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자극적이고 강렬한 맛은 쉽게 기억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먼 훗날에도 기억에 남는 라멘은 조금 다르다. 첫 숟갈보다 마지막 숟갈이 더 기대되고, 먹는 순간보다 다 먹고 난 뒤 기억을 돌이켜 보면 더 많이 생각난다. 라멘 코이케는 농후 니보시(濃厚煮干し)라는 장르에 있어서 그런 라멘을 파는 곳이었다."

※ 본 포스팅은 직접 비용을 지불하고 방문한 식당만 기록합니다.광고·협찬은 일절 받지 않습니다.
안녕하세요. 욜의사입니다.
제 블로그는 단순히 유명한 식당을 나열하기보다, 직접 방문한 식당 중 개인적으로 의미 있다고 느낀 곳들을 기록하는 공간입니다.
맛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취향이 반영되는 영역이라 생각합니다. 제 글들을 읽어보시고 취향과 방향성이 비슷하다고 느끼신다면, 생소한 식당들도 만족하실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나치게 대중적인 맛집보다는, 음식의 개성과 스토리·조리 철학이 느껴지는 곳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 욜의사 취향 간단 스펙
☞ 양 : ★★★★☆ (성인 평균 이상 / 대부분 특 또는 추가 주문)
☞ 맵찔이 정도 : ★★☆☆☆ (매운맛 좋아하지만 극매운 단계는 어려움)
☞ 모험가정신 : ★★★★☆ (향신료·이국적 식재료 선호)
☞ 육식성 : ★★★★★
☞ 가성비 : ★★☆☆☆ (여행에서는 경험 우선)
☞ 특이사항 : 음주·흡연 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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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서 니보시 라멘을 좋아한다고 하면 반드시 한 번쯤은 듣게 되는 이름이 있습니다. 라멘 코이케(らぁめん小池). 지금은 중화소바 니시노(中華蕎麦 にし乃), 킹구 세이멘(キング製麺), 츠케멘 킨류(つけめん金龍), 코이케노 이에케이(こいけのいえけい) 등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코이케 계열(小池系列)의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사실 저는 이 집을 꽤 오랫동안 구글 지도에 가고싶은 곳으로 저장해 두고 있었습니다. 단순히 유명해서라기보다는, 일본 라오타들이 이 집을 이야기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 조금 달랐기 때문입니다. 보통의 농후니보시 라멘을 먹으면 올라오는 표현들은 “강하다.” “진하다.”와 같은 느낌의 표현인데, 라멘 코이케의 후기들을 보면 이런 표현보다 밸런스나 완성도라는 단어를 더 자주 쓰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니보시 라멘이라는 장르는 의외로 만들기 어려운 장르입니다. 멸치를 많이 넣는다거나, 스프를 진하게 뽑는 것도 기술적으로는 얼마든지 선보이는 집들이 도쿄에는 산재해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농후하고 강렬한 맛이 스프의 마지막 바닥을 보일 때까지 피로감 없이 이어지는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코이케는 제가 맛본 농후 니보시 중에서 마지막 바닥을 볼 때까지 (게다가 비록 첫 번째 라멘식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 질리지않고 마실 수 있는 밸런스 좋은 농후 니보시 라멘이었습니다.

