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논현맛집] 강남에서 맛보는 혼이 담긴 돈코츠 라멘과 수준급 츠케멘, '멘야시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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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인적으로 직접 비용을 지불하고 방문한 식당만 포스팅합니다. 광고는 일절 받지 않습니다.

2. 맛이란 개인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감각이기에 개개인이 느끼는 맛이 다를 수 있습니다. 제 글들을 읽어보시고 본인이 지향하는 방향과 맛집 리스트업이 비슷하다면, 제가 포스팅하는 생소한 식당들도 분명 만족하시리라 믿습니다.

3. 너무 대중적인 맛집은 선호하지 않습니다. 이미 제 블로그 글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노출되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4. 저의 취향에 대해 간략하게 스펙(?)을 첨부하니 보시고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즐찾하시면 분명 맛집 찾는데 도움이 되시리라 생각합니다.

 

☞  스펙 : 180cm / 90kg

☞  양 : ★★★★☆ (성인 기본보다 잘먹습니다. 모든 식당 메뉴 특으로 주문.)

☞  맵찔이 정도 : ★★☆☆☆ (매운 맛 좋아하지만, 어느 식당이나 최고 매운맛은 못먹음. 땀 많이 흘림.)

☞  모험가정신 : ★★★★☆ (고수 포함 각종 향신료는 잘 먹으나, 개인적으로 혐오스런 재료는 못먹음. Ex) 벌레)

☞  육식성 : ★★★★★

☞  가성비 : ★★☆☆☆ (여행에서는 꼭 먹어봐야할 건 비싸더라도 먹어보자는 주의. 평소는 가성비.)

☞  특이사항 : 음주/흡연 안함.

 

☎ 기타 욜의사에 대해 더 알고싶은 스펙이 있다면 성심성의껏 답변드리겠습니다.

 

 

PROLOGUE

아직까지 서울에서 강남이라하면 제대로된 라멘을 즐기기 힘든 불모지로 인식이 됩니다. 그도 그럴 것이 높은 임대료로 인한 고정비 상승과, 주요 손님 층이 세련됨을 추구하는 직장인들로 구성된 강남에서 매니악한 라멘을 팔기란 여간 도전적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걸 이겨내고 강남 상권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어 성공한 라멘야가 있습니다. 바로 흔히 '나고미 계파'로 불리는 정통 돈코츠를 전개하는 '멘야 시노기'입니다. 위치는 말씀드린대로 매니악한 라멘이 정말 성공하기 힘들어보이는 강남 상권에 자리잡고 있구요, 점심시간이 되면 넥타이부대들과 주변 병원, 로드샵 등에서 근무하는 각양 각색의 직장인들이 쏟아져나와 인산인해를 이루는 거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매니악한 라멘을 전개하는 라멘야가 점심시간만되면 줄을 세우는 진풍경을 이뤄내니 여간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상권적인 특성 때문에 저녁장사는 포기하신 것 같습니다. 일요일도 휴무로 운영하시구요. 사모님과 두 내외분이 운영하시는 것 같은데 메뉴도 생각보다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습니다. 사실 멘야시노기를 처음 접한 것은 강남권에서 츠케멘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집을 찾다가인데, 저녁 장사를 안하다보니 방문하기가 힘들어서 차일 피일 미루다가 이번에 '쿠사이 돈코츠' 메뉴를 새로 선보인다고 해서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어쩌다보니 메뉴를 처음 선보이는 날 아침 1번 손님으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민망하게도 이걸 기억해주셔서 다음 방문 때 그때 1번 손님아니냐고 물어보셔서 본의아니게 티가 나게된.. 머쓱..

 

¿ 무슨 라멘을 파는 곳인가요？

 

첫 날 방문하여 맛 본 쿠사이 돈코츠는 우리말로하면 '냄새나는 돈코츠'라멘이라는 뜻입니다. 하카타를 중심으로 성장해온 돈코츠 라멘 중에서도 단순히 돼지뼈에서 우려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장시간동안 발효의 과정까지 거쳐서 스프를 만들어 냅니다. 균에 의한 발효가 만들어내는 독특한 냄새와 (암모니아향도 포함) 발효과정을 거칠 때만 얻어지는 독특한 감칠맛으로 일본에서도 냄새가 심하여 팬시한 프랜차이즈보다는 노포나 매니악한 라멘을 추구하는 점포에서만 내놓는 라멘입니다.

 

후쿠오카에서 교환학생을 할 때 아직은 라멘에 길들여지지 않은 후각이라 전 도저히 못먹겠다고 포기한 라멘인데, 이제는 저도 나이가 들면서 경험을 쌓다보니 자연스레 도전의식이 생겨서 찾게 되었습니다.

 

아울러 돈코츠라멘 이외에 츠케멘도 일본 현지 느낌으로 농후하고 쨍한 츠케지루를 내놓으시기로 유명한 곳입니다. 이번에는 이 두 라멘에 대해서 간단히 리뷰를 해볼까 합니다.

