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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외과전문의] 통풍에 대하여 - (1) 통풍에 대한 이해 및 오해 바로잡기

욜의사 2024. 3. 24.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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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바람에 스치기만해도 아픈 질병으로 알려져있는 통풍. 생각보다 주변 지인이 통풍으로 고생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신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실제로 정형외과에서 진료를 보다보면 매일 한분씩은 꼭 만나게 되는 것이 통풍인데요, 통풍이란 질병이 한번 진단을 받고나면 평생 관리를 해야하는 질병이기에 주변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환자 본인에게는 평생에 걸쳐 매우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질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생활습관 교정이 잘 안될 경우에 반복적으로 발작이 발생하게되고, 그 통증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보니 몸에 시한 폭탄을 두르고 살아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런 통풍에 대해서 평생을 같이 살아온 환자분들 조차도 정확하게 병에 관해 이해하고 계신 분들이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인데요, 오늘은 내 몸의 고통스러운 동반자, 통풍에 대해서 자세하게 알아보려고 합니다.

통풍에 대한 삽화. 얼마나 아픈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그림입니다.

 

통풍이란?

 

정형외과 교과서는 "체내 요산 양의 증가로, 단일 나트륨 요산염(Monosodium urate;MSU) 결정이 관절과 주위 연부조직에 침착되는 질환." 이라고 통풍을 정의하고 있습니다. 다시말하자면, 우리 몸에 원래 있을 수 있는 요산염의 농도가 과도하게되면, 소금물에 소금의 농도가 높아질 때 결정이 생기듯이, 우리 몸에도 요산 결정이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결정이 생기는 건 생기는 것이지, 왜이렇게 통증이 심할까요? 이는 통풍 결절이 생기게 되면 결절의 자극으로 인해 관절에 염증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현미경으로 살펴본 통풍 결절은 바늘처럼 날카로운 모양으로, 이러한 날카로운 결정들이 우리 관절 주위에 분포한 연부조직을 지속적으로 찌르면서 그 통증이 점점 더 심해진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바늘처럼 날카로운 요산 결정들. 이렇게 날카롭게 생긴 결정이 우리 몸을 찌르니 아플 수 밖에 없겠죠?

 

이렇게 관절에 급성으로 통증을 일으키는 발작성 통풍 증상도 있지만, 장기화되게 되면 통풍 결절(tophus)이 침착되면서 관절 부위가 울퉁불퉁한 모양으로 변형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또한 나아가서, 우리 몸의 깔대기 역할을 하는 신장에 침착되면서 신장 실질의 병을 일으키기도 하며 요산 신장 결석이라는 또다른 치명적인 질환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 통풍 결절 사진은 다소 혐오스러울 수 있어 올리지 않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구글 이미 통해서 검색해보세요!

 

통풍을 일으키는 주범, 요산이란?

 

많은 분들이 통풍 진단시 검사하는 요산 수치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요산에 대해서 굉장히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계십니다. 하지만 사실 요산이란 통풍 환자에서만 있는 안좋은 물질이 아니고, 우리 모두에서 정상적으로 체내에서 대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입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요산은, 퓨린(purine) 이라는 물질의 분해 과정에서 생산되는 최종 산물입니다. 통풍 환자에서는 요산 결정의 형태로 환자분들을 괴롭히지만, 평상시에는 혈액이나 체액, 관절액 내에서 요산염의 형태로 얌전하게 존재하는 친구입니다. 또한 일반적으로 체내 대사 이후 소변 및 장을 통해서 배설되는 물질입니다. 

 

체내 요산의 농도/양은 결국 체내에서 생성되는 양 (퓨린이 분해되서 만들어지는 요산의 양)과, 소변과 대변으로 배설되는 양의 차이만큼이 결정하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생성되는 양이 많아지거나 요산이 배출되는 것이 문제가 생겨 적어지게되면 혈중 요산수치가 올라가게 되고, 그만큼 결정이 더 잘 생길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의학적으로는 혈중 요산 농도가 7.0mg/dL 이상인 경우를 고요산혈증(hyperuricemia)라 하고, 이러한 고요산혈증 환자 중 15~20%에서 통풍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통풍 발작은 왜 일어날까요?

 

통풍 발작은 통풍으로 인해 관절 부위 통증이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경우를 일컫는데요, 이러한 통풍 발작은 왜 일어나는 걸까요? 환자분들은 흔히들 피검사시 나오는 요산 수치가 높으면 높을수록 통풍 발작이 잘 발생한다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실제로는 요산의 체액에서의 용해도에 더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다소 과학적인 이야기로 어려울 수 있으나 간단하게 설명해보겠습니다. 물질이 액체에 잘 녹는 정도를 우리는 '용해도'라고 부르게됩니다. 소금을 예로 들면, 쉽게 생각해봐도 찬물보다는 뜨거운 물에서 소금이 더 많이 잘 녹는 것을 알 수 있죠? 이렇듯 어떤 물질의 용해도는 여러가지 요소에 의해서 달라질 수 있는데요, 요산의 용해도는 그 중 온도와 산성도(pH)에 영향을 받습니다. 소금과 마찬가지로 온도가 높을수록 더 잘 녹고, 산성도가 더 높을수록 잘 녹게됩니다. 반대로 말하면, 온도가 낮고, 산성도가 낮으면 용해도가 떨어지고, 이는 요산 결정이 더 잘생기는 환경이 된다는 말이겠죠. 

 

고등학교 과학시간에 배운 물질의 용해도가 우리 몸에도 적용됩니다.

 

위 설명이 이해가 되신다면, 우리 몸에서 통풍 결정이 더 잘생기는 부위가 어디일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바로 따뜻한 심장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 그곳이 우리 몸에서 온도가 가장 낮다고 생각할 수 있겠죠? 이는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은 말단 부위 (발가락 등) 관절에서 요산의 침착으로 인한 통풍성 발작이 흔히 발생하게 되는 이유를 설명 할 수 있게 해줍니다.

