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블로그 맛집 관련 글을 읽으시기전에 읽어주세요.
1. 개인적으로 직접 비용을 지불하고 방문한 식당만 포스팅합니다. 광고는 일절 받지 않습니다.
2. 맛이란 개인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감각이기에 개개인이 느끼는 맛이 다를 수 있습니다. 제 글들을 읽어보시고 본인이 지향하는 방향과 맛집 리스트업이 비슷하다면, 제가 포스팅하는 생소한 식당들도 분명 만족하시리라 믿습니다.
3. 너무 대중적인 맛집은 선호하지 않습니다. 이미 제 블로그 글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노출되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4. 저의 취향에 대해 간략하게 스펙(?)을 첨부하니 보시고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즐찾하시면 분명 맛집 찾는데 도움이 되시리라 생각합니다.
☞ 스펙 : 180cm / 90kg
☞ 양 : ★★★★☆ (성인 기본보다 잘먹습니다. 모든 식당 메뉴 특으로 주문.)
☞ 맵찔이 정도 : ★★☆☆☆ (매운 맛 좋아하지만, 어느 식당이나 최고 매운맛은 못먹음. 땀 많이 흘림.)
☞ 모험가정신 : ★★★★☆ (고수 포함 각종 향신료는 잘 먹으나, 개인적으로 혐오스런 재료는 못먹음. Ex) 벌레)
☞ 육식성 : ★★★★★
☞ 가성비 : ★★☆☆☆ (여행에서는 꼭 먹어봐야할 건 비싸더라도 먹어보자는 주의. 평소는 가성비.)
☞ 특이사항 : 현재 간헐적 단식중. 음주/흡연 안함.
☎ 기타 다비드에 대해 더 알고싶은 스펙이 있다면 성심성의껏 답변드리겠습니다.
PROLOGUE
제가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맛집에 관련된 카테고리를 오픈하며 다짐한 것은 해외여행시 다녀온 음식점들에 대한 경험을 아카이브 형식으로 남겨두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국내 맛집들의 경우에는, 갖은 이권들과 여러가지 불확실한 정보와 광고들이 난무하는 블로그 포스팅 판에 최대한 얽히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작성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이번 블로그 글이 의미가 있는 이유는 바로 저의 이러한 생각을 바꿔준 레스토랑을 소개하고 싶어졌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국내 맛집들을 같이 소개하겠습니다만, 그 선별과정에 있어서 개인적인 사정상 해외 여행지의 맛집보다는 더욱 엄격한 기준으로 선별하여 업로드하고, 개인적인 소감을 달도록 하겠습니다. 감언이설같은 포스팅은 하지 않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번에 소개해드릴 레스토랑은 제가 한동안 발길을 끊었던 국내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입니다. 발길을 끊은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여행지에서 다녀온 파인다이닝에 비해서 아무래도 아쉽게 느껴질 수 밖에 없는 가성비가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요리 자체의 수준은 분명 10여년 전에 비해 월등히 발전하였지만, 그 문화만큼은 시간을 단축하며 따라올 수가 없던 이유인지라, 레스토랑 전체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라던가 서빙 방식, 와인 리스트 등을 고려하였을 때, '차라리 우리나라에서는 맛있는 한식 위주로 먹고 파인 다이닝이 먹고싶다면 유럽이나 일본등에서 경험하자'라는 기조가 자리잡은 탓일 겁니다.
이 곳을 찾은 날은 아내의 생일을 기념하는 날이었습니다. 아내의 후배가 올린 인스타그램 후기를 보고 방문을 결정하게 되었는데요, 평소 서초에 위치한 메종조를 밥먹듯이 방문하는 조예가 깊은 친구인데다가, 인스타그램상에 와인 페어링에 관한 정보를 보니, 특별한 날 맛있는 와인을 곁들인 식사를 즐겨하는 아내에게는 이만한 집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위치 또한 지하철 3호선 삼송역 바로 앞에 위치하여 대중교통으로 가기에도 부담 없는 장소라 생각됩니다.
메뉴소개
메뉴 : 단일메뉴, 코스 (100,000원)
욜의사's Pick : 와인 페어링 (5 glasses, 50,000원)
파리와 같은 서구 지역의 파인다이닝 구성에 익숙하신 분들이라면, 그들의 Signature Tasting Menu와 같은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고 느껴질 겁니다. 입맛을 돋우는 상큼한 에피타이저부터 점점 무게가 있어지는 메인 디쉬의 순서, 그리고 한껏 올라온 미각의 절정을 수묵화처럼 단계적으로 정리해주는 2가지의 디저트까지.
이 한장의 메뉴판만 보고도, 이 곳이 일식을 가미한 퓨전 다이닝을 표방하며, 디저트에 상당한 방점을 둔 레스토랑이구나를 느낄 수 있습니다.
가게 내부는 이렇게 바 자리에 앉아서 조리 과정을 전부 살펴 볼 수 있는 극장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쉐프 분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아주 적나라하게 볼 수 있는 좌석은, 미식 경험에 관음적 요소까지 더하여 식객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것만 같습니다.
