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도쿄에서 라멘을 찾아다니다 보면 최신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으면서도 이상할 정도로 오랫동안 라오타들의 리스트에서 사라지지 않는 가게들이 있다. 히가시주조(東十条)의 산산토(燦燦斗)가 딱 그런 곳이다. 2006년에 문을 열어 어느덧 20년을 바라보는 노포에 가까워졌지만, 여전히 타베로그 3.84점, 2025년까지 타베로그 라멘 도쿄 백명점에 연속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곳의 재미있는 점은 단순히 '오래된 유명점'이라는 데 있지 않다. 2000년대 초반 도쿄 라멘계를 풍미했던 교카이 돈코츠라는 장르와, 마쓰도에서 시작된 전설적인 라멘 교육기관 라멘 테라코야(らーめん寺子屋)의 계보를 지금까지 거의 원형에 가까운 형태로 경험할 수 있는 곳이라는 데 있다."

※ 본 포스팅은 직접 비용을 지불하고 방문한 식당만 기록합니다.광고·협찬은 일절 받지 않습니다.
안녕하세요. 욜의사입니다.
제 블로그는 단순히 유명한 식당을 나열하기보다, 직접 방문한 식당 중 개인적으로 의미 있다고 느낀 곳들을 기록하는 공간입니다.
맛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취향이 반영되는 영역이라 생각합니다. 제 글들을 읽어보시고 취향과 방향성이 비슷하다고 느끼신다면, 생소한 식당들도 만족하실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나치게 대중적인 맛집보다는, 음식의 개성과 스토리·조리 철학이 느껴지는 곳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 욜의사 취향 간단 스펙
☞ 양 : ★★★★☆ (성인 평균 이상 / 대부분 특 또는 추가 주문)
☞ 맵찔이 정도 : ★★☆☆☆ (매운맛 좋아하지만 극매운 단계는 어려움)
☞ 모험가정신 : ★★★★☆ (향신료·이국적 식재료 선호)
☞ 육식성 : ★★★★★
☞ 가성비 : ★★☆☆☆ (여행에서는 경험 우선)
☞ 특이사항 : 음주·흡연 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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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약 20년전, 2000년대 초 도쿄는 바야흐로 교카이 돈코츠 붐이 일던 시기였습니다. 진한 돈코츠 육수에 어분이 들어간 교카이 돈코츠 라멘과, 마찬가지의 베이스로 만들어닌 농후한 교카이 돈코츠 츠케멘. 이는 경쟁이 경쟁을 불러일으켜 극단적으로 높은 점도와 묵직한 스프를 점점 더 갈망하게 만들었습니다. 오늘 소개드릴 산산토 역시 해당 경쟁 시기에 생겨난 점포이지만, 극단이 아닌 밸런스를 중시하는 라멘야로 현재까지도 롱런하고 있습니다. 독특하게 이 곳은 낮에는 생파스타 전문점인 Kitchen Tre Rosso가 영업을 하고, 저녁에는 산산토가 운영을 하는 구조입니다.

산산토(燦燦斗)의 점주 이야기
산산토(燦燦斗)의 점주 고토 타케시(後藤武)는 원래 평범한 회사원이었습니다.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어느날 '탈'샐러리맨 후 라멘집 창업을 목표를 하게 되었고, 당시 마쓰도 시의 빈 점포 회생 대책 사업으로 2002년 시작된 '라멘 테라코야(らーめん寺子屋)'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이 곳은 단순한 요리학원을 넘어서 실제 라멘집을 오픈할 점주를 양성하기 위한 오늘날의 라멘학교와 같은 프로젝트였다고 합니다. 고토씨는 이 곳의 7기 졸업생이었다고 하네요.

고토씨가 테라코야에서 라멘을 수련할 당시, 치바의 라멘 사천왕(?) 가운데 한 명으로 불리던 '마쓰이 가즈유키(松井一之)'씨가 강사로 있었다고 하구요, 약 3개월동안 조리법, 식재료 조달 방법, 회계, 점포 운영까지 실무를 배웠다고 합니다. 이후 마쓰이씨와 관련된 마루카 톤민(マルカとんみん)이라는 라멘집에서 점장을 맡아 실무에 익숙해진 뒤 2006년 9월 현재 위치인 히가시주조에 자리를 잡았다고 합니다. 가게명인 '산산토'는 일본의 쇼와시대 가수 미소라 히바리(美空ひばり)의 노래, '아이 산산(愛燦燦)'에서 가져왔다고 합니다.
¿ 무슨 라멘을 파는 곳인가요?
산산토는 현재 라멘 / 츠케멘 / 아부라소바 정도로 판매를 하고 있구요, 시오라멘을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가격은 모두 1,000인 이하로 가성비 좋게 구성되어있습니다. 라멘을 위한 면을 모두 자가제면으로 만들고 있는 점이 특징이구요, 기본 라멘의 경우에는 교카이 돈코츠로 서브가 됩니다. 이 중에 제가 고른 것은 산산토의 단골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아부라소바. 자가제면을 내세우는 곳 답게 면이 강점이라 생각했기도 했고, 요즘 유행하는 자극적인 아부라소바가 아닌 꽤나 얌전한 스타일의 아부라소바라는 평이 있어서 궁금했습니다.