 

 

 

¿ 가게 내부 분위기는？

 

 

오피스 상권이다보니 점심시간을 찾는 손님 중에 3-4명 단위의 손님들도 많아서 테이블석도 구비가 되어있습니다. 다찌석도 충분하구요. 1타로 들어가다보니 이런 사진도 찍을 수 있네요. 공간감도 좁지 않고 적당히 테이블 간격도 벌어져 있어서 서너명이서 점심시간에 방문하기에 좋아보입니다. 

 

벽에는 각 라멘들을 사진과 함께 걸어두셨습니다. 사실 라멘 자주 먹는사람이면 상관없는데, 자주 안먹는사람이면 메뉴 이름만 가지고는 어떤라멘인지 파악하기가 힘드니까요. 이런 사진과 설명이 같이 있으면 주문하기가 편해집니다. 돈코츠 시오라멘, 돈코츠 쇼유라멘, 매운 돈코츠 총 3종류의 돈코츠 라멘 베이스를 판매하시구요, 하루에 15식에서 20식 정도로 쿠사이 돈코츠를 한정메뉴로 소개해두셨습니다. 난이도가 조금 있을 수 있다고 적어두셨고, 인스타에도 굉장히 무섭게(?) 표현을 해두셔서 라멘좀 먹어봤다는 저도 주문하기전에 고민이 되더라구요 ㅋㅋ 근데 처음 오시는 손님이 가끔 쿠사이 돈코츠를 주문하시면 안주인분께서 직접 가셔서 메뉴 설명을 하시고 필요한 경우엔 메뉴 변경까지 도와주시더라구요. 세심하게 한분한분 찾아가서 여쭤보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접객이 안좋은 가게들은 사실 이런거 신경 안쓰거든요. 손님이 못먹을거 같은걸 시키던 말던 그건 니 잘못이라는 태도.. 

 

자리에도 각 자리마다 앞에 이렇게 자세하게 먹는 방법과 설명이 쓰여있습니다. 특히나 츠케멘이 이런 설명글이 없으면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아요. 

 

혼자 먹는 다찌석에는 식사하면서 핸드폰으로 유튜브를 보시는 손님들도 많기 때문에 이렇게 거치대를 구비해두셨습니다. 손님에 대한 배려가 하나하나 보이는 소품들입니다. 아주 귀여운 강아지 거치대가 있네요. 이런 배려 하나하나가 더욱 멘야시노기를 기억에 남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밑반찬은 깍두기와 단무지가 있어서 전 단무지를 선택했습니다. 

 

본격적인 메뉴 탐방

 

 

1번으로 주문해서 그런지 제 라멘이 나올 때 이목이 집중되서 좀 부끄러웠습니다. 생각보다 나올 때는 라멘에서 꼬릿한 냄새가 엄청나진 않았습니다. 동물계 스프의 발효는 또 새로운 경험이기 때문에 기대가 많이 되었는데, 처음 맡아본 쿠사이 돈코츠의 인상은 '청국장보다 훨씬 냄새 덜하다.' 정도로 표현이 가능하겠네요. 생각보다 그냥 약간 꼬릿한 돈코츠? 의 느낌이 강했습니다.

 

차슈는 크기가 꽤나 큰 편이었구요, 꼬릿한 향 때문인지 쪽파를 파란부분위주로 썰어서 올려주셨습니다. 스프 위로 둥둥 떠다니는 기름이 생각보다는 투명해서 제가 생각한 아주 굵직한 느낌의 백탕은 아니었어요. 스프도 걸쭉보다는 찰랑에 가까운 정도였습니다. 

 

 

 

 

 

제가 이곳의 일반 돈코츠 종류를 아직 안먹어봤지만, 식감 좋게 적당한 두께로 내어주시는 차슈가 괜찮았습니다. 츠케멘 때 보니까여기 차슈 인심도 좋고 맛도 좋더라구요. 

 

면은 하카타 라멘에 자주 쓰이는 호소멘이 아닌 중면에 가까운 면이었어요. 그래서 생각보다 면 삶기가 좀 더 삶아진 느낌이라 놀랐는데 의외로 스프랑 잘 어울렸습니다. 흔히 말하는 바리카타 면이 스프를 서서히 빨아들이면서 생기는 스프의 변화는 거의 없었다고 보면 되구요, 대신에 스프가 찰랑거리는 스프를 머금으면서 딸려올라오는 느낌에 더 초점을 맞추신 것 같습니다.  (지금은 호소멘으로 변경 가능하다고 하십니다.)

 

결과적으로 생각한 것보다 덜 하드코어하고 깊은맛은 매우 감동적인 쿠사이 돈코츠였습니다. 진한 돈코츠가 먹고 싶다면 강남에서는 무조건 여기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근데 음식이 나올 때랑 먹을 때는 몰랐는데 가게를 나와서 지하철을 타보니 생각보다 저한테 돼지 냄새가 많이 나더라구요.ㅎㅎ 중요한 약속이 있다면 페브리즈를 필참하시는게.. 

