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라멘을 먹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단순히 맛있는 라멘보다 새로운 경험을 찾게 된다. 그리고 그 분야에서 일본 라멘계 전체를 통틀어 가장 독보적인 가게 중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코 킷포시(吉法師)를 꼽을 수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유명한 "푸른색 라멘집" 정도로 알고 방문했던 이들이 라멘을 맛보고 놀라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이 집은 단순히 어그로를 끌기 위해 음식 색깔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가게가 아니라, 닭 육수를 중심으로 한 청탕(清湯)·백탕(白湯)의 기술을 바탕으로 시각적 쾌락마저 충족시켜주는 실험적인 라멘을 추구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 본 포스팅은 직접 비용을 지불하고 방문한 식당만 기록합니다.광고·협찬은 일절 받지 않습니다.
안녕하세요. 욜의사입니다.
제 블로그는 단순히 유명한 식당을 나열하기보다, 직접 방문한 식당 중 개인적으로 의미 있다고 느낀 곳들을 기록하는 공간입니다.
맛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취향이 반영되는 영역이라 생각합니다. 제 글들을 읽어보시고 취향과 방향성이 비슷하다고 느끼신다면, 생소한 식당들도 만족하실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나치게 대중적인 맛집보다는, 음식의 개성과 스토리·조리 철학이 느껴지는 곳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 욜의사 취향 간단 스펙
☞ 양 : ★★★★☆ (성인 평균 이상 / 대부분 특 또는 추가 주문)
☞ 맵찔이 정도 : ★★☆☆☆ (매운맛 좋아하지만 극매운 단계는 어려움)
☞ 모험가정신 : ★★★★☆ (향신료·이국적 식재료 선호)
☞ 육식성 : ★★★★★
☞ 가성비 : ★★☆☆☆ (여행에서는 경험 우선)
☞ 특이사항 : 음주·흡연 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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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이 도쿄 여행을 가서 라멘을 먹고 싶을 때, 새로 도전하는 라멘집의 어떤 것을 보고 방문을 결정하시나요? 물론 맛이야 당연 좋아야겠지만, 일본에서 라멘을 어느정도 경험해보신 분들은 비슷한 맛을 내는 대동소이한 라멘집들에 지쳐 새로운 도파민을 안겨줄 신점들을 찾곤 합니다. 그게 전통적인 라멘 범주 안에서 만족되는 경우도 있지만, 오늘 소개해드릴 곳은 조금은 더 색다른 곳입니다.
제가 킷포시(吉法師)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여느 다른 라오타들처럼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였습니다. 한눈에 제 눈길을 빼았아가버린 푸른색을 띈 스프의 라멘은, 식욕을 떨구는 색이라는 누명을 비웃기라도 하듯 제 마음을 훔쳐가버렸습니다. 물론 지금은 푸른색의 라멘을 파는 곳이 이 곳 한 곳이 아니지만, 처음 이 푸른 라멘을 선보였을 당시 화제성은 정말 대단했다고 합니다.
"라멘집"의 점주 이야기
킷포시(吉法師)는 원래 도쿄 스미다구의 혼조아즈마바시(本所吾妻橋)에서 작은 규모로 시작된 가게입니다. 2017년부터 SNS에서 화제가된 토리청탕 아오(鶏清湯 青), 즉 '파란 닭청탕 라멘'으로 전국적인 인지도를 단숨에 얻게 되었습니다. 단기간에 몰린 관심 덕분인지 이후 중심지인 시부야로 가게를 이전하였고, 2024년 6월에 현재 위치인 하마마쓰초 지역으로 이전하였습니다.
역시나 제가 소개하는 다른 대다수의 라멘집들과 마찬가지로 특정 유명 점포의 계열이라던가 수련생이라던가 하는 스펙은 없습니다. 킷포시의 점주는 라멘 업계에서도 특이한 인물로 알려져있다고 하는데요, 킷포시를 오픈하기 전 무려 18번이나 이직을 하는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야키니쿠 가게의 점장으로 7년간 근무한 경력을 살려 경영에 활용했다고 하는데요, 지금은 유명한 메뉴인 '토리청탕 아오'도 폐업 직전까지 몰린 가게를 살리기 위해 당시 폭발적으로 성장 중이던 인스타그램을 이용한 마케팅의 일환으로 개발한 메뉴라고 합니다. 지금은 점잖은 검은색 머리이지만, 과거 시부야 시절에는 본인까지 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해 핑크색 머리로 염색을 고수했던 이력도 있다고..
가게 이름인 '킷포시(吉法師)'는 일본 전국시대를 대표하는 무장 '오다 노부나가(織田 信長)'의 유년기 이름에서 따왔다고합니다. 선견지명과 독창성, 야망을 향한 결단력과 행동력을 존경해서 본인의 가게의 모토로 삼고 싶었다고 하네요.
¿ 무슨 라멘을 파는 곳인가요?
토리청탕(鶏清湯)

