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2026년 신바시에서 가장 화제가 된 신점을 하나 꼽으라면 아마 많은 일본 라오타들은 중화소바 키쵸우(中華そば 喜長)를 이야기할 것이다. 단순히 새로 오픈한 맛있는 가게라서가 아니다. 이 집은 이에케 라멘으로 유명한 칸다라멘 와이즈(神田ラーメンわいず)의 계열점으로, 토시오카(としおか)와 벤텐(べんてん)스러운 라멘을 갑자기 선보이면서 라오타들의 이목을 끌었다."

※ 본 포스팅은 직접 비용을 지불하고 방문한 식당만 기록합니다.광고·협찬은 일절 받지 않습니다.
안녕하세요. 욜의사입니다.
제 블로그는 단순히 유명한 식당을 나열하기보다, 직접 방문한 식당 중 개인적으로 의미 있다고 느낀 곳들을 기록하는 공간입니다.
맛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취향이 반영되는 영역이라 생각합니다. 제 글들을 읽어보시고 취향과 방향성이 비슷하다고 느끼신다면, 생소한 식당들도 만족하실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나치게 대중적인 맛집보다는, 음식의 개성과 스토리·조리 철학이 느껴지는 곳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 욜의사 취향 간단 스펙
☞ 양 : ★★★★☆ (성인 평균 이상 / 대부분 특 또는 추가 주문)
☞ 맵찔이 정도 : ★★☆☆☆ (매운맛 좋아하지만 극매운 단계는 어려움)
☞ 모험가정신 : ★★★★☆ (향신료·이국적 식재료 선호)
☞ 육식성 : ★★★★★
☞ 가성비 : ★★☆☆☆ (여행에서는 경험 우선)
☞ 특이사항 : 음주·흡연 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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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신바시(新橋)는 라멘을 먹으러 일부러 찾아가는 동네라기보다는, 퇴근길의 술집, 샐러리맨의 점심, 그리고 늦은 밤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 도쿄의 '먹자골목'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2026년 봄, 이 신바시에 일본 라오타들이 주목하게된 신점이 오픈했습니다. 이름은 중화소바 키쵸우(中華そば 喜長).

이 집이 흥미로운 이유는 단순히 “신바시에 생긴 신상 라멘집”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중화소바 키쵸우는 도쿄 칸다의 이에케 라멘 인기점 칸다 라멘와이즈 (神田ラーメン わいず) 그룹이 전개하는 중화소바 브랜드입니다. 2026년 3월 18일 오프한 중화소바 키쵸우는 도쿄 지하철신바시역 카라스모리구치(烏森口)에서 도보로 약 2분여밖에 걸리지 않는 초역세권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칸다 와이즈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이미지는 진한 돼지뼈, 닭기름, 쇼유 타레가 강하게 밀고 들어오는 이에케라멘입니다. 그런데 키쵸우가 내세우는 것은 어찌보면 쌩뚱맞은 츠케소바(つけそば)와 츄카소바(中華そば)입니다. 그리고 일본 라오타들의 초기 평가를 종합해보면, 츠케소바는 오기쿠보 마루초(荻窪丸長)의 스타일을, 중화소바는 벤텐(べんてん)과 토시오카(としおか)의 라멘과 매우 유사하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라오타들을 설레게 하는 것은 이 곳의 영업시간입니다. 아침 10:30이라는 기존 라멘집들보다 한시간여가량 빠른 오픈시간. 그리고 밤 12시까지하는 심야 영업은 이른 아침에 맛있는 라멘을 찾는 사람부터 시작해서, 퇴근 후 늦은 저녁, 또는 술자리 이후 시메라멘을 찾는 라오타들에게 모두 환영받는 영업시간입니다.
와이즈 그룹에서 만든 중화소바 전문점
점주라기보다 이 곳의 실질적인 소유 회사인 와이즈 계열사를 알아야합니다. 2000년 와타나베 야스타카(渡邊 泰隆)씨가 창업한 브랜드로 개업 이후 아키하바라, 오오츠카등에 연이어 라멘 점포를 열고 있습니다. 기본 베이스는 이에케의 창시자인 요시무라야를 바탕으로 두되, 돼지뼈의 농후한 감칠맛과 치유의 풍미를 더욱 두텁게 만들어내어 '도쿄형 하드 이에케'라는 스타일로 재해석하여 독자적인 스타일을 굳혀가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중화소바 키쵸우가 흥미로운 이유도 바로 여기에 포인트가 있습니다. 이에케를 본인들의 스타일로 해석한 것처럼 벤텐과 토시오카, 그리고 마루초로 이어지는 도쿄 클래식 중화소바 스타일을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해 내었기 때문입니다.
¿ 무슨 라멘을 파는 곳인가요?
도쿄식 중화소바

