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도치기현 오야마시의 요코쿠라 스토어하우스(YOKOKURA STOREHOUSE)는 지금 일본 라멘 신에서 곤부스이 츠케멘(昆布水つけ麺)을 이야기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점포다. 단순히 “맛있는 츠케멘집”이 아니라, 곤부스이 츠케멘이라는 장르가 왜 라오타들 사이에서 하나의 독립된 인기 장르로 발전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가게에 가깝다. 2024년 츠케멘의 최강자를 가리는 '다이츠케멘하쿠 츠케멘 니혼이치 켓테이센(大つけ麺博 つけ麺日本一決定戦)'을 우승하면서 전국에 이름을 알림과 동시에 곤부스이 츠케멘의 대유행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받는다."

※ 본 포스팅은 직접 비용을 지불하고 방문한 식당만 기록합니다.광고·협찬은 일절 받지 않습니다.
안녕하세요. 욜의사입니다.
제 블로그는 단순히 유명한 식당을 나열하기보다, 직접 방문한 식당 중 개인적으로 의미 있다고 느낀 곳들을 기록하는 공간입니다.
맛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취향이 반영되는 영역이라 생각합니다. 제 글들을 읽어보시고 취향과 방향성이 비슷하다고 느끼신다면, 생소한 식당들도 만족하실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나치게 대중적인 맛집보다는, 음식의 개성과 스토리·조리 철학이 느껴지는 곳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 욜의사 취향 간단 스펙
☞ 양 : ★★★★☆ (성인 평균 이상 / 대부분 특 또는 추가 주문)
☞ 맵찔이 정도 : ★★☆☆☆ (매운맛 좋아하지만 극매운 단계는 어려움)
☞ 모험가정신 : ★★★★☆ (향신료·이국적 식재료 선호)
☞ 육식성 : ★★★★★
☞ 가성비 : ★★☆☆☆ (여행에서는 경험 우선)
☞ 특이사항 : 음주·흡연 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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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곤부스이 츠케멘을 처음 먹어본건 약 4년전 도쿄의 명점 라멘야 시마에서 였습니다. 당시 일반적인 츠케멘과는 다른 비주얼에서 오는 1차적인 충격과, 곤부스이가 코팅된 면을 스프에 찍어먹을 때 느껴지는 면의 독특한 질감에 받았던 그 충격은 수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에서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곳은 바로 그 곤부스이 츠케멘으로 일본 전국에서 모인 츠케멘 명점들 가운데 우승을 차지한 곳 입니다. 사이타마를 지나 도치기현이라는 다소 한국 여행객들에게는 생소한 지역에, 그것도 공단지역에 위치해서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이 곳이 지금은 여러 라오타들의 곤부스이 츠케멘 마음속 1등으로 자리잡을 만큼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흔히 말하는 '근들갑'일까봐 가기전까지도 반신반의 했었는데요, 업무상 북쪽으로 올라갈 일이 있어서 약간의 무리를 해서 방문한 요코쿠라 하우스의 곤부스이 츠케멘은 정말 충격적일 정도로 맛있었습니다.

요코쿠라 스토어하우스의 점주 이야기
요코쿠라 스토어하우스에 대해 알고싶다면 우선 과거 오야마시에서 명성을 떨쳤던 츠케멘 집인 '츄카소바 산지(中華蕎麦 サンジ)'를 알 필요가 있습니다. 현 요코쿠라 스토어하우스의 점주인 시노즈카 코이치(篠塚 浩一)씨가 운영했던 가게로 현재와는 다르게 농후 츠케멘을 전개하던 곳이었습니다. 원래는 축구선수를 꿈꾸던 시노즈카씨는 츄카소바 산지 개업 당시 농후 츠케멘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츄카소바 토미타(中華蕎麦 とみ田)의 스타일을 좇았다고 하는데요, 이런 츄카소바 산지가 2018년도 문을 닫고 현 요코쿠라 스토어하우스를 연 것입니다. 근데 독특하게도 이전의 농후 츠케멘 스타일이 아닌 곤부스이 츠케멘으로 전향했는데요, 농후 츠케멘을 좇던 장인이 다음 세대의 무기로 선택한 것이 맑고 투명함의 대명사인 곤부스이 츠케멘이었다는 것이 놀라운 점입니다.

