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with David/런던

[런던맛집][피카딜리/소호맛집] 수지도 다녀간 모던 유러피안 퀴진, 그리고 선데이 로스트(Sunday Roast) 맛집. "Fallow"

욜의사 2024. 5. 25. 10:00
반응형
반응형
제 블로그 맛집 관련 글을 읽으시기전에 읽어주세요.

1. 개인적으로 직접 비용을 지불하고 방문한 식당만 포스팅합니다. 광고는 일절 받지 않습니다.

2. 맛이란 개인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감각이기에 개개인이 느끼는 맛이 다를 수 있습니다. 제 글들을 읽어보시고 본인이 지향하는 방향과 맛집 리스트업이 비슷하다면, 제가 포스팅하는 생소한 식당들도 분명 만족하시리라 믿습니다.

3. 너무 대중적인 맛집은 선호하지 않습니다. 이미 제 블로그 글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노출되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4. 저의 취향에 대해 간략하게 스펙(?)을 첨부하니 보시고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즐찾하시면 분명 맛집 찾는데 도움이 되시리라 생각합니다.

 

☞  스펙 : 180cm / 90kg

☞  양 : ★★★★☆ (성인 기본보다 잘먹습니다. 모든 식당 메뉴 특으로 주문.)

☞  맵찔이 정도 : ★★☆☆☆ (매운 맛 좋아하지만, 어느 식당이나 최고 매운맛은 못먹음. 땀 많이 흘림.)

☞  모험가정신 : ★★★★☆ (고수 포함 각종 향신료는 잘 먹으나, 개인적으로 혐오스런 재료는 못먹음. Ex) 벌레)

☞  육식성 : ★★★★★

☞  가성비 : ★★☆☆☆ (여행에서는 꼭 먹어봐야할 건 비싸더라도 먹어보자는 주의. 평소는 가성비.)

☞  특이사항 : 현재 간헐적 단식중. 음주/흡연 안함.

 

☎ 기타 욜의사에 대해 더 알고싶은 스펙이 있다면 성심성의껏 답변드리겠습니다.

 

 

PROLOGUE



유럽 식당을 들어갈 때 누군가 문을 열어준다는 것은 뭔가 대접받는다는 느낌이 납니다.

 

 

얼마전 수지가 런던 여행을 다녀온 포스팅이 화제가 되었었습니다. 그 중 얼핏 스쳐 지나간 화면에 제가 이번 여행에서 만족한 식당 중 한 곳이 비춰져 반가웠습니다. (사실은 올백 머리가 잘어울린다는 포스팅이지.. 맛집 내용은 아니었습니다.만..) 피카딜리 대로변에 위치한 이 음식점은 사실 관광객으로서 지나가다보면 그냥 흔하디 흔한 음식점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사실 외관으로만 보면 가볍게 술 한잔 마시는 바 정도로 비춰질 수도 있겠습니다. 실제로 낮에는 가벼운 맥주 한잔이나 커피 음료 등을 판매하고 있기도 하구요. 하지만 저녁이 되면 그 분위기는 완전히 바뀝니다. 힙하면서도 은은한 간접 조명들과 함꼐 야외 테라스를 구비한 멋진 레스토랑으로 변합니다. 시간이 더 늦으지면 바로서의 기능에 충실해지기도 하구요. 오늘 소개해드릴 곳은 런던 한복판에서 맛볼 수 있는 모던 컨템퍼러리 유러피안 퀴진을 표방하는 "Fallow"입니다.

 

수지님의 브이로그에 등장한 fallow. 저와는 달리 낮에 방문하신 듯 합니다.

 

¿ 선데이 로스트?

 

런던 여행을 계획하시는 분들이라면 한 번 쯤은 들어보았을 음식이 있습니다. 바로 "선데이 로스트" 입니다. 특정 요일에 고기를 먹는다는 의미는 알겠는데, 왜 하필 일요일일까요? 다음날 출근 하기 싫을 것 같아서 사기를 북돋기 위한 것이었을까요? ^^; 

 

선데이 로스트의 유래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영국은 오래전 기독교 문화 탓인지 금욕을 중시하는 문화가 발달되어 있었습니다. 이 중 하나가 금요일에 고기를 먹지 않고 채소나 생선류 등만을 먹는 문화였는데요, 물론 금욕이라고 평생 안먹는 것이 아닌 일종의 관례로, 일요일 예배가 끝난 후에는 고기 등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이때 마치 고삐 풀린 말처럼 모여서 고기를 실컷 먹는 문화가 발달했는데요, 그게 바로 선데이 로스트의 유래가 되겠습니다.