여기저기 써있는 자가제면의 매력이 무엇일지 기대가 되는 순간.
¿ 가게 내부 분위기는?
가게 내부는 꽤나 좁은 편이구요, 모두 다찌석으로만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단골손님들도 단골손님이지만, 가게의 위치가 역에서 바로 지척 거리에 있다보니 퇴근길에 들르는 손님들이 주류인 것 같았습니다. 놀라운건 꽤나 낡은 외관에 투박한 메뉴임에도 불구하고 절반정도는 여성 손님들이었다는 사실.. 오카미상의 환대와 함께 입장하면, 중년의 사장님으로 보이는 분과 아들로 보이는 두분이 안쪽에서 라멘을 만들어 대접해주십니다. 실제로 부자관계인지는 확인이 안되네요.
본격적인 메뉴 탐방

면삶는 시간 때문인지 주문하고 생각보다는 시간이 더 걸렸던 아부라소바. 가격은 850엔으로 아주 착합니다. 무순(カイワレ,카이와레)으로 추정되는 토핑이 특이하구요, 아무리 섞기 전이라지만 생각보다 매우 얌전한 스타일의 아부라소바. 비빔류의 라멘은 사실 한국에서 먹는 것들이 더 토핑이 화려한 것 같습니다.

차슈, 멘마, 송송 썰어낸 파 정도로 단촐한 토핑 구성이구요, 밑에는 자가제면이 숨어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강한 향신료나 마제소바처럼 다진 고기가 들어간다거나.. 이런 구성이 아니고, 매우 클래식한 구성입니다.

사실 한국에서는 토핑에 무순 올라가있으면 불호인 음식이 대부분인데..ㅋㅋ 막상 일본와서 아부라소바에 올라가있는 것을 보니 호기심이 생기더군요. 꽤나 신선해서 기름진 면 사이에서 한 번씩 리프레쉬 해주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보통 나마타마고를 같이 추가해서 먹는 것 같긴한데, 자가제면의 질감을 느끼고 싶어서 저는 추가를 안했어요. 근데 이 곳의 자가제면은 꽤나 특이한 느낌입니다. 다른 곳의 아부라소바에 비해서말이지요.

저온조리한 차슈는 지금의 유행이 있기 한참 전부터 추구해온 이 곳의 또다른 자랑이라고 하네요. 지방층이 얇게 붙은 부위와 상대적으로 살코기 비율이 높은 조각들이 같이 들어있구요, 고기의 식감은 살아있지만 푸석한 느낌은 아닙니다. 부위는 부타로스.

가장 중요한 면. 기존에 아부라소바 체인점들에서 보던 매끈한 스트레이트면이 아니라, 약간의 불규칙한 웨이브가 보이는 츄부토멘입니다. 일본 라오타들은 보통 이런 면을 피로피로멘( ピロピロ麺)이라고 부르는데, 팔랑팔랑한 느낌이나는 굴곡지고 펄럭거리는 면을 이렇게 표현한다고 하네요. 뭐 정확하게는 팔랑팔랑한 면은 아닌거같긴하지만.. 손으로 주무르는 테모미면에서 자주 쓰는 표현이라고 합니다. 불규칙한 웨이브가 들어간 자가제면 중 중태면에서 자주 쓴다고 합니다.

쇼유타레와 기름에 섞어보면 좀 더 매력적인 외관으로 바뀝니다. 젓가락으로 면을 들어보면 면 한가닥 한가닥의 굵기가 비교적 굵으면서 표면에서 미세한 굴곡이느껴집니다. 씹었을 때는 단순하게 쫄깃하다는 느낌보다 내부의 탄력은 모찌모찌하고, 표면의 굴곡으로 인한 재미난 절삭감을 가진 면이었습니다. 그리고 면 자체가 표면의 전분이 어느정도 있는 상태인 것 같이 끈적거리는 느낌이었어요.
타레는 강하고 자극적인 스타일이 아니고, 면에서 느껴지는 밀의 풍미를 최대한 해치지 않는 얌전한 타레였습니다.

독특하게 아부라소바를 먹다보면 츠케멘을 먹을 때 처럼 와리스프를 주십니다. 기본 메뉴인 라멘에 들어있는 돈코츠 교카이 베이스의 스프인데요, 아부라소바를 먹다가 마지막에 부어먹어도 되고 이 스프만 따로 먹어도 좋다고 하십니다. 저는 따로 마시는 쪽으로 선택했는데 굉장히 밸런스가 좋은 교카이 돈코츠 스프였습니다. 해장용으로 딱이겠더라는..
산산토(燦燦斗)는 누구에게 추천할 만한가
✅ 자가제면(自家製麺)을 중요하게 보는 분
✅ 2000년대 교카이돈코츠에 관심 있는 라오타
✅ 자극적이지 않은 클래식한 아부라소바를 좋아하는 분
❌ 강렬하고 자극적인 아부라소바를 기대하는 분
❌ 깔끔하고 정돈된 최신 라멘야 분위기를 선호하는 분
❌ 긴 웨이팅이나 제한적인 영업시간이 부담스러운 분
구글 지도 링크 :
https://maps.app.goo.gl/nm6NbALSPeDKdQWV9
산산토 · 3 Chome-16-15 Nakajujo, Kita City, Tokyo 114-0032 일본
★★★★☆ · 일본라면 전문식당
www.goog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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