요코쿠라 스토어하우스를 언급할 때 항상 함께 언급되는 가게가 바로 사노 시에 위치한 '아메노오토(アメノオト)'입니다. 두 점포는 UNITED NOODLE이라는 같은 그룹에 속해있습니다. UNITED NOODLE 그룹의 특징은 요코쿠라 하우스에서도 볼 수 있듯이 기존 라멘야들처럼 거친 사나이의 느낌이나 에도마에 느낌의 전통적인 인테리어가 아니라, 창고와 같은 세련된 내부, 카페처럼 정돈된 공간과 정갈하게 정렬된 플레이팅과 면선 등 현대적인 느낌의 라멘야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츄카소바 산지(中華蕎麦 サンジ)에서 요코쿠라까지, 시즈노카 코이치가 깨달은 현대 츠케멘의 해답

점주인 시노즈카 코이치(篠塚 浩一)씨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츄카소바 산지를 폐점한 이후에 다시 가게를 연 케이스입니다. 근데 재밌는건 츄카소바 산지는 맛이없고 손님이 없어서 망한 가게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히려 당시 이미 오야마 지역의 라오타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점이었어요. 인기가 많은 탓에 가게 앞에 줄이 늘어서는 일이 비일비재했고, 이로 인한 소음과 복잡함으로 인해 주변 주택의 민원이 연이어 접수되었다고합니다. 한국과 달리 이는 영업 지속 가능 여부에도 영향을 미치는 치명적인 문제로 역설적이게도 '너무 장사가 잘되서 폐점한 케이스'가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폐점까지 이어질 정도면 스트레스를 받을만 한데, 시즈노카씨는 이를 딛고 일어나 다시 새로운 인기점을, 그것도 이전의 농후 어패계를 버리고 곤부스이 츠케멘이라는 새로운 시대의 인기 메뉴로 성공시켰습니다. 이는 일본 라멘계에서도 굉장히 유례가 적은 케이스로 보통은 한 시대를 풍미한 뒤에는 전수 후에 물러나는 경우가 많은데, 시즈노카씨의 경우는 농후 어패계와 곤부스이 츠케멘이라는 두개의 서로 색이 전혀 다른 시대에 스타로 발돋움 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의 리스펙을 받고 있습니다.
¿ 무슨 라멘을 파는 곳인가요?

곤부스이 츠케멘(昆布水つけ麺)은 직역하면 "다시마 물에 담긴 츠케멘"이라고 읽히지만, 라오타 관점에서는 사실상 '면에 좀 더 집중하기 위한 츠케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츠케멘이 진한 츠케지루(つけ汁)의 맛에 집중하도록 설계된 음식이라면, 곤부스이 츠케멘은 차갑게 치댄 면을 다시마의 감칠맛이 녹아든 곤부스이에 담가 제공함으로써 면 자체의 밀향과 식감을 먼저 느끼게 만듭니다. 그래서 라오타들은 처음부터 스프에 담그지 않고 면만 한두 젓가락 먹어본 뒤, 모시오(藻塩)를 살짝 찍어 먹고, 그 다음에야 츠케지루에 담가 맛의 변화를 즐깁니다. 특히 요코쿠라 스토어하우스의 곤부스이 츠케멘은 과거처럼 끈적한 점성을 강조하기보다는, 곤부스이를 하나의 다시(出汁)처럼 활용해 면의 풍미를 돋보이게 만드는 스타일을 추구합니다. 쉽게 말해 "국물이 맛있는 츠케멘"이 아니라 "면이 얼마나 맛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진 현대식 츠케멘"이라고 이해하면 좋습니다.
¿ 가게 내부 분위기는?