 

그 맛을 잊지 못하고 다음엔 츠케멘을 맛보러 방문했습니다. 역시나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는 훌륭한 츠케멘이었는데요. 이날 방문에는 차슈와 멘마 ,그리고 김을 추가해서 먹었습니다. 넉넉한 김 5장 보이시죠? ㅎㅎ 멘마는 거의 면을 다 덮어버렸네요. 

 

멘마 자체가 제가 좋아하는 장작멘마나 오독함이 잘 살아있는 멘마는 아니고 좀 더 익혀져있는 부드러운 멘마이긴 했는데 이정도면 추가한 돈값은 충분히 하는거같아요. 멘마 좋아하시면 안추가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이렇게 한쪽으로 걷어내고 보니 더 많아보이네요.. 그 밑에는 그리고 면인줄알았더니 제가 추가한 차슈가 또 한겹을 덮고있었어요.

 

차슈추가를 1번 한 것 뿐인데 두께감있는 불향가득한 차슈가 다섯장이나 올려져있었습니다. 보는 순간 너무 푸짐해서 만족을 안할 수가 없었어요. 그리고 내주기전에 아부리해주셔서 온도감도 좋고 차슈 자체가 기본기가 탄탄해서 다섯개 먹는동안에 물리지도 않고 매우 맛있게 먹었습니다. 

 

아지타마고 역시 젤라틴화가 잘된 노른자구요. 간도 적절하게 베어있습니다. 

 

독특했던게 바로 요건데요. 일반적으로 츠케멘을 시키면 볼 수 있는게 아니어서 안주인분께 여쭤봤더니 돼지기름을 튀긴거라고 하시더라구요. 약간 맛이 찹쌀을 튀긴 아라레 처럼 재미난 식감이 지방의 고소함과 짭쪼름함이 같이 올라와서 되게 재밌었어요. 츠케지루에 섞어서 먹으면 시루가 딸려 올라올 때 요 지방튀김이 같이 딸려올라와서 입안에서 춤추듯이 돌아다녀 재밌습니다. 

 

츠케지루에는 대파를 올려주셨구요, 전형적인 교카이/돈코츠 베이스의 농후한 츠케지루입니다. 염도도 꽤 강해서 매니아들도 좋아할 맛입니다. 비슷한 맛을 국내에서 굳이 꼽자면 광화문의 츠키정도인거같아요. 

 

2025.11.14 - [Travel with David/라멘로드] - [광화문맛집] 심야라멘까지 시작하신 종로 1티어 라멘, '츠키라멘'

[광화문맛집] 심야라멘까지 시작하신 종로 1티어 라멘, '츠키라멘'

 

 

넉넉하게 추가한 김들을 이용해서 면을 싸먹기 시작해봅니다. 김 크기도 적당히 커서 이렇게 면을 싸먹기 좋았어요. 최근에는 면을 츠케지루에 찍어서 김을 싸지않고, 그냥 생 면을 김에 싼 뒤에 츠케지루에 찍어먹으니까 덜 지저분해지고 좋더라구요. 

 

요런식으로 핑거푸드를 딥에 찍어먹는것처럼 먹으면 나름 재미를 줄 수 있습니다. 

 

츠케멘을 하는 곳 중에서 백탕, 특히 돈코츠라멘을 같이 하면 맛볼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이 바로 이 '와리스프'입니다. 가끔 맹탕을 내주는 츠케멘 집들도 있는데, 이런 진한 백탕 와리스프를 넣어서 먹으면 새로운 라멘 스프를 한 번 더 먹는 느낌이 나서 만족도가 더 높습니다. 진한 설렁탕과도 같은 백탕 스프가 보이시나요? ㅎㅎ

 

이번 포스팅에선 멘야시노기에서 제가 가장 궁금했던 두 라멘을 소개해드렸는데요, 기대했던대로, 그리고 소문대로 저력이 정말 대단한 라멘집입니다. 초 오피스상권인 강남에서 점심시간 줄을 세우는게 이해가 되는 라멘야였습니다. 다음에는 또 방문한다면 돈코츠 쇼유라멘을 기본으로 한번 먹어보고싶습니다. 아 근데 츠케멘도 또 먹고싶은데.... 

 

☞ 오늘의 라멘 요약

- 타입 : 츠케멘/돈코츠(매니악)

- 가격 : 쿠사이돈코츠(10,000원) 츠케멘(10,000원)

- 장점 : 이렇게도 훌륭한 라멘을 강남 한복판에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먹을 수 있다니!

- 아쉬운점 : (아쉬운점이라기보단 주의점) 쿠사이 돈코츠는 소개팅 전에나 중요한 미팅 전에는 먹지 않는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