2013년, 라멘 코이케의 시작.
라멘 코이케의 점주 미즈하라 히로미츠(水原 裕満)는 전형적인 라멘 점주의 이력을 가진 인물이 아닙니다. 1985년 요코하마 출생으로 라멘집을 하기 전에 밴드 활동을 했었습니다. 구두 장인을 꿈꾸며 전문학교에 다녔고, 이후 음식점 아르바이트와 외식업 경험을 거쳐 라멘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유명점에서 오랜 기간 수련한 뒤 독립하는 전형적인 서사와는 조금 거리가 있습니다.
미즈하라씨는 2013년 처음 가게를 열었습니다. 당시 이름은 지금의 라멘 코이케가 아니라 츠케멘 코이케(つけめん小池)였습니다. 처음부터 지금처럼 정교한 니보시 라멘을 만든 것이 아니라 당시 유행하던 농후 교카이돈코츠 츠케멘에 가까운 방향이었고, 초반에는 손님이 많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후 여러 라멘점에 조언을 구하며 스프와 카에시를 처음부터 다시 배우고, 결국 츠케멘에서 라멘으로 방향을 바꾸게 됩니다. 처음부터 천재적인 재능을 뽐내며 완성형 가게로 등장한 곳이 아닌, 실패에 가까운 출발을 했고, 그 실패를 인정한 뒤 자기 라멘을 손봐 다시 설계한 가게라는 점이 감동적입니다. 그래서인지 지금의 코이케 라멘에는 유행을 따라간 흔적보다, 유행의 폭풍을 한 번 겪은 라멘 장인이 고뇌 끝에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릴지 고민한 흔적이 강하게 느껴지는 곳 입니다.
2014년에는 지금의 라멘 코이케(らぁめん小池)로 메뉴를 전면 리뉴얼했고, 이 선택은 결국 맞았습니다. 이후 코이케는 미쉐린 빕구르망에 이름을 올렸고, 미즈하라씨는 근 10년간 니시노, 킹구 세이멘, 츠케멘 킨류, 코이케노 이에케, 아이다야, 혼고엔, 이노세 등 서로 전혀 다른 콘셉트의 가게들을 계속해서 오픈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코이케 계열의 출발점이 되는 라멘 코이케는 그에게 있어서 큰 의미가 있는 곳 입니다.

밸런스에 중점을 둔 코이케 그룹의 라멘
코이케 계열의 재미있는 점은 각 가게가 서로 독자적인 노선을 추구하려는 노력을 한 티가 난다는 점입니다. 중화소바 니시노(中華蕎麦 にし乃)는 담려계 쇼유와 시오의 정제된 맛을 보여주고, 킹구 세이멘(キング製麺)은 면의 존재감과 완탕을 전면에 세웁니다. 코이케노 이에케(こいけのいえけい)는 이름 그대로 이에케 라멘을 가져오지만, 일반적인 이에케의 거친 인상과는 조금 다른 방향성을 보여준다고 합니다.
하지만 일본 라오타들의 리뷰를 읽다보면 이상하게도 이 가게들 모두에서 느껴지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과한 것보다는 밸런스를 더 중요시 한다는 점 입니다. 특정한 맛이나 컨셉을 한계까지 밀어부치기보다는 각 장르가 가진 장점들을 정리하고, 그 장르가 가진 구조를 자기 방식으로 다시 해석하는 식입니다.
이것이 미즈하라 히로미츠라는 사람이 가진 가장 큰 강점인 것 같습니다. 그는 라멘을 특정 항목에 꽂힌 장인적인 집착만으로 바라보기보다는, 하나의 컨셉과 구조로 바라보는 사람에 가깝습니다. "SUNMARK WEB" 인터뷰에서도 미즈하라씨를 전통적인 의미의 라멘 장인들과는 다른 합리적인 시각으로 라멘을 분석하고 본인의 라멘을 정립하는 사람으로 묘사합니다.
그래서 코이케의 농후 니보시도 단순히 “니보시를 많이 넣은 걸쭉하고 농후한 라멘”의 모습보다는 "니보시를 어디까지 절제할 것인가.", "농후함을 갖추면서도 얼마만큼 균형있게 니보시의 맛을 정제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질문하며 고민한 흔적이 보입니다.
¿ 무슨 라멘을 파는 곳인가요?
농후(니보시)라멘(濃厚ラーメン)

라멘 코이케의 농후 라멘(濃厚ラーメン)은 ‘강한 니보시’보다 ‘정제된 니보시’에 가깝습니다. 이름만 보면 시멘트계처럼 거칠고 강렬한 라멘을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로는 토리파이탄(鶏白湯)의 부드러운 스프 위에 니보시의 감칠맛을 치밀하게 얹은 구조에 가깝습니다. 첫 입에서는 닭의 부드러운 바디감이 먼저 느껴지고, 시간이 지나면서 니보시의 염도와 감칠맛, 해산물 특유의 텁텁하면서도 지긋이 눌러주는 듯한 여운이 점점 선명해집니다. 여기에 기분좋은 절삭감의 중세 스트레이트면, 저온조리 차슈, 닭 츠쿠네, 다진 양파가 스프의 밀도와 지루함을 조율해줍니다. 그래서 코이케의 농후 니보시는 ‘얼마나 빡센 라멘을 만들었는가’보다 ‘어떻게 끝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디자인했는가’를 보여주는 라멘이라고 생각합니다.
¿ 가게 내부 분위기는?

