양의 3대장이 있죠. 라멘구락부, 멘큐단, 신멘이 바로 그 주인공 들인데요, 오늘 소개할 시노노메누들이 위치한 도쿄 동쪽의 '가메이도'는 교통이 편한 곳은 아니지만 그래서 그런지 라멘계의 신흥 강자들이 돋보이는 가게들을 많이 오픈하고 있는 지역입니다. 그 중에서도 제 기억에 단연 크게 남았던 한 곳을 오늘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아울러 본 가게를 소개해주신 연남동의 '라메 롱시즌' 사장님께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ㅎㅎ
2026.02.01 - [Travel with David/라멘로드] - [연남동맛집] 웨이팅이 적을 때 자주 다녀둬야하는 라멘야, '라멘롱시즌'
[연남동맛집] 웨이팅이 적을 때 자주 다녀둬야하는 라멘야, '라멘롱시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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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노노메 누들(しののめヌードル)의 점주 이야기
점주인 우메자키 리나씨의 출발점은 놀랍게도 학생 시절 일했던 잇푸도(一風堂)입니다. 라멘 자체뿐 아니라 점장과 단골손님들이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모습, 별거 아닐 수 있지만 라멘이라는 음식 한 그릇을 사이에 두고 사람들끼리 공통의 관심사를 가지고 관계를 맺어가는 라멘집이란 공간에 매력을 느꼈다고 합니다. 이후 라멘집과 더불어 프렌치, 갓포(割烹), 즉 일본 요리를 손님 앞에서 조리해 내는 음식점에서 경험을 쌓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인연을 맺은 사람이 츠루멘의 오니시 마스오(大西益央)씨입니다. 우메자키 씨는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일하던 때 손님으로 온 오니시 씨에게 먼저 말을 걸었고, 이후 SNS로 자신이 시험해 만든 라멘을 계속 보내주었다고 합니다. 이 인연이 츠루멘 도쿄에서 일할 기회로 이어졌다고합니다.

츠루멘 도쿄는 1,000일이라는 기간을 정해 운영했던 다소 독특한 가게였습니다. 우메자키 씨는 이곳에서 점장을 맡아 조리와 운영을 경험했고, 마지막 4개월 동안에는 메뉴 개발과 가격 결정까지 직접 담당했다고 합니다. 조리 기술을 배우는 데서 실제로 자기 라멘집을 운영하는 감각까지 익힌 셈입니다. 이후 1,000일의 운영을 마친 츠루멘 도쿄의 자리를 이어받아 2022년 5월 7일 시노노메 누들을 열었습니다.
시노노메(東雲)는 동쪽 하늘이 밝아오는 새벽 무렵을 뜻합니다. 라멘을 먹고 잠시 기분을 정리한 뒤 다시 힘을 낼 수 있는 가게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이름에 담았다고 하네요. 뭔가 신당동에 있는 '요아케'랑 뜻이 비슷한 것 같죠? ㅎㅎ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 무화죠(無化調)도 그 방향성의 일부지만, 점주가 인터뷰에서 강조한 것은 각기 다른 재료의 맛을 어떻게 라멘 한 그릇 속으로 끌어내고 다른 종류의 감칠맛을 가진 재료들이 조화를 이루게 하느냐라고 합니다.
라오타 입장에서 더 흥미로워 할 만한 경력도 있는데요, 우메자키씨는 츠루멘 도쿄 점장 시절인 2020년부터 켄민 식품(ケンミン食品)과 오니시씨가 진행한 글루텐프리 라멘 개발에 참여했습니다. 시험 제작한 면을 평가하고, 그 면에 맞는 스프를 개발하는 역할이었다고 합니다. 이 인연으로 2025년 오사카/간사이 엑스포의 GF RAMEN LAB 점장에도 선임되었습니다. 면에 맞춰 라멘을 새로 설계하는 개발 경험까지 있다보니 현 점포에서도 새로운 메뉴들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개발하는 모습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 무슨 라멘을 파는 곳인가요?