토리청탕(鶏清湯)은 쉽게 말해 닭으로 만드는 맑은 육수의 라멘입니다. 흔히 한국 사람들이 닭육수 라멘이라고 하면 삼계탕처럼 뽀얗고 진한 국물을 떠올리지만, 일본 라멘에서 말하는 청탕(清湯)은 오히려 그 반대에 해당합니다. 닭뼈와 닭고기를 오랜 시간 끓이되 국물이 탁해지지 않도록 불조절과 거품제거를 반복해 투명하게 완성하는 방식으로 스프를 만듭니다. 그래서 겉보기에는 담백하거나 밍밍해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닭의 감칠맛, 즉 우마미(旨味)가 매우 응축되어 있습니다. 킷포시의 대표 메뉴인 '토리 청탕 아오'역시 기본 구조는 정통 토리청탕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푸른색 스프에 먼저 시선을 빼앗기지만, 첫 모금에서는 닭의 깨끗한 감칠맛이 중심을 잡고, 뒤이어 은은한 지방감과 시오 타레의 깊이가 따라옵니다. 즉 정교하게 설계된 토리청탕을 독특한 현대적 시각 특수효과로 완성시킨 라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가게 내부 분위기는?

현대적인 간판과 다소 향수가 느껴지는 외관의 가게로 들어서면 손님을 먼저 맞아주는 것은 점주의 반가운 미소가 아닙니다.

바로 고양이 친구인데요, 점주 코이즈미씨가 워낙 고양이 애호가라는 소문이 자자합니다. 실제로는 두마리 이상 있을 때도 있다는데.. 이름이라던가 이런게 알려져있는게 아니고 그냥 고양이가 들어오면 두는건지..ㅋㅋ 실제로 키우는건지..

가게 외관에는 대표 메뉴들이 써있는 메뉴판과 영업시간을 볼 수 있구요, 메뉴판 디자인 자체도 상당히 독특합니다. 마치 일본의 80년대를 떠올리게하는 향수젖은 디자인의 메뉴판.

유리문 너머로 보이는 코이즈미씨의 중절모가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좌석은 모두 다찌석으로 되어있구요, 키오스크로 되어있지 않아서 메뉴판을 보고 주문을 하시면됩니다. 지불은 제가 갔을 땐 저 혼자여서 그랬는지 후불제였습니다. 손님이 많을 때는 바로 받으실수도..

제가 주문한건 좌측에 있는 대표 메뉴인 토리청탕 아오. 가격은 1,500엔으로 꽤 있는 편입니다.

다소 험블한 세팅이지만 잘 관리가 되어있는 전형적인 일본 음식점의 주방. 가릴 것 하나 없는 풀 오픈 키친으로 만드시는 과정을 볼 수 있습니다.

바보같이 레귤러 메뉴를 주문하고 가게를 둘러보던 중 이것을 발견.. 아 원래 이거 먹으러 온건데 레귤러 메뉴가 푸른색이어버리니까 정신을 놓고 그냥 시켜버렸네요.
본격적인 메뉴 탐방

주문한지 5분정도 뒤에 받아본 킷포시의 레귤러 메뉴, 토리 청탕 블루 (鶏清湯 Blue) 입니다. 와 정말 이 푸른색이 실제로 보니까 더 충격적이네요 ㅋㅋ 요리를 한다면 푸른색이 식욕을 떨어뜨리는 색이란건 기본 공식인데 이걸 과감하게 사용해버립니다. 스피룰리나(Spirulina) 계열 천연 유래 색소를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근데 이게 이렇게 대놓고 색을 잘 뽑아서 내버리니까 혐오스럽다기보다는 신비한 느낌이 더 듭니다. 그리고 색만봐서는 냉라멘 같은데 매우 뜨끈한 닭청탕이라는게 또하나의 반전.

닭차슈는 저온조리하여 내어주십니다. 푸른 스프에 잠겨있는 핑크빛이 감도는 새하얀 수비드 차슈라니요.

마치 깨끗한 바닷물 내부를 보는 것처럼 스프 밑에 숨어있는 면선이 신비롭습니다.

오 근데 이 닭차슈가 생각보다 완성도가 매우 높습니다. 타이트하게 맞춘 온도감과 절묘한 간. 차갑게 서빙되는데 밀도감있는 육질을 느낄수 있는 완성도 높은 수비드 차슈였습니다.

전형적인 토리청탕의 뼈대를 가지고 있는 라멘이지만, 면은 흔히 사용되는 호소 스트레이트면이 아닌 둥그스름한 단면을 가진 중세면입니다. 표면이 매우 매끄럽고 씹으면 수분감이 가득 느껴지는 면. 처음 면을 후루룩 빨아드리면 매끄러운 표면을 느낄 수 있고, 씹으면서는 모찌한 탄력이 느껴집니다. 스프의 푸른색도 면에 자연스럽게 옅게 염색되듯이 따라올라옵니다. 시각적인 일체감도 이루어내는..