가게 내부는 모두 다찌석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제가 방문한 시간은 저녁 라스트 오더 쯔음 시간대였어서, 퇴근하고 찾은 직장인들과 부부, 연인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여성분들도 꽤나 있었던 데다가, 제가 먹었던 농후 라멘을 똑같이 주문해서 먹으면서 연이어 '오이시'를 외치는 것을 보니, 코이케의 라멘이 말씀드린 것처럼 자극에 특화된 라오타만을 위한 메뉴가 아니라 남녀노소 먹어도 니보시의 농후함을 즐길 수 있게 설계된 라멘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방문 팁
위치는 게이오선(京王線) 가미키타자와역(上北沢駅) 북쪽 출구에서 도보 약 4분입니다. 역에서 약 202m 거리. 좌석은 카운터 11석. 역시나 카드는 불가하고 키오스크를 이용한 현금 결제만 가능합니다.
영업시간은 평일 11:00–14:30 / 18:00–21:00, 토·일·공휴일 11:00–15:00 / 18:00–21:00로 안내되어 있습니다. 다만 임시휴업이 있는 편이므로 방문 전 공식 X나 인스타그램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타베로그에도 공식 X와 인스타그램 계정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본격적인 메뉴 탐방


제가 주문한 라멘은 간판메뉴라고 할 수 있는 특제 농후 라멘 (特製 濃厚ラーメン). 가격은 1,370엔으로 특제라멘 치고 나쁘지 않은 가격입니다. 핑크빛의 저온조리 차슈가 국물 센터에 부드럽게 접혀 있고, 그 옆으로 닭 츠쿠네를 두 알 올려줍니다. 잘게 다진 양파와 파, 그리고 아지타마고. 전체적으로 화려하다기보다는 잘 정돈된 험블한 인상.

스프
스프에 관해서 솔직히 말해 첫 입을 먹었을 때는 기대와 너무 달라 놀랐습니다. ‘농후 니보시’라는 이름을 들으면 한국에서 라멘을 드셔보신 분들이라면 자연스럽게 '라멘 구락부'의 시멘트처럼 탁한 색감, 강한 멸치 향과 건어물의 감칠맛이 강하게 몰아치는 스타일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런데 코이케의 농후 니보시 라멘은 국물은 분명 농후하고 표면의 색도 진하며, 렌게를 넣었을 때의 밀도감도 있지만 입에 닿는 순간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니보시의 날카로롭고도 진한 맛이 아니라, 생각보다 둥그스름하면서도 크리미한 토리파이탄에서 오는 스프의 성질입니다. 그리고 그 뒤를 바로 니보시가 치고 올라오는 구조.
보통 니보시를 내세우는 라멘들을 먹어보면 첫 입에 혀끝에서 강한 니보시 향이 먼저 치고 들어와 “나는 니보시다”라고 주장하는 곳들이 많습니다. 반면 코이케는 니보시가 스프 전체의 방향성을 잡고 있지만, 니보시 하나가 스프의 맛 감상의 모든 것을 지배하려 들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니보시 맛이 약한 것도 아니고, 분명하게 니보시의 맛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토리파이탄의 맛이 너무 강하면 니보시가 흐려지고, 니보시가 너무 강하면 토리파이탄은 단순한 점도 발사대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코이케는 그 경계선을 꽤 정교하게 잡습니다. 그리고 이 기가막힌 경계선은 라멘을 먹는 순간도 순간이지만 시간이 지나 코이케의 농후 니보시 라멘을 떠올리는 순간에 더 인상깊게 남게 되었습니다.

차슈
사진에서도 보이듯 분홍빛이 선명하고, 얇게 접혀 올라가 있습니다. 농후 니보시 라멘에서 차슈가 두각을 나타내기는 힘든 것 같습니다. 육향이 너무 강하면 니보시와 충돌하고, 간이 너무 세면 스프의 염도가 과해집니다. 반대로 너무 존재감이 없으면 토핑으로서의 의미가 약해져서 안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습니다.
코이케의 차슈는 저온조리 특유의 촉촉함과 적당한 육향이 베어있고, 시간이 지나 스프의 열을 받으면 질감이 조금씩 바뀝니다. 완전히 익힌 차슈와는 다른, 저온조리 특유의 부드러운 결이 있습니다. 로스트 비프와 같은 느낌.