 

또 하나의 기원에 관한 추측에는 중세시대 성주들이 주중에 열심히 일한 노예들에게 주말에 창고를 열어 술과 고기를 베풀던 것이 그 기원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현대 사회에도 고용주님 밑에서 열심히 일한 회사원들이 주말에 고기먹으러 가는 것과 비슷한 모습인 것 같아 웃프네요 ㅎㅎ....

 

런던의 많은 식당과 펍 등에서 선데이 로스트를 '일요일 한정'으로 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정말 지독한 컨셉이 아닐 수가 없는데요, 많은 식당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선데이 로스틀 제공하지만 그 기본적인 구성은 같습니다. 장시간 오븐에서 구운 '로스트 비프' 혹은 '로스트 포크', 푹 익힌 채소, 요크셔 푸딩이라 불리는 빵, 그리고 골수 등으로 장시간 우려내 만든 그레이비 소스가 되겠습니다. 푹 익힌 채소에는 영국음식에는 빠질 수 없는 감자도 포함되어있습니다. 튀긴 형태이거나 구운 형태로 서빙됩니다.

 

Fallow에서 저희가 맛본 선데이 로스트의 구성. 소고기는 우측 요크셔 푸딩 뒤에 숨었네요 ㅎㅎ

 

¿ 무엇을 파는 식당인가요?

힙한 바이브가 느껴지는 Fallow 레스토랑 내부.



모던 유러피안 퀴진을 표방하는 Fallow에서는 사실 로스트 비프도 맛있지만 여러가지 이 곳만의 시그니쳐 메뉴들이 유명합니다. 구운 대구 머리 (smoked cod's head)나 옥수수 갈비 구이 (corn ribs), 소갈비 훈연 구이 (smoked beef ribs), 버섯 파르페 (mushroom parfait), 그리고 사슴 타르타르 (venison tartar) 등이 많이 사랑 받는 메뉴라고 합니다. 기본적인 스테이크도 훌륭하구요. 

 

 

오늘 저희가 선택한 메인 메뉴는 선데이 로스트이지만, 시그니쳐 메뉴들도 놓칠 수 없었습니다. 그 중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것은 평소에 버섯 관련 요리를 좋아하는 저희에게 딱인, 버섯 파르페 (Mushroom parfait, £18) 입니다.

 

 

가격 대비 양으로 치면 물론 관대한 편은 아니지만, 마치 무스처럼 발라먹을 수 있게 나온 버섯 스프레드와 위에 잘개 찢어둔 버섯의 식감이 매우 훌륭했습니다. 같이 나온 빵에 함꼐 발라 먹으면 내 혀가 뭘 잘했길래 이렇게 호사를 누려도 되는가.. 라는 자아 성찰의 시간을 갖게 되는 맛이었습니다. 물론 균사체를 왜먹냐고 생각하시는 버섯 혐오가들에게는 말도안되는 소리일지 모르지만, 버섯을 좋아하신다면 이 곳에서 반드시 시켜먹어야 되는 메뉴 중 하나입니다.

 

요렇게 발라서 한입 먹으면.. 극락..

 

다음으로 나온 메뉴는 소갈비 훈연 구이 (Smoked beef ribs, £13) 입니다. 가격 무엇.. 버섯보다 싼 소고기라니.. 포지션 자체가 스낵으로 되어있어서 이것 역시 메인 식사로 먹기보다는 안주로 먹는 느낌의 포션이었습니다. 맨첨엔 고기만 두 점 달랑 나와서 이게 뭔가 싶었는데, 먹으려고 포크로 건드리는 순간 뼈에서 스르륵 분리되는 모습을 보면서 '아 이건 맛없을 수 없겠구나'라는 느낌이 바로 떠올랐습니다. 장시간 훈연한 갈비에 특제소스를 발라 내어준 요리였는데요, 선데이 로스트 고기보다도 더 기억에 남는 고기 맛이었습니다. 하 또 먹고 싶네요..