스프는 겉보기와 달리 닭의 감칠맛이 잘 살아있는 전형적인 시오타레를 활용한 토리청탕 라멘이었습니다. 매우 깔끔한 맛이면서도 닭의 맛이 생각보다 잘 느껴지는데요, 다른 선발대의 후기로 '멘야준의 시오 맛이 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실제로 저도 매우 유사하다고 느꼈습니다.

아지타마고의 샛노란 색이 스프와 대비되면서 신비감을 더합니다.

다음은 연식으로 킷포시를 찾은 진짜 목적인 '레몬에이드 라군'. 가격은 1,800엔으로 다소 높은 편입니다. 라멘과 함께 차갑게 보관된 리몬첼로를 한잔 같이 주십니다.

토핑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지만 레몬 슬라이스가 돋보이구요, 앞서 칭찬했던 닭차슈도 보입니다.
앞서 먹었던 레귤러 메뉴와 푸른 빛이 좀 다른데요, 동남아에서 많이 사용하는 허브인 '버터플라이피'를 이용해서 만들어냈다고합니다. 이 라멘의 진면목을 단순히 처음에 나오는 라멘의 색이 끝이 아닌데요, 바로 이 스프가 산성을 만나면 색상이 변하는 특징을 가졌다는 점 입니다.
원리는 '버터플라이피'에 들어있는 안토시아닌(Anthocyanin)이 산성도에 따라서 분자 구조가 바뀌면서 색상이 바뀌는 데에 있습니다. 중성의 산성도일 때는 푸른색을 띠다가 pH가 낮아지면 점점 보라색, 분홍색, 붉은색 쪽으로 색상이 변하게 된다고 합니다.

스프 내부가 훤히 보이는 구조는 레귤러 라멘과 같습니다. 다만 이 경우에는 냉라멘이어서 좀 더 청량감이 강해보입니다.

대망의 리몬첼로를 넣는 순간.. 잔도 매우 차갑게 준비해주십니다.

오 리몬첼로를 넣자마자 스프와 만나는 부분부터 영화와 같은 장면이 펼쳐집니다. 점차 연보라색으로 스프 색이 변하더니

스프의 표면 전체의 색깔이 이내 변합니다. 군데군데 핑크색도 띄구요, 마치 오로라처럼 색이 실시간으로 변하는 장면을 눈앞에 내 음식에서 보다니요 ㅋㅋ

변신을 완성한 레몬에이드 라군의 영롱한 자태. 이거 정말 라멘이 아니라 눈앞에서 펼쳐지는 현대미술같네요.

레몬의 노란색마저 바뀐 스프색깔과 더 오묘하게 잘 어울리는 느낌입니다. 리몬첼로가 아래로 점점 침강함에 따라서 스프 내부도 색이 서서히 변하는 구조.

면은 냉라멘이라 찬물에 열심히 행궈내서 그런지 전분이 덜해서 그런가 색이 거의 안스며드네요. 역시나 중세면인데 쫄깃함이 더 극대화되서 냉라멘과 잘 어울렸습니다.

스프는 처음 표면만 떠먹었을 때는 전형적인 냉라멘처럼 약간은 간이랑 감칠맛이 약하다고 느꼈는데요, 분리된 층까지 깊게 떠서 마셔보니 생각보다 평냉만큼의 밍밍함은 아니었고, 감칠맛이 느껴지는 스프였습니다. 닭 베이스의 스프를 사용하여 어찌보면 한국에 유명한 닭을 이용한 평냉집인 평래옥의조금 더 슴슴한 버전이라고나 할까요. 리몬첼로와 레몬슬라이스에서 오는 산미와 허브향, 그리고 차가운 닭청탕의 맛이 만나 기분좋게 먹은 냉라멘이었습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처음 알게된 곳이라 그런지 단순히 기믹이 아닐까란 우려를 가지고 방문했던 킷포시. 방문 후에는 치밀하게 계산된 과학의 원리와 정통에 가까운 토리청탕의 맛 때문에 더욱 깊은 인상이 박힌 곳이었습니다. 물론 라멘의 맛 자체를 놓고 본다면 도쿄에 워낙 훌륭한 곳들이 많이 있지만, 이런 혁신적인 시도를 하는 라멘야를 방문해보는 것도 도쿄 라멘 여행에서만 느낄 수 있는 유니크한 재미이지 싶습니다. 한정메뉴는 시기별로 여러번 바뀐다고 하니, 본인이 방문하는 시기에 인스타그램을 확인해보시고 궁금하시다면 방문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구글맵 링크 :
https://maps.app.goo.gl/zzY6eoBLXaGTjcxu8
킷포시 · 1 Chome-11-2 Shiba, Minato City, Tokyo 105-0014 일본
★★★★☆ · 일본라면 전문식당
www.goog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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