이 곳 메뉴의 중심은 시오라멘(塩らーめん)입니다. 탄카이 지도리(淡海地鶏), 어패류, 조개 다시를 중심으로 하는, 닭과 어패류의 조합을 강렬하게 느낄 수 있는 시오라멘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토핑 쪽에서도 강점이 있어 닭 연골을 이용하여 만든 완자인 '츠쿠네'가 호평입니다. 미잔쇼 츠쿠네(実山椒つくね)라는 이름인데, 산초 열매를 넣은 고기 완자입니다.
제가 이날 먹은 메뉴는 최근 단골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는 닭과 돼지 츠케멘(鶏と豚のつけ麺, 토리토 부타노 츠케멘)입니다. 이 메뉴는 오쓰카(大塚)의 중화소바 키후(中華そば 喜富)를 좋아하던 점주가 그 맛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고 합니다. 가게의 공식 인스타그램에서도 키후를 리스펙트해서 만든 츠케멘이라고 소개한 기록이 있습니다. 키후를 통해 떠올리게 되는 마루초(丸長) 스타일의 단맛/매운맛/산미를 시노노메 누들의 조리 방식으로 풀어낸 메뉴로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다만 제가 츠케멘을 먹고 있는 와중에 다음 두 손님 모두 여름이라 더워서 그런지 아부라 소바를 시키시더라구요 ㅎㅎ.. 먹으면서 맛있다는 말을 연발을.. 다음에 방문한다면 시오라멘과 아부라소바 모두 맛보고싶네요!
¿ 가게 내부 분위기는?

점주는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동네 식당에 들르는 것처럼 편하게 이용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실제로 테이블석과 여유를 둔 카운터, 편하게 가져갈 수 있는 종이앞치마와 같은 일회용품까지. 그리고 곳곳에 놓인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라멘에 대한 사랑이 엿보이는 기물들까지. 간혹 라멘집 중에서 들어가는 순간부터 빨리 먹고 나가야겠다는 무언의 압박을 느끼게 하는 곳들도 있는데, 시노노메 누들은 인자한 웃음으로 맞아주시는 점주 덕분에 편안한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본격적인 메뉴 탐방

큰 접시에 담긴 면 위로 잘게 썬 김이 올라가고, 옆에는 짙은 갈색의 츠케지루(つけ汁), 즉 면을 찍어 먹는 스프가 놓입니다. 파와 길쭉하게 썬 고기, 멘마가 안에 들어가 있는 구성. 깊숙한 곳에는 따로 추가한 호루몬 토핑도 들어있습니다. 전체적인 첫 인상은 험블한 느낌. 그리고 동시에 올드스쿨의 츠케멘을 마주한 정겨움마저 느껴집니다.

이 메뉴의 기본기는 닭과 돼지를 오랜 시간 끓여낸 베이스 스프입니다. 점주가 메뉴를 처음 선보이면서 강조한 것은 단맛/매운맛/산미의 균형인데요, 다소 색이 짙지만 걸쭉한 교카이 돈코츠 느낌의 스프와는 거리가 먼 찰랑거리는 점도로, 오히려 벤텐 계열의 찰랑임을 보여줍니다. 물론 온도감은 높아서 좋지만요 ㅎㅎ 찰랑이는 점도를 이야기하면 국내 츠케멘 집들에서 가끔 느껴지는 비어있고 짜기만한 츠케지루를 떠올릴 수도 있는데요, 점도는 찰랑거려도 그 안에 굉장한 밀도의 감칠맛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젓가락 끝으로 츠케지루를 살짝 맛봤을 뿐인데도 첫입에 바로 '아! 이거 시키길 잘했다!'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러한 츠케지루에 존재감을 더하는 것이 흑후추입니다. 기존 방문자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마루초'를 연상시키는 단맛/매운맛/산미의 조화가 흑후추가 얹어지면서 한층 더 고차원의 레이어를 쌓아올립니다. 게다가 저는 추가 토핑으로 호르몬을 추가해서 그런지 스프가 은근히 더 진하면서도 기름기가 있는 쪽으로 느껴졌습니다.

면은 교토의 멘야 테이가쿠(麺屋棣鄂)제품입니다. 츄부토멘이고 스트레이트 면인데요, 찰랑거리는 츠케지루와 잘 어울리는 매끄러운 표면이 특징입니다. 면의 첫인상에서는 스프를 잘 끌어올릴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는데, 앞서 말씀드린대로 벤텐 계열의 츠케멘처럼 츠케지루의 맛 자체가 폭력적이다보니 매끄러운 표면을 토핑하는 정도로만 스프를 끌어올려와도 맛의 깊이가 전혀 부족하지 않은 스타일이었습니다. 면양은 조금으로 부탁드렸는데 그게 후회가 될 정도로 츠룻츠룻한 면이 끊임없이 입안으로 들어가더라구요.

곤부스이가 아니지만 그렇게 서로 들러붙거나 떡진다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스프를 끈적하게 끌어올려오는 면은 아니지만 표면이 매끄러워 전체적으로 스프를 면에 골고루 코팅하게 해주는 스타일입니다. 덕분에 많은 양을 먹어도 부담스럽지 않은 것 같아요.