일본 라멘계에서 벤텐(べんてん)과 토시오카(としおか)는 단순히 유명한 라멘집이 아니라, 하나의 도쿄식 중화소바(東京中華そば) 장르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존재로 평가받습니다. 한국에서 흔히 접하는 교카이돈코츠 라멘이 걸쭉한 돼지뼈 국물에 강한 어패 풍미를 더한 스타일이라면, 벤텐 계열의 중화소바는 같은 동물계와 어패계를 사용하면서도 접근 방식이 다릅니다. 돼지와 닭을 우려낸 동물계 육수를 베이스로 하되, 사바부시(鯖節), 가쓰오부시(鰹節), 우루메이와시(潤目鰯) 같은 재료를 더해 깊은 감칠맛을 쌓고, 이를 진한 쇼유 타레로 묵직하게 눌러주는 것이 특징입니다. 국물은 농후하지만 돈코츠교카이처럼 점성이 강하게 걸쭉하지 않고, 첫 입에서 부시류 향이 먼저 올라오고 뒤이어 동물계의 감칠맛과 간장의 여운이 길게 이어지는 입체적인 구조를 가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여기에 둥그스름한 단면을 가진 중태 스트레이트 면(中太ストレート麺)을 사용해 국물을 적당히 끌어올리면서도 씹는 식감을 살리고, 큼직한 차슈와 두꺼운 멘마를 곁들여줘서, 먹었을 때 포만감이 채워지는 라멘이 벤텐/토시오카 스타일의 핵심입니다.
¿ 가게 내부 분위기는?

가게 내부는 직장인들이 부담스럽지 않게 들러 가볍게 한 그릇을 먹고 나갈 수 있도록 모두 1인 좌석으로 활용 가능한 다찌석으로만 되어 있습니다. 내부가 넓은 편은 아니지만, 최대한 효율적으로 자리 배치를 구성했습니다. 주방은 제일 안쪽에 있는데요, 격세지감을 느낀 것이 이 곳에서 일하는 모든 분들이 베트남계 노동자들이었다는 점입니다. 브랜드형 라멘집에서는 이제 일반적인 모습이지만 아직도 그 모습을 눈앞에서 보는게 익숙하진 않습니다.

어찌보면 베트남 쌀국수와 일본 라멘이 스프에 담긴 국수라는 공통점이 있으니 조리 과정은 금방 습득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면을 유키리하고 토핑을 썰어내는 것이 모두 여자 점원이 해내고 있는 것도 눈길이 가는 부분이었습니다. 아주 능숙하더라구요.

라멘집 자리에 앉으면 의례적으로 보이는 이런 문구들.. 반은 까막눈이라서 저에겐 인테리어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상자를 보니 미카와야 제면의 면을 받아 사용하시는 것 같군요. 이런 면이 담긴 박스도 인테리어 소품처럼 사용되기 좋은 것 같습니다.
한 그릇을 해부하다. 중화소바 키쵸우(中華そば 喜長)의 중화소바 분석.

현재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확인해 본 결과, 시오타레를 이용한 시오 중화소바도 추가가 되었습니다만 제가 방문 할 당시에는 쇼유베이스의 중화소바와 츠케조바만 있었습니다. 츠케소바도 호평을 받고 있는 듯 했지만, 개인적으로 심야시간에 먹는 라멘은 아무래도 스프가 있는 라멘이라고 생각해서.. 그리고 이 집의 진가를 확인해보고 싶어서 특선으로 주문했습니다. 가격은 1,380엔. 나쁘지 않네요.

오래지 않아 받아본 중화소바입니다. 나올 때부터 부시류의 향이 코를 찌릅니다. 앞서 여러번 말씀드린 벤텐이나 토시오카와 상당히 유사한 비주얼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운데 파를 기준으로 6시 방향에는 길게 포셔닝해낸 조각 차슈들이 보이구요, 12시 방향으로는 아지타마고와 큰 덩어리의 목살 차슈, 우측에는 김이 보입니다. 멘마도 추가한게 아닌데도 꽤나 넉넉합니다.