금빛 무드등과 종이의 질감의 조화가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이날은 아내의 생일인 만큼, 와인 페어링을 (아내만) 추가하였습니다. 비용은 50,000원. 아내 후배의 인스타그램에 '추가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라는 표현이 절실하게 느껴지는 가격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유럽의 파인 다이닝에서 3 glass paring에도 못미치는 가격으로 5잔을 제공하여 주십니다.
첫번째로 나온 와인은 프랑스산 리슬링.
위베르&하이디 하우쉐 르 썽티에 오 쒸드 (Hubert & Heidi Hausherr Le Sentier Au Sud).
피노 그리, 피노 그리지오, 리슬링 품종이 블렌드 된 와인으로 희미한 붉은 빛이 감돕니다. 짙은 흙내음과 나무과일 향이 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쉐프님께서는 이 흙내음이 2번째 메뉴로 나오는 전복과 잘 어울려 골랐다고 하셨습니다.
애피타이저인 단새우. 사과와 라임, 토마토 파우더로 낸 소스가 상큼하게 단새우의 풍미를 끌어올려줬습니다. 실키하면서도 텍스쳐가 느껴지는 소스가 단새우와 매우 잘어울렸던 것 같습니다.
숯불에 훈연한 잎새버섯과 전복, 그리고 골뱅이로 낸 다시 요리. 골뱅이로 낸 다시에서 우러나오는 깊은 맛이 첫번째 리슬링 와인과 매우 궁합이 잘 맞았습니다. 골뱅이에서 우러나온 쥬이시함과 잎새버섯의 스모키한 버섯 특유의 감칠맛이 어우러져서 조화를 이루고, 버섯의 오독한 식감과 전복의 탱글한 식감이 두가지 재미를 동시에 선사합니다. 마지막에 남는 여운도 리슬링의 흙내음과 어우러지며 완벽한 마리아주를 완성합니다.
레스토랑 내부에서 훤히 보이는 오븐은, 이집의 사워도우를 생산해냅니다. 오늘 이 저녁 식사 타임만을 위해 정성껏 준비된 사워도우와, 특제 보리 누룩 버터의 조합이 맛없다면 그건 사기입니다. 고맙게도 리필이 된다하여 청하였습니다.
보리 누룩 버터는 보리누룩의 고소함은 챙기면서도, 버터 본연의 맛은 크게 해치지 않아 사워도우와 너무나도 잘 어울렸습니다. 그리고 갓 나온 사워도우에서만 느낄 수 있는 기름짐과 쫄깃함의 앙상블이 더해지니 이 지점부터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습니다.
다음 와인은 이태리 시칠리아 지방의 샤도네이입니다. 플라네타, 샤르도네 2022(Planeta, Chardonnay).
뻔한 샤르도네를 생각하셨다면 오산입니다. 시칠리아의 와인은 같은 품종의 포도를 사용한 와인이라도, 그 기후 및 지정학적인 요소로 인해 매우 다양한 방식과 맛의 와인들이 생산되기로 유명한 곳입니다.
이 와인의 경우에는 일반적인 샤르도네에서 느껴지는 느끼하면서도 묵직한 맛보다는 과실향과 약한 산미가 느껴지는 버터향/또는 오이향이 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바나나향이 느껴지는 아주 독특한 와인이었습니다.
미국산 샤도네이에서도 이런 버터향으로 유명한 '브레드앤버터'가 있지만, 트로피컬한 과실향이 그 버터리함과 만나 한층 더 재미난 경험을 선사했습니다.
이후 나오는 첫 메인메뉴인 홍합 탈리올리니에서 홍합의 맛을 더 부각시켜줄 수 있어 선택하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러했다..)
파스타는 생면을 사용하였습니다. 소스에는 홍합을 블렌더로 갈아서 소스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보따르가(어란) 파스타에서 볼 수 있는 빵가루를 튀기듯이 볶은 몰리카(Mollica)가 같이 올라간게 재밌습니다. 식감적으로나 시각적으로나 생면 파스타에 재미난 식감을 더해 한층 업그레이드 시켜줍니다.
다음 메인 메뉴가 나온다면, 역시 다음 와인도 나와야겠죠? 이번에는 정통적인 샤르도네입니다.
Domaine de La Pinte Arbois Savagnin (2019)
프랑스 지방 중에서도 천연요새와 같은 풍광을 자랑하는 쥐라 지방의 와인입니다. 그 중 Arbois는 쥐라 지방의 메인 생산지로 호평이 자자한 곳인데요, 풍성한 과실향과 함께 너트향이 느껴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디쉬를 마무리하고 계신 쉐프님들의 모습이 한편의 작품같아서..