위에 말씀드린대로 요코쿠라 스토어하우스 내부에는 카페처럼 꾸며져있습니다. 실제로 점심시간에는 카페로도 운영을 하고 계시구요, 식사를 마친 손님들이 마무리로 커피를 사서 마시거나 가지고 가는 풍경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넓고 큰 테이블과 바 좌석이 공존하는 형태이구요, 화끈한 오픈형 키친으로 눈앞에서 면선을 다듬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츠케멘의 면들은 보통 면을 "빤다"고 하죠. 그만큼 이 과정이 드라마틱하고 역동적이어서 눈앞에서 즐기면 더욱 좋습니다. 일찍오셔서 다찌 좌석에 꼭 앉으시길..

요코쿠라의 자랑인 면선의 출발점인 제면실. 가게 자체 공간도 큰데 제면실 공간도 상당합니다. 당연하게도 요코쿠라 스토어하우스는 모든 면을 자가제면으로 생산하고 있습니다.

과거에 대기하는 줄 때문에 민원으로 폐점한 경험 때문일까요? E-PARK라는 우리나라로 치면 캐치테이블/테이블링과 같은 어플을 이용해서 대기명부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외국인이기에 익숙하지 않다면 점원에게 이야기하면 어플 등록 없이 대기를 걸 수 있게 도와주십니다.

독특한 건 라멘이 서빙되는 방식도 포함됩니다. 대부분의 라멘집들은 다찌이던 테이블이던, 점원이 직접 서빙을 해서 손님의 테이블에 놓아주게되는데, 요코쿠라 스토어하우스는 좌석에 있는 저 정육면체 모양의 번호를 가지고, 본인 차례를 호명하면 가서 번호를 내고 라멘을 받아오게 됩니다.

이런식으로 라멘이 나올 준비가 되면 먼저 트레이가 나오구요. 트레이 위에 면을 포함한 츠케지루까지 다 올려주시기 때문에 슥 들고 오시면됩니다.
본격적인 메뉴 탐방

1번으로 오픈런 했기 때문에 가장 먼저 받아본 라멘. 요코쿠라가 자랑하는 곤부스이 츠케멘 시오 입니다. 가격은 놀랍게도 1,200엔으로 매우 저렴한 편. 이 트레이를 직접 돌고 가기 때문에 트레이를 들고 직접 눈앞에서 가까이 라멘을 감상하면서 자리로 오게 됩니다. 비쥬얼에 먼저 압도당하는 경험.

라멘야 시마의 곤부스이 츠케멘에서도 그렇고, 요즘 곤부스이 츠케멘으로 유명한 집들은 모두 토핑으로 이 시소꽃인 '호지소(穂じそ)'를 올리는 특징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면선도 좋지만 그 위를 마무리하는 포인트로 정말 잘 어울리거든요.

가까이에서 살펴본 요코쿠라 스토어하우스 곤부스이 츠케멘의 면선. 실제로 이 면을 담는 과정을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는데, 차갑게 치댄 면을 정말 한올 한올 정성스럽게 빗질하듯이 손질하고, 마무리는 유려한 손놀림으로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듯이 담아줍니다.

면만 먼저 살짝 떠보면, 제가 한국에서 먹었던 곤부스이 츠케멘들처럼 면이 하늘하늘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절대 아니구요, 콘부스이에 담겨서 나오는데도 씹어보면 면의 코어가 분명하게 느껴집니다. 아주 찬 냉수로 강하게 조이듯이 면을 씻어내서 탄성이 굉장히 잘 느껴지구요, 씹어보면 치아를 가볍게 밀어내는 듯한 저항감이 느껴져요.

물에 한번 젖은 뒤에 말린 모래와 같은 뭉친듯하면서도 파슷파슷한 질감을 가진 소금. 츠케지루와 달리 선명한 염도보다는 둥근 느낌이었어요.