닭완자(츠쿠네)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었던(좋았던) 토핑이었습니다. 완자에 대해서는 라멘에서 별로 좋은 기억이 없는데, 코이케의 완자를 먹고는 '아 완자도 잘 만들면 라멘에서 좋은 토핑으로 어울릴 수 있구나'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완자는 겉으로 보면 완탕에 비해서 화려하거나 예쁘게 보이는 토핑은 아닙니다. 하지만 연골의 오독오독한 맛이 느껴지면서 닭의 육향이 살아있는 완자는, 코이케의 농후라멘 스프의 토리아파이탄 베이스라는 구조와 연결되면서 맛의 연장선을 기분좋게 이끌어나갑니다. "아 나 완자 좋아하네."

면
면은 츄보소 스트레이트멘, 중세 스트레이트면(中細ストレート麺)입니다.일본 리뷰에서는 흔히 '파츠파츠(パツパツ)'라는 표현을 쓰더라구요. 한국어로 그대로 옮기면 조금 어색하지만, 치아에 닿았을 때 탄성으로 튕겨내거나 모찌함이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짧고 선명하게 끊기는 절삭감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농후한 계열의 라멘에서 면의 역할은 생각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스프가 농후할수록 면이 너무 두꺼우면 전체가 둔해지고, 너무 가늘면 국물에 묻혀버립니다. 코이케의 중세 스트레이트면은 그 중간 지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스프를 충분히 끌어올리지만, 국물과 엉켜서 흐느적거리지 않습니다. 스프가 면에 질척거리면서 딸려오기보다는 얇게 코팅되는 느낌으로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농후 니보시와는 결이 다릅니다.

라멘을 먹다가도 이 완자의 존재감을 다시 느끼고 자세히 살펴볼만큼 완자가 서프라이즈 요소였습니다. 염도도 적절하게 간이 잘 베어있고, 연골의 오독함이 중간중간 느껴져서 식감도 정말 좋았구요, 라멘에서 토핑에 완자가 있으면 빼고 시키는 편이지만 코이케 라멘은 다시 방문해도 이 완자는 꼭 추가할 것 같습니다.

라유 마늘 페이스트가 여기도 있네요. 중간에 넣어서 먹으니까 정말 기가막힌 변주. 매운 라멘으로 굳이 안시켜도, 기본 농후 스프를 즐기다가 중간에 추가해서 넣으면 안그래도 끝까지 잘 안질리는 밸런스형 라멘인데 더욱 더 재밌게 끝까지 먹을 수 있습니다.

니보시 라멘에 잘 어울리는 다시마 식초까지 둘러 먹으면 금상첨화입니다.
라멘 코이케는 누구에게 추천할 만한가

니보시 라멘을 좋아하지만 너무 거친 쓴맛이 부담스러운 분, 농후 라멘을 좋아하지만 농후함에 질려 스프의 바닥까지 즐기기 어려웠던 분, 그리고 일본 라멘에서 단순한 강렬함보다 완성도와 설계를 보고 싶은 분이라면, 코이케는 반드시 한 번쯤 가볼 만한 가게입니다. 반대로 아주 강한 시멘트계 니보시, 라멘 나기처럼 첫 숟갈부터 압도적인 비린 향과 쓴맛을 기대한다면 조금 얌전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최근 국내 라멘집인 사루카메와의 콜라보로 다시한번 화제가 되었던 라멘 코이케의 미즈하라씨. 다른 코이케 계열점도 가보고 싶을 정도로 뛰어난 밸런스의 농후 니보시 라멘을 경험했고, 이날 유난히 지친 하루였는데 하루의 마지막을 편안하게 보듬어준 한그릇이었습니다.
구글 지도 링크 :
https://maps.app.goo.gl/eT3j41HVTkQ9eGKC9
라멘 코이케 · 일본 〒156-0057 Tokyo, Setagaya City, Kamikitazawa, 4 Chome−19−18 上北沢ハイネスコーポ 1F
★★★★☆ · 일본라면 전문식당
www.goog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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