 

 

드디어 대망의 선데이 로스트입니다. 저희는 로스트 비프(£32)와 로스트 포크 (£32) 를 하나씩 시켜서 먹었습니다. 먼저 나온 로스트 비프는 저온으로 장시간 구운 구기답게, rump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부드러웠습니다. 같이나온 그레이비 소스를 듬뿍 뿌려서 먹으면 그 맛이 더 깊어졌는데요, 같이나온 당근도 어찌나 맛있던지.. 태어나서 먹어본 당근 중에 손꼽힐 만큼 달큰하니 맛있는 당근이었습니다. (참고로 저는 당근을 별로 안좋아합니다.)

 

수북히 나온 야채들. 사워 크라우트가 생각나는 절인 양배추와 같은 사이드가 같이 나왔는데요, 이게 한국 김치처럼 느끼함을 잡아줘서 좋았습니다. 양이 너무 많이 나온건 부가적인 문제로..

 

다음으로 로스트 포크. 굽는 방식 때문인지 동그랗게 말아서 포션한 것이 눈에 띕니다. 껍데기까지 붙어있는채로 구워져 나오는데요, 일단 저 껍데기가 족발과는 다른 콜라겐의 맛이 아주 잘 느껴지는 굉장히 탱글하면서도 깊은 맛이었습니다. 아주 고급스러운 슈바인 학센의 콜라겐 맛이랄까요? 로스트 비프도 훌륭했지만 로스트 포크에서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같이 나온 그레이비 소스도 너무 잘어울렸습니다. 선데이 로스트를 먹을 때는 이 그레이비 소스를 요크셔 푸딩에 충분히 적셔 먹는것이 팁이라고 하네요. 촉촉하게 소스를 머금을 정도로 부어서 먹어주시면 맛이 정말 배가됩니다. 생각보다 그렇게 짜지 않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물론 칼로리는 모름..)

 

 

식사를 너무 만족스럽게 한 터라, 디저트를 맛보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테이블을 담당해주신 분께 추천받은 첫 번째 후식은 사과 아몬드 크럼블을 곁들인 바닐라 아이스크림 (Salted vanilla soft serve, British apples Almond crumble, £8). 결론적으로는 주문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맛이었습니다. 아이스크림 위에 올려져있는 크럼블들과 말린 칩이 매우 조화로웠습니다. 절대 뻔하지 않은 맛이었습니다.

 

다음으로 나온 디저트는 첼시 타르트(Chelsea tart, caramelised whey, £14). 네 비싼거 압니다. 하지만 맛있습니다.. 특별한 날이시라면 꼭 드셔보시라고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매우 고급스러운 카라멜 맛이 일본 도쿄에서 파는 숫자 캬라멜을 그냥 마구 때려부어 놓은 것 같은 맛입니다. 다소 비싸지만, 드신다면 절대 후회 안하실 맛입니다.

 

식사의 시작부터 마침까지 어느 음식하나 맛이 부족한 것이 없던 곳이었습니다. 특히 담당 서버 분께서 아주 프로페셔널한 터키계열 남성분이셨는데, 친절한 스몰 토크부터 중간 중간 음식 상태나 추가로 필요한 것 등을 수시로 체크해주시고, 부담스럽지 않게 물어봐 주셔서 케어받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그리고 추천 메뉴를 물어보면 보통 다른 유럽 식당들은 '너가 뭘 좋아하는지 따라 달라~ 그러니까 알아서 골라~' 이런 느낌이었는데, 이 곳은 아주 자신있게 본인이 가게의 시그니쳐를 추천해 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여행 온 관광객 입장에서는 사실 시그니쳐를 놓치고 가고 싶지 않은데 애매하게 대답해주면, 비싼 돈 주고 시켜먹어도 나중에 '아 그걸 못먹었네'라는 생각이 들면 두고두고 아쉬운게 사실이니까요. 

 

물론 이 식당이 현재 런던의 살인적인 물가를 대변하듯이 비싼 것은 사실입니다. 그돈씨가 나올 수도 있지만, 한 번 쯤 런더에서 제대로된 컨템포러리 유러피안 퀴진을 즐겨보고 싶으시다면, 방문을 강력하게 추천드리고 예약을 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구글맵 링크를 통해서도 간편하게 예약 가능하니까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