스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스프의 색입니다. 요즘 도쿄에서 유행하는 담려계 쇼유라멘처럼 투명한 스타일은 아니고, 그렇다고 교카이 돈코츠처럼 탁하고 걸쭉한 색도 아닙니다. 짙은 갈색을 띠면서도 미세하게 탁한 입자감이 느껴지는 스프. 자세히 보면 표면에는 굵은 기름층이 둥둥 떠 있는 것이 아니라 아주 작은 지방 입자들이 국물 전체에 고르게 퍼져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약유화 스프에 가까워보이네요. 돼지와 닭에서 나온 지방이 국물 속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들면서 점도를 만들어낸 것으로 보이구요, 스프를 처음 마시면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꽤나 농후하다고 생각되는데 식도를 넘어가는 그 순간은 의외로 깔끔하게 넘어갑니다.
느껴지는 맛은 동물계에서 나온 깊이감이 뼈대를 만들고, 부시류가 향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혀끝에 스프가 닿는 순간에는 부시류의 향이 먼저 올라오면서, 뒷부분으로 넘어갈 수록 동물계의 묵직한 감칠맛이 가득찹니다. 그리고 뒷 부분은 쇼유 타레가 이 모든 맛들을 누르면서 은은하게 남습니다. 가장 심플하게 표현하자면, "농후하지만 무겁지 않고 깔끔하다."라는 역설적인 표현이 어울릴 것 같네요.




차슈
큰 덩어리 차슈는 카타로스 부위로 추정이되는데요, 살코기와 지방 비율이 적당해서 자주 사용되는 부위입니다. 아주 푹익혀내서 부드럽게 씹혀서 좋지만 조금은 뻔한 감이 있지요. 이것을 충족시켜주는게 조각차슈입니다.
길게 썰어낸 조각차슈의 경우에는 지방이 꽤나 붙어있구요, 나오기 전에 팬에서 한번 더 팬프라잉하면서 온도감을 높혀주고, 그 구워질때 나오는 고소한 향이 상당히 좋습니다. 충분히 익혀낸 뒤에 타래에 다시 담궈서 간을 더한 후에 다시 한번 구워낸 스타일로 짭조름하고 맛있습니다. 이렇게 간이 베어있는 기름진 차슈가 스프에 담궈져있으면서 점점 스프에도 그 향이 베어서 시간이 지날수록 더 국물의 맛이 깊어집니다.

기타 토핑
멘마는 상당히 진한색을 띄고 있습니다. 두께가 아주 두껍진 않지만 부드러운 스타일의 멘마가 아니라 씹는 맛이 살아있으면서도 타레를 충분히 머금고 있어서 감칠맛도 매우 뛰어납니다. 부드러운 차슈나 면을 먹다가 멘마를 중간중간 먹으면 지루하지 않게 라멘을 끝까지 먹을 수 있습니다.

아지타마고는 정석적으로 조리된 젤라틴화가 잘 일어난 노른자. 타레도 적당히 머금어서 심심하지 않고 그렇다고 과하게 짜지도 않습니다. 국물과 함께 떠서 먹으면 노른자의 고소함이 국물을 더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장점이 있습니다.

면
중태면 굵기의 스트레이트 면입니다. 원형 단면을 가지고 있어서 빨아들일 때 느낌이 좋습니다. 가수율은 중가수율의 면. 표면이 매우 매끈한 편이라 국물을 과하게 흡수하거나 끌어올리지 않고 면 자체의 빨아들이는 느낌이나 절삭감이 잘 살아있습니다. 씹었을 때 탄력이 느껴지면서 서서히 올라오는 밀향이 일품입니다. 면을 다 먹을 때까지 쉽게 퍼지지도 않아서 끝까지 먹어도 이 좋은 특성이 잘 유지가 됩니다. 클래식한 도쿄식 중화소바에 참 잘어울리는 면입니다.

늦은시간인데도 면을 다 완식하고야 말았네요.

결론적으로 야심한 밤 시메라멘으로 아주 만족스러웠던 중화소바 한 그릇이었습니다. 이정도 맛과 영업시간의 장점, 그리고 위치적 장점이 있다면 굳이 토시오카나 벤텐을 가야하나라는 생각이.. 물론 그 둘을 다 먹고 바로 비교를 해보면 차이점이 느껴지겠지만 이런 계통류의 라멘이 사실 그렇게 큰차이를 내기 힘들다고 생각을 하고, 실제로 일본 라오타들의 평가도 그렇습니다.
또하나 드는 생각. 결국 라멘도 '유행은 돌고 돈다.'는 클리셰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 제가 아주 만족하면서 먹었던 요코쿠라 하우스의 곤부스이 츠케멘도, 탄레이계 청탕 라멘도, 결국 시간이 지나면 또다른 유행이 찾아오겠지요. 그치만 오늘 먹었던 도쿄식 츄카소바와 같은 향수를 부르는 맛은 10년, 20년이 지나도 여전히 사랑받는 장르가 되어있을 것입니다. 오늘 방문한 키쵸우는 그런 생각을 다시금 환기시켜주는 곳이었던 것 같습니다.
구글 지도 링크 :
https://maps.app.goo.gl/2BzF9Ka2SJedeQ7A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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