차슈는 일반적인 스타일이 아닌 폭과 두께가 있게 길게 썬 형태입니다. 그릇 위에 넓게 펼쳐 장식하는 차슈와는 담는 방식이 달리 스프에 담궈져 있어서 츠케지루의 맛이 차슈에 골고루 잘 스며들고, 면을 먹다가 중간에 자연스럽게 차슈를 면과 함께 집어 입안으로 빨아들이는 스타일입니다. 앞다리 부위인 우데니쿠(うで肉)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특별 추가 토핑인 매콤 호루몬(旨辛ホルモン, 우마카라 호루몬)입니다. 매콤한 타레에 재운 뒤 아부리(炙り), 즉 표면을 구워 향을 입혔다고 하는데요, 먹음직스럽게 구워진 겉면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호루몬이 츠케지루 안에서 선사하는 재미는 꽤나 특별합니다. 길쭉한 차슈와는 다른 식감과 양념을 한 그릇 안에서 경험하게 되는데요, 스프의 기존 매콤함에서 불향을 입은 내장의 지방에서 나오는 우마미가 섞인 지방감이 더해져서 기분 좋은 변주가 됩니다.

카운터 안내에 일본어로만 적혀있지만 츠케멘 전용 와리스프(割りスープ)를 식권기 옆 포트에서 직접 따르라고 적혀 있습니다. 츠케지루 그릇을 가지고 이동해 원하는 만큼 와리스프를 넣는 방식입니다. 츠케멘을 많이 안드셔보신 분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이 스프와리(スープ割り)는 남은 츠케멘 스프에 염도가 적은 베이스 스프를 더해 간과 농도를 조절하는 과정으로, 여기서는 원하는 비율을 직접 정할 수 있습니다. 따뜻한 와리스프까지 마무리하니 하루의 시작이 벌써부터 따뜻해지는 느낌입니다.

사실 기존 계획은 이 곳의 시그니처인 시오라멘을 먹으러 온 것이기도하고, 츠쿠네 토핑이 매우 궁금하기도 했었는데요, 역시나 단골들의 인기 메뉴는 명불허전이구나를 다시금 느꼈습니다. 츠케지루에서 느껴지는 다양한 맛들의 레이어와 거기에 호루몬 토핑에서 오는 마지막 펀치까지. 이 곳의 점주가 단순히 라멘을 오랜 기간동안 만들며 경험을 쌓아온 사람이 아니라 '요리 자체에 센스가 대단히 좋구나'라는 걸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사이드 메뉴나 신 메뉴들도 연일 호평이 이어지고 있어서, 다음에도, 그 다음에도 또 방문해서 새로운 메뉴를 계속 경험해보고 싶었던 곳입니다. 참고로 이 곳도 이전에 소개드린 와세다의 시즈쿠 처럼 여성 점주십니다.
현대 도쿄 라멘계는 전통 명점들이 추구하던 기존 메뉴들을 극한으로 파고들어가는 스타일의 라멘야보다는 이렇게 새로운 조리법이나 접근법을 이용해서 라멘 업계 외쪽의 요소들을 끌어들여와 그것 또한 라멘에 어울리게 접목하는 것이 유행인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사실 전형적인 라멘만 먹었던 분들보다는 프렌치나 이탈리안, 에스닉한 음식들까지 다양하게 취미를 붙이고 드셔오셨던 분들이 도쿄의 신생 인기 라멘야를 방문해보신다면 (물론 명점들도 다 가봤다는 전제 하에) 국내에서는 느끼기 힘든 라멘 맛의 새로운 카타르시스를 느끼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다음 방문에는 시그니쳐 시오라멘과 아부라소바로 후기 작성해보겠습니다!
시노노메 누들(しののめヌードル)은 누구에게 추천할 만한가
✅ 단맛/산미/흑후추의 향 등이 함께 느껴지는 독특한 츠케멘을 경험하고 싶은 분.
✅ 전통적인 뻔한 라멘보다 현대 도쿄 라멘계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라멘집을 찾는 분.
✅ 츠룻츠룻한 중태면을 사용하는 청탕 츠케멘을 좋아하시는 분.
❌ 국물에 단맛이나 산미가 들어가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분.
❌ 츠케지루는 점도가 생명이라고 생각하시는 분.
❌ 전통적인 교카이 돈코츠 츠케지루를 선호하는 분.
구글 지도 링크 :
https://maps.app.goo.gl/WBC8NzvzJxPnwYfo7
Shinonome Noodle · 일본 〒136-0071 Tokyo, Koto City, Kameido, 3 Chome−45−18 1F
★★★★☆ · 일본라면 전문식당
www.goog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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