츠케지루는 라멘을 받으러 트레이를 집어 드는 순간부터 닭의 향이 굉장히 강하게 느껴집니다. 깔끔한 외관과는 대비되는 아주 짙은 동물성 스프의 향이 뿜어져 나옵니다. 담려계에서 추구하는 맑고 부드러운 느낌은 아니고, 꽤나 선명한 염도를 동반합니다. 짠맛이 찌르는듯 혀를 자극하지 않고, 닭, 어패류, 건어물계의 감칠맛 위에 소금 타레가 좀 더 각을 잡고 올라오는 느낌입니다. 윤곽은 뚜렷하지만 자극적으로 혀를 터치하지는 않아요.
스프만 따로 떠서 먹어보게되면 첫 인상은 짠맛이 선명하게 올라오고, 바로 그 뒤를 이어서 동물계/어패류/건어물 순으로 감칠맛의 요소들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이어서 향미유에서 올라오는 기름의 맛이 올라오구요. 단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 선명한 염도는 곤부스이에 담긴 면을 가져와서 찍어 먹게되면 딱 알맞은 염도로 변모합니다. 앞서 말한 면의 단단함은 이 츠케지루와 만나니까 더 제 놀이터를 만난거처럼 존재감을 뽐냅니다. 면이 존재감이 강하다보니 츠케지루가 만약에 좀 부드러운 느낌이었다면 어울리지 않았을 것 같아요.

면 하나하나 가 살아있는 견고한 식감의 면을 과하지 않은 점도의 곤부스이가 코팅해주고, 그 위를 다시 선명한 염도와 농축된 감칠맛을 가진 츠케지루가 코팅되어 딸려올라옵니다. 아 이 맛이 지금도 너무 먹고싶네요.

스다치나 시소꽃인 호지소를 곁들이면서 먹어볼 수도 있습니다. 추가해서 맛에 변주를 주는 요소 하나하나가 너무나도 만족스러워서 분명 이거 먹기 전에는 배불러서 기본으로 시켰는데 면이 부족할 지경입니다.

츠케지루 안에 들어있는 차슈들도 훈연향이 굉장합니다. 방금 훈연기에서 꺼낸거처럼 스모키함이 확 밀려들어오는데요, 다음에 오면 차슈를 추가하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가득.. 그리고 이게 차갑게 밖에 플레이트에 꺼내져서 나오는게 아니라, 뜨거운 츠케지루안에 담겨서 온도감있게 나오니까 더 맛있는것 같아요.

멘마 처리도 아주 완벽합니다. 다음엔 무조건 풀토핑으로..

마무리로는 곤부스이를 츠케지루에 부어서 먹는데, 제가 지금까지 먹었던 어떤 곤부스이 츠케멘의 스프와리보다 만족스러웠어요. 점도가 과하지 않으면서도 다시마의 감칠맛 자체는 아주 잘 느껴지는 맛으로 마지막 한 모금까지 아껴가면서 먹었습니다.

돌아가는 길이 버스를 타고 가야하고 버스 배차간격이 극악무도한 곳이라, 스탭분이 한국에서 왔다하니 이것저것 물어봐주시고, 버스 시간 될 때까지 기다리라면서 커피도 한잔 서비스로.. 따뜻한 접객에 감동받았네요.
요코쿠라 스토어하우스의 곤부스이 츠케멘은 외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면으로 시작해서 면으로 끝나는 츠케멘'이면서도 그를 받쳐주는 곤부스이와 츠케지루, 토핑까지 모두 그 강한 주인공인 면에게 맞춰진 완벽한 파트너들로 구성이 되어있었습니다. 명성이 대단해도 이렇게 접근성이 안좋은 곳에 굳이 가야할 필요가 있을까 고민이었는데, 다음번 방문에도 무조건 들르고 싶은, 제 마음속 곤부스이 츠케멘 1위로 등극했습니다.

구글지도 링크 :
https://maps.app.goo.gl/1ZztL9x5RxFYg12c6
요코쿠라 스토어하우스 · 596-76 Yokokura, Oyama, Tochigi 323-0813 일본
★★★★☆ · 일본라면 전문식당
www.goog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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