 

통풍의 증상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가장 흔한 증상은 역시 통풍성 발작입니다. 이는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극심한 통증 발작으로, 보통 처음에는 한 관절에서 발생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주변부 다른 관절로도 점점 더 퍼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통증이 가장 호발하는 부위는 많은분들이 알고계시다 싶이 엄지발가락과 발등 사이, 전문적으로는 '제 1족지의 중족지 관절'입니다. 이 밖에도 발/발목의 다른 관절이나 무릎, 손가락 관절 등에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급성 통풍 발작이 발생하게되면 급작스러운 통증과 함께 영향 받은 관절이 부풀어 오르게 됩니다. 또한 염증성 반응으로 인한 통증이기때문에 열감이 동반되어 흔히 아는 봉와직염(Cellulitis)와 감별을 요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초기 발작은 3일에서 10일 정도 기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소실되는 경우가 많고, 다음 발작이 발생하기전까지는 별다른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 다음 발작까지 기간이 개인에 따라 매우 편차가 커서, 어떤 분들은 수 주 만에 다시 방문하시기도 하는 반면, 수년 동안 아무 증상이 없는 분들도 계십니다. 

 

급성 통증에서 나타난 종창. 마치 봉와직염같기도 해서 감별이 쉽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만성으로 진행된 통풍은 급성 통풍 발작이 반복적으로 일어난 결과 관절 내부에 요산 결정이 침착하게되고, 관절이 서서히 파괴되어가면서 퇴행성 관절염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게됩니다. 또한 요산 결정이 침착되어 생긴 요산 결절이 분필가루와 같은 형태로 침착이되게되는데, 신기하게도 귓바퀴에 먼저 침착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분들은 혈중 요산 농도가 11mg/dL를 넘는 심한 고요산혈증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통풍의 증상은 이처럼 귓바퀴에서도 찾을 수 있다는 사실!

 

무엇이 급성 통풍 발작을 일으킬 수 있을까요?

 

급성 통풍성 관절염을 일으킬 수 있는 유발 인자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과다한 음식 섭취 (퓨린이 많이 들어간 음식.)
- 알코올 섭취
- 외상
- 수술
- 요산 수치를 낮추는 치료를 한 경우
-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등 심각한 질환이 발병한 경우

 

여기서 재밌는 점은 요산 수치가 높아서 생기는 줄 알아 요산 수치를 낮추는 치료를 하는 경우에도 발작이 발생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통풍은 어떻게 진단하나요?

 

가족 중 통풍을 진단받은 환자가 있고, 혈액 검사상 고 요산 혈증을 만족하며 (7.0mg/dL), 전통적인 통풍약인 콜치신(colchicine)을 먹었을 때 증상이 완화되는 소견은 통풍을 강하게 시사하는 소견입니다. 

 

그럼에도 통풍의 정확한 진단이 중요한 것은, 관절 내로 균이 침투하여 발생하는 치명적인 질환인 세균성 관절염, 류마티스 관절염, 건선성 관절염 등 다른 질환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통풍을 진단하는 가장 확실한 검사 법은 통풍이 침투한 관절의 관절액을 뽑아 검사하는 것입니다. 이를 '관절 천자 검사'라고 합니다. 

 

급성 통풍 발작이 일어난 환자의 경우, 관절액을 뽑아관찰하게되면 염증 반응으로 인해 백혈구가 증가되고, 요산 결정이 많을 경우 분필가루를 물에 탄 것처럼 혼탁하게 보이는 것이 특징입니다.  현미경을 이용하여  바늘 모양의 단순 나트륨 요산염 (MSU)을 확인하거나 특수장비인 편광현미경을 이용하여 요산 결정에서만 나타나는 이중굴절성을 확인하는 것도 확진 방법 중 하나입니다. 결정의 모양은 아까 위에서 살펴보았죠? (후덜덜하게 아픈 바늘모양..)

 

피검사보다 더 중요한 현미경 검사!

 

반대로 혈액검사를 통해 나온 요산 수치는 급성 발작에서는 큰 의미를 갖지 못하는 것이 중요한 사항입니다. 일반적으로 통풍이 와서 병원에가서 피검사를 했을 때 요산 수치가 낮으면 통풍이 아니라고 생각 할 수도 있는데요, 급성 통풍성 발작이 발생한 시기에는 염증성 사이토카인이라는 물질이 우리 몸의 요산 배설을 촉진시키기 때문에 혈액검사상 수치가 오히려 정상이거나 낮게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따라서 혈액 검사만을 가지고 통풍이 아니다 라는 섣부른 판단은 금물입니다.

 

급성 통풍 환자에서 X선 촬영은 연부조직의 부종 이외에 다른 소견은 발견되지 않지만, 장기간 만성화된 통풍 환자의 경우 뼈가 떨어져나간 것처럼 도려낸 듯한 병변이 확인되기도 합니다. (punched-out lesion)

 

 

 

** 통풍의 일반적인 치료방법과 내과적 질환을 갖고 계신분들의 특수한 상황에 맞는 치료방법, 그리고 관리 방법은 2편에서 계속됩니다.

 

글을 마치며...

 

오늘은 내 몸의 고통스러운 동반자, 통풍 대하여 자세히 알아보았습니다. 이해가 잘 되셨을까요?

의학지식이란 것이 정보 비대칭성이 강하고, 어려운 용어들이 많아 평소 병원에 가서 설명을 듣고 팜플렛을 보아도 이해가 잘 안되시는 부분이 많았을 것 같은데요, 제 글이 여러분들의 이해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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