다음 메인 요리는 삼치입니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생선이고, 곁들임류로도 가장 좋아하는게 감자인데 제가 오는 걸 어찌알고 이렇게 준비해주셨는지.. 게다가 위의 올려주신 유자폰즈 폼이 등푸른 생선인 삼치의 감칠맛과 잘 어울렸습니다. 그리고 샤르도네에서나는 너트향이 히카리모노(등푸룬생선)중 하나인 삼치를 와인과 함께 먹어도 비릿하지 않은 훌륭한 생선으로 만들어주었습니다.
다음 메뉴가 카이센동이지요. 과연 어떤 와인이 매칭되어 나올까 기대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준비해주신 와인은 역시나 컨벤셔널이 아닌 네츄럴 와인이었습니다. 내츄럴 와인에 대한 것은 사실 저도 잘 모르기도하고.. 같은것을 소개한다고 같은 맛을 보장할 수 없다보니 자세히 적지 않겠습니다만, 낮은 도수와 적은 타닌, 그리고 풍부한 베리향에서 오는 맛이 꼭 칵테일이나 과일쥬스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쉐프님도 똑같은 설명을 ㅎㅎ..
카이센동이 나왔습니다. 기름진 참치 뱃살과 아카미를 잘게 다진 것을 이꾸라와 먹으니 맛없을 수 없습니다. 밥도 솥에서 갓 지어 나온 밥으로 주십니다. 다만 앞서 나온 디쉬들에 비해, 일반적인 일식집에서 먹을 수 있는 카이센 동에서 크게 다른 점은 느끼기 힘들어 전 메뉴중에 가장 아쉬운 메뉴였습니다. 재료 비용을 고려하였을 때도, 그리고 이번에 나온 음식물이 모두 해산물이었던 점을 고려해 보았을 때도, 카이센동보다는 육류를 이용한 다른 디쉬를 내어주셨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인 의견)
첫번째 디저트가 나옵니다. 마스카포네 치즈를 돔형의 용기 모양으로 주형을 하고, 내부에는 풋사과향이 비치는 올리브오일을 채워넣었습니다. 사과 셔벗으로 추정되는 내용물이 마치 하얀 용기에서 터져나온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상큼한 사과향과 치즈, 그리고 독특한 올리브 오일이 조화로웠습니다.
디저트 와인으로는 헝가리의 디저트와인이 준비되었습니다.
Hetszolo Tokaji Aszu 5 Puttonyos (2010)
헝가리의 토카이 와인은 디저트 와인으로 유명한데, 숫자가 의미하는 바는 그 당도를 의미합니다. 6단계가 최고이고, 가격도 보통 단계가 높아질수록 비싸집니다. 토카이 와인은 척박한 땅에서 자란 포도를 최대한 늦게 수확하여 일종의 곰팡이에 걸린듯, 귀부병에 걸리게 만든 상태에서 수확하는 '귀부와인'입니다. 그 만드는 방법이 까다로워 몇 몇의 특정 와이너리에서만 생산하는 이 스위트와인 중에, 헝가리는 그 최초 생산지로 인정받는 곳입니다.
상당히 단맛이 도드라지는데, 그 단맛이 말린 과일에서 오는 깊은 단맛으로 이루어져 있어, 고급스러운 캬라멜향이 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호두의 너티한 향도 비칩니다.
마지막 디저트와 아주 아름다운 피날레를 장식했습니다. 절인 옥광밤에서 오는 쫀쫀한 식감과 달큰함, 호지차 푸딩과 밤 무스, 그리고 카라멜라이즈드 호박씨 토핑의 재미난 식감과 풍부한 향까지. 최고의 마무리였고, Cream의 기원이 디저트인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피날레였습니다.
결론적으로 가게를 총평하자면
흔히들 이 지역에서는 '삼송의 기적'이라고 불린다는 크림 레스토랑앤디저트바, 그 명성 그대로였습니다. 지하철을 타고가도 30분 정도는 걸리는 길이지만, 일부러 시간을 내서라도 방문하고 싶은 공간이었습니다.
메뉴는 3-5개월 정도 단위로 변화가 있다고 합니다. 단, 전체 메뉴를 리뉴얼하기보다는 코스 중 한 메뉴씩 변화를 준다고 합니다. 완전히 다른 코스를 자주 접하기에는 아쉬움이 있지만, 새로운 음식도 먹어보면서 그 전 방문에 느꼈던 감동도 다시 한번 되새기고 싶은 분들에게는 기발한 아이디어라고 생각됩니다.
☞ 이런 분들에게 추천 :
- 기념일이나 생일 등을 너무 복잡하지 않은 공간에서 즐기고 싶으신분 (최대 6팀 예약 가능)
- 병적으로 오픈키친을 선호하시는분 (ㅋㅋ)
- 파인 다이닝을 가성비 좋게 드시고 싶으신 분.
- 좋은 와인은 흔쾌히 돈주고 마셔도, 대리비는 아까우신 분들. (역세권)
☞ 이런 분들에겐 좀..:
- 단체 모임
- 퓨전 다이닝에 거부감이 있으신 분들
- 재료에 대한 호불호가 강하신분들은 단일 코스이므로 미